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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진 Sep 29. 2024

Delate로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
안녕!

타임라인 위에 놓인 후회, '삭제' 버튼을 누르는 용기

"삭제"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과거의 후회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무거운 짐일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만약 그때...'라는 생각은 종종 우리를 과거의 한 지점으로 데려가곤 합니다. 내가 했던 선택들, 말했던 말들, 놓쳤던 기회들이 머릿속을 떠돌며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좀 더 용감했더라면,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 그때의 선택을 어떻게 편집할지 과거의 그 시점에 마크를 찍고 '편집'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후회의 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고, 그 후회를 어떻게 '삭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까요? 


[후회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어떤 순간이 가장 후회스러운가요?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떠올려 보세요.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나요?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제가 떠올린 순간은 10년 전, 대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졸업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죠. 주제는 "비교 분석을 통한 드라마 시퀀스의 차별성과 독창성 연구"였어요. 당시 저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미래에 대한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논문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 생각했습니다. 밤새도록 발표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나 새벽이 되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었고, 여러 번 연습했던 발표 내용이 머릿속에서 엉켜버렸습니다. 불안감이 커져만 갔고, '과연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사로잡혔습니다. 결국 발표 당일 아침에 발표를 포기해버렸습니다. 교수님께는 제대로 된 불참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교수님이 제 발표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죄책감과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 꿈의 첫걸음을 스스로 망쳐버린 것 같아 더욱 괴로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교수님은 저에게 실망감을 표현하셨습니다. 그 교수님이 제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고, 많은 도움을 주셨고 저를 예쁘게 보시고 계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죄송스러웠죠. 만약 제가 그날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교수님은 제 연구를 인정하시고 저를 더 깊이 지도해 주셨을 것입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를 이어나가거나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더 일찍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실패는 저를 깊은 자책에 빠지게 했고, '내가 그때 더 용기 있게 결정했더라면'이라는 그날의 후회가 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제 그 후회의 감정을 편집해 보겠습니다.


1. 페이드인(Fade-In) 효과로 시작하기

페이드인 효과는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며 새로운 장면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후회를 떠올릴 때, 그 장면을 페이드인으로 부드럽게 불러와보세요. 마치 흐릿한 기억 속에서 점차 선명해지는 이미지처럼, 과거의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2. 슬로 모션(Slow Motion)으로 분석하기

슬로 모션 효과는 장면을 천천히 재생해 디테일을 더 잘 볼 수 있게 합니다. 후회스러운 순간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분석해 보세요. 그 순간의 감정과 표정, 망설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후회의 감정이 나의 일부였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날 나는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발표를 포기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3.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으로 중요한 순간 강조하기

프리즈 프레임은 특정 장면을 정지시켜 중요한 순간을 강조하는 데 사용됩니다. 후회스러운 장면에서 배우고자 하는 교훈이 있다면, 그 순간을 프리즈 프레임으로 멈춰두고 깊이 생각해 보세요. 발표를 망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왜 그때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텍스트 자막을 통해 깨달은 교훈을 화면에 띄워줍니다. “두려워하지 마, 용기를 내보자”,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이 아깝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보자”와 같은 텍스트가 등장하여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4. 불필요한 장면 삭제하기 

이제, 그 후회의 클립을 마음속에서 '삭제'합니다. 후회스러운 기억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잘라내고,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서 생긴 불안과 자책감을 과감히 잘라내어 버리세요. 발표를 포기했던 날의 장면이 서서히 어두워지며 사라지고, 더 이상 그 결과에 얽매이지 않기로 합니다. 이 효과를 통해 후회로 인한 감정을 완전히 놓아주고, 마음의 짐을 덜어냅니다.


5. 리버스(Reverse) 효과로 재조정하기 

리버스 효과는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는 기능으로,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과거의 실수를 되짚어보고,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다른 결정을 내렸을지, 선택이 달라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상상해 보세요. 


6. 트랜지션(Transition) 효과로 새로운 시작 만들기

트랜지션 효과는 장면과 장면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 주는 기능입니다. 과거의 후회를 뒤로하고, 새로운 장면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세요. 저는 ‘글리치 트랜지션’을 사용해서 화면에 순간적인 오류나 간섭이 발생하는 듯한 효과를 주어, 과거의 잘못된 선택과 현재의 새로운 시작 사이의 전환을 강조해 볼까 합니다. 발표를 포기했던 장면이 글리치 효과를 통해 화면이 흔들리며 오류를 일으키듯이 사라집니다. 다음 장면은 성공적인 졸업 논문 발표 후, 교수님께서는 제 논문을 칭찬하시며 연구의 방향에 대한 중요한 피드백을 주셨을 것입니다. 이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를 지속하며, 여러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학회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그 시점에서 더 많은 드라마 작가 경험을 쌓으며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를 집필한 성공적인 작가의 길을 일찍 걷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 상상 속에서 저는 교수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학문적 연구와 작가로서의 경력을 동시에 쌓아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7. BGM 추가하기

모든 편집을 마친 후, 배경 음악을 활용하여 각 장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감정 이입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BGM으로 윤하의 오르트 구름을 넣고 싶습니다. 이유는 이 곡이 갖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 희망적인 메시지가 후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넣고 싶으신가요? 과거의 아련한 감정을 강조하고 싶다면 감성적인 발라드를, 새로운 시작의 희망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싶다면 밝고 경쾌한 곡을 선택할 수 있겠죠.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느끼고 싶은 감정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감명을 받은 곡을 선택하면, 감정적으로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을 테니까요. 후회의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곡을 선택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58IEh6YkuzQ





후회 편집 완성본: 삭제 버튼을 누르다


[장면 1: 페이드인]

어두운 방 안, 책상 위에는 낡은 노트북이 켜져 있다. 화면에는 10년 전의 대학생 시절 사진이 띄워진다.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며, 젊은 시절의 주인공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나레이션] 10년 전, 대학교 4학년. 졸업 논문 발표를 앞두고 밤새도록 자료를 찾고 있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던 나는 논문이 내 꿈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밤새도록 잠 못 이루며 발표 연습을 했지만, 정작 발표 당일에는 용기를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때의 후회는 지금도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


화면은 과거의 나를 클로즈업한다.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고, 표정은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장면 2: 슬로 모션]

나는 발표 연습을 한다. 목소리는 떨리고, 시선은 자료를 왔다 갔다 한다. 화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면서, 나의 떨리는 손과 긴장된 표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자막]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레이션] 발표 연습을 할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발표 당일 아침,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여 결국 발표를 포기하고 말았다.


화면은 갑자기 멈춘다. 프리즈 프레임


[장면 3: 프리즈 프레임]

발표를 포기하는 순간이 화면에 고정된다. 나의 얼굴에 클로즈업된다.


[자막] 용기를 내야 할 순간, 나는 왜 주저했을까?

[나레이션] 그때의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도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니까!

[자막] 두려워하지 마. 용기를 내보자.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이 아깝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보자!


[장면 4: 불필요한 장면 삭제]

발표를 포기한 후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흐릿해진다. 교수님의 실망한 표정,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들이 차례로 사라진다.


[나레이션] 후회와 자책감에 휩싸여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화면이 깨끗하게 정리되고, 밝은 빛이 화면을 채운다.


[장면 5: 리버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효과와 함께, 발표를 포기하는 장면이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무대 위로 당당하게 걸어 나간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하고, 준비해온 내용을 차분하게 전달한다. 청중들의 집중된 시선과 박수갈채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자막] 만약 그때 용기를 냈다면 어땠을까?

[나레이션]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께서는 나의 연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화면은 발표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장면 6: 트랜지션 & BGM]

글리치 효과를 통해 과거의 장면이 깨지고, 새로운 장면으로 전환된다. 윤하의 '오르트 구름'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화면과 어우러지며 희망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나레이션] 10년 전의 나에게 다시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 그때의 용기 없는 선택 대신, 지금은 어떤 일이든 도전하고 있다. 과거의 후회는 나를 더욱 성장시켰고, 지그의 나를 만들었다.


화면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노트북을 덮고 일어서며, 창밖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자막] 오늘, 나는 새로운 나를 만든다. 


후회 편집 완료. 새로운 시작을 향하여.





이러한 후회 타임라인 편집을 통해 후회의 장면을 '삭제'했습니다. 이 편집 과정은 후회를 해소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결정한 선택들이며, 그 선택들이 모여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과거의 후회를 지우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단추를 채우는 것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나의 인생 영상 편집기

후회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후회 타임라인을 편집해 보세요.


✔️ 어떤 후회를 '삭제'하고, 어떤 새로운 선택을 추가하고 싶으신가요? 

✔️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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