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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by 다정한하루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사서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자주 쓰는 말 '사서 고생'


조용한 도서관에 앉아 좋아하는 책이나 읽으며 일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서의 실체는 과연 어떨까?


책이 좋아 시작한 학교 도서관에서의 업무가 어떤 직종보다 행복감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사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체력이라는 건 아마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국립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봉사자나 공익근무요원을 학교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현실. 도서관에서의 모든 작업을 온전히 사서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물론 노동부라 불리는 도서부 학생들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들의 힘으로 장서점검과 서가의 이동은 쉽지 않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직접 경험하지 않고 눈으로만 바라보는 일은 쉬워 보일 수밖에 없다.


언제 들러도 조용한 공간,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만 보면 외부의 사람들은 도서관 운영의 고초를 감히 짐작할 수 없다.




해마다 천권 정도의 책이 도서관에 들어온다. 책을 구매하는 것만큼이나 신간도서가 자리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복 도서를 비워내고 장서점검 후 선정된 도서의 폐기작업을 통해 새로운 책이 꽂힐 자리를 마련한다. 도서구입 기간마다 비우고 비워도 당췌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이다.






도서관 자료의 폐기 및 제적의 기준이 도서관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더 이상 이용되지 않는 가치 상실의 도서를 선정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간 확보를 위해 출판 연도로 끊어서 폐기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전 도서가 그 가치를 상실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폐기작업은 수많은 업무 중 단연 손에 꼽히는 정교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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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장서점검을 통해 도서관에 소장된 전체 도서를 점검한다. 학생들의 이용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학교 도서관의 장서점검은 일반적으로 방학 중에 이루어진다. 도서관리 시스템 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각의 도서가 실제 도서관에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때 훼손, 파손 도서와 이용 가치를 상실한 도서도 함께 선별한다.


서가에 매달려 책을 한 권씩 꺼내 작은 장서점검기로 전체 소장 도서를 스캔하는 일은 일 년에 한 번이니 하지 두 번은 자신 없을 만큼 체력을 요하는 일이 분명하다.






사서는 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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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 '사서는 되지 말아요'.


'변호사는 되지 말아요'를 패러디한 영상으로 사서의 비애를 담고 있다는데. 웃자고 만들었을 텐데 현직 사서의 눈엔 요즘 표현으로 웃프다. 신나는 춤을 추며 뼈 때리는 이야기를 하는 영상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과 행복이 크다는 것.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누군가의 노력의 혜택을 입고 사는 나는, 사서의 고생으로 아이들이 책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편하고 쉬운 일로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게 학교 도서관 사서는 고생과 바꿀 만큼 매력 있는 직업이다.




오늘도 학생들에게 책을 권하고,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공간인 학교 도서관 운영을 위해 사서 고생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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