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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만능 사서!

by 다정한하루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세계 책의 날 행사' 세부 계획안을 작성하고 내부 결재가 끝나고나면 이제 슬슬 행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인 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해마다 예외 없이 하던 주요 행사지만 큰 그림 안에 작은 꼭지의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넣는 일은 사실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최대한 흥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전공분야이면서도 욕심 많은 나에겐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충은 절대 안 되는 이상한 성격. 아이들 눈을 끌 수 있는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 시작이다. 물론 품의도 해야 하고 출판사와 함께하는 전시 액자를 챙기는 일도 소홀할 순 없지만 포스터 디자인도 내겐 꽤나 중요한 작업 중에 하나이다. 시작을 했으니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퇴근하고 싶은 마음에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도 반납하고 주구장창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이지도 않고 작업을 했다. 그 와중에 놀아달라며 치대는 3학년 아이들을 외면하고 마지막 저장 버튼을 누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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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에게 나 다 끝내고 퇴근했다며 포스터 2장을 인증 삼아 보내고 보니 헐~ 이건 또 뭔가. 띄어쓰기 오타가 있다. 된장 할~ 내일 또 수정 작업을 해야 할 판이다. 그나마 출력을 맡기진 않았으니 다행인 걸로. 교육적 의미와 아이들의 취향까지 고려한 독서 행사 기획에 포스터 디자인까지 학교 도서관 사서가 갖춰야 할 덕목은 왜 이리도 많은 것이냐. 모두가 부러워하는 나의 자리에서 편안하고 우아하게(사서가 이런 사람인 줄 알고 있다면 오산!) 책 한 권 읽고 싶은 벚꽃 피는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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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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