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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받은 마음

by 다정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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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시작한 '독서의 달' 행사가 뜻밖에(?) 성황을 이루고 있다. 중학교와 다르게 고등학교에서의 학교 행사는 완전히 찬밥이다. 예산도 가장 많이 책정되어 있는데 아이들의 참여는 영~. 그런데 웬일로 아이들이 도서관에 북적거린다. 2주간의 행사기간 첫날부터 점심시간 도서관에 활기가 돌았다. 어제는 컨디션 난조에 아이들을 맞이하느라 혼이 쏙 빠져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좀 전 4교시 쉬는 시간에 1학년 남학생 3명이 빌렸던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들렀다.


데스크 앞에 서서 조심스레 묻는다.


"이건 뭐예요?"


"저희도 해도 돼요?"




말하는 모양새가 남다르다.


'울학교 아이들 맞나?' 싶게 바르다. (초등학교 저리 가라 산만하고 입시 스트레스 따위는 모르는 해맑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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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만드는 행사에 대해 안내했더니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기 시작한다. 그와 어울리는 가죽끈과 향을 고르는 것까지 한참이 걸린 아이들. 보통 남자아이들은 인당 두 개씩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자기 거 하나 후다닥 만들고는 자리를 뜨는데, 이 녀석들은 분명 다르다.




"하나는 제가 갖고, 다른 하나는 엄마 드리고 싶어서요."


"동년배 입장에서 선생님이 좀 골라주실래요?"

(동년배? 이건 우리 학교 아이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어휘가 아닌데. 오늘 많이 놀란다.)




쉬는 시간 10분을 책갈피 만드는데 기꺼이 할애한 아이들은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듯 흐뭇하게 자리를 떴다. 향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며 양쪽 주머니에 하나씩 책갈피를 고이 담고는.


그러고는 마지막까지 내게 감동을 선물한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였지만 이상하게 울컥했다.


아이들이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준비한 행사에, 감사한 마음을 돌려주는 너희가 있어서 내가 더 고맙지. 고마워 얘들아~


아이들의 감사 인사에 내가 더 큰 고마움을 느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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