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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시작의 분주함

by 다정한하루


전교사 출근일에 엄마의 사고로 재택근무 신청을 하고는 2주 만에 그것도 개학일이 돼서야 학교에 나왔더니 이건 완전 딴 세상이다. 외주업체에서 바닥청소를 했다는 도서관은 바닥의 광을 위해 아이들의 수업과 열람공간의 책상을 온통 뒤집어놨고, 개학 전에 완료한다던 냉난방 공사는 아직도 마무리가 되질 않았다. 역시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이런 사달이 나는구나. 출근하자마자 행정실에 교무실에 인터폰 돌리고 뛰어다니고. 끝내 점심시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급한 불을 끄느라 족저근막염이 재발할 지경이다. '아~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리 유난을 떨며 일을 하는 것이냐~' 몇 번씩이나 자신에게 질문하지만 답도 하기 전에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이건 아마도 병이지 싶다. 자리를 비운 2주 사이에 무슨 안내사항은 그리도 많았는지 메신저에 올라있는 공지만 보는데도 한참을 소비했다.




2,3학년으로 진급한 아이들은 첫 등교일이니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겠다고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 출입문이 닳도록 들락거린다. 잊지 않고 찾아와 준 아이들이 고마우면서도 업무에 치여 혼이 빠져 있는 통에 제대로 인사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그나마 점심시간엔 도서관 구경하겠다고 몰려든 신입생들의 안내를 마다하지 않고 하는 도서부 아이들이 있어 그래도 농담도 주고받고 방학 동안의 안부도 물으며 마음을 나눴다. 아이들은 새 학기의 설렘에 표정이 밝은데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웃음 띤 얼굴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일은 더 따뜻하게 반겨줄 수 있겠지!

꼭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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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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