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장서의 폐기
Unsplash, Olena Bohovyk
작년 10월 대학도서관의 장서 폐기 문제가 신문 기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일이 있었다.
“‘폐기 선고’ 책 45만 권 ‘구출 작전’…결국 27만 권은 과자상자가 됐다”라는 제목의 한 대학도서관 장서 폐기 이야기.
지난해 6월 울산대학교 중앙도서관이 45만 권(전체 장서가 92만 권이었다고 하니 그중 절반가량)이나 되는 장서를 폐기한다는 소식을 접한 학내 구성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폐기할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단순히 ‘대출 실적’이었다는데. 장서 평가와 폐기 기준을 단순히 '대출 실적'으로만 평가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에 인문대 교수들이 ‘책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며 항의했고 실제 대상이 된 목록을 확인한 교수들은 폐기 대상 도서 중 적지 않은 책이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즉각 도서 구출에 나섰다. 교수들은 일단 일괄 폐기를 막고 재선별의 극한 노동을 감내했다. 그 과정에서 남길 책을 선별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남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책을 지우고 골라내는 방식으로 살려낼 책을 골랐다. 처음 작성한 목록은 약 26만 권 정도 되었으나, 학교 측은 너무 많다고 주장해 다시 검토한 끝에 17만 5,294권(38.8%)을 최종 남길 책으로 확정했다. 남은 책들 중에는 무료 나눔을 거치고 일부(185권)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보내졌다. 이렇게 해서 다시 8,694권은 폐기 직전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한다.
장서를 폐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구입 후 손때도 묻지 않은 책을 폐기해야 하는 마음도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서관 자료의 폐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간혹 관리자(교장, 교감)들 중에서 아깝게 왜 책을 버리냐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누군 버리고 싶어서 버리냐고~ 누가 보면 관리하기 싫어서 버리겠다고 이 힘든 과정을 감수하는 줄. 골병 나는 시간을 이겨내며 폐기 도서를 선별하고 제적시키는 일련의 작업은 도서관 운영에 중요한 과정이다.
현재 우리 학교 도서관 서가에 꽂힌 도서는 포화상태다. 당장 다음 달 시작되는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장서 폐기가 시급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자료 폐기를 계획 중이다. 이용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지 매번 고민하게 되는 시간.
오늘의 우리에게 어제의 책을 버릴 권리는 없다.
어쩌면 몇몇 이용자들을 위해 커다란 서고(도서관)와 많은 장서를 유지하는 일은 공간과 비용의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타임머신으로의 도서관으로 남기기 위해 더욱더 신중히 진행되어야 할 과정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도서관 운영자인 사서의 역할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