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랜드에 숨을 불어 넣어 드립니다.

by 송건호

성장하기 바쁜 사람들만 모여 있는 조직은 사실 피 터지게 돌아가는데. 모든 조직과 브랜드가 그런 사람들만 잘 모아서 단기간 안에 J커브를 그리지는 못한다.


해그로시는 단순히 대행이나 오퍼레이팅이 아닌, 전략과 로드맵을 내재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곧 런칭할 서비스 소개 홈페이지도 그런 내용을 담을 예정이고. 이미 오랜 기간 몸소 경험하고 개선하고 진화시켜 왔다. 끊임없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느끼기에 지금 이 시간에도 브랜드 성장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간결하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글을 쓴다.


1. 브랜드에 필요한 업무들을 실행 가능한/우선순위대로 정리한다.


브랜드는 어쩔 수 없이 돈을 쓴 것 이상의 효용을 원하니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럴 때 헬스 PT 선생님, 보컬 트레이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헷갈릴 수 있거나, 너무 먼 단계의 이야기기는 비저닝 단계에서만 하면 된다. 마일스톤에 따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Task와 Project를 설명하고, Epic으로 연결하면 된다. 그리고 위의 여정을, 생각보다 더 촘촘하게 세부적인 TDL로 정리해서 코칭하고 알려준다.


단순히 기존 컨설팅처럼 페이퍼를 전달하면 실무 적용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나 또한 컨설팅을 작은 스타트업에서나 큰 대기업에서나 다 받아봤고 문서들도 모두 확인해 봤다. 인지 부조화나 간극이 생기지 않게끔, 실무까지 들여다보고, 실제 숫자까지 들여다보고 기획과 전략을 시작해야 의미가 생긴다.




2.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효과를 발휘할 컨셉과 스토리 잡기
브랜드 가치체계에 이어 세계관, 스토리 컨셉화

위와 같이 브랜드의 가치 체계부터 잡아야 하는 곳들이 있다. 보통은 브랜딩, 브랜드 마케팅 이런 걸 하고 싶다고 하는데 세부적인 흐름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가스라이팅하며 끌어 드려야 한다. 함께 재미를 느끼고 설레며 고객과 색다르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상상을 계속하게끔 말이다.


같이 동화되고 즐겨야 프로젝트는 시너지가 생긴다. 내가 내 역할을 정의해 보니, 축약하면 브랜드 액셀러레이터. 풀어쓰면 브랜드에 심폐소생, 숨을 밀어 넣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해그로시 법인은 이 과정을 더, 더 모듈화 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며 시스템화하고 있다.



3. 실제 to do list를 세부적으로 루틴화하기

보통 컨설팅이라고 하면, 굉장히 러프한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나도 참 어려운데. 어느 정도 투입해서 어느 정도까지 해주는가에 대한 서로 간의 명확한 확인과 간극 없음이 참 중요하다. 이때 내부에 주니어 직원 분들이 있으면 투입하는 포지션과 역할을 더 명확하게 어레인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브랜드의 직원 분에게 마케팅 실무를 가르치기도 했고, 역할을 나눠 협업하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조직마다 성향은 다르다. 그래서 핏이 맞는 곳과 초반에 라포를 잘 쌓고 잘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무의 깊이로 들어가면 전략이나 기획이 상위에서 내려오는 게 안 맞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고객 최접점에서부터 역순으로 기획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로스해킹의 방식을 잘 적용하면 브랜드의 헤비한 기획 시간을 많이 줄이고, 반응을 보면서 다듬어 나갈 수도 있다.



4. 리브랜딩을 한두 달 만에 끝내고 얼른 세일즈 준비하기


세일즈 실적을 목표로, 리브랜딩을 군더더기 없이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굉장히 본질적인 브랜드 애센스의 중요성을 공감함과 동시에 궁극적인 마케팅 성과까지 연결하는 형태를 이해해 주는 대표님들이 많이 계시다.


브랜드 네이밍과 슬로건, 미션, 비전, 가치 형용 등의 내용들은 교과서적인 게 절대 아니다. 모든 기획과 업무는 타겟 고객과 마켓, 세일즈 목표와 이번 연도, 내년도 궁극적인 지표를 향해 얼라인되어 있다. 우리는 시간이 금이고, 허송세월을 보낼 여유가 없다. 그건 돈 받는 나도 마찬가지다. 포트폴리오가 안될 거면 그 돈도 가치가 낮아진다.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같이 붙어서 팀으로 들어가고, 내부에 인력이 있다면 기획만 싱크 하면 된다. 유기적이고 확장성이 넓은 프로젝트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해그로시 액셀러레이팅의 특징 중 하나이다.



5. 마케팅으로 연결해 성과 만들고 구축하기
IMC 플래닝의 일부 사례

결국 브랜드의 포지션과 컨셉,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이 위와 같이 마케팅 flow로 연결되는 것이다. 단순히 바이럴 한다. 광고한다. 이런 개념이 아니다. 그렇다고 맨날 저날 전략이 어쩌고, 기획이 어쩌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실질적인. 실제로 가시화되고 전개되는. 그런 브랜딩과 마케팅을 한다.


https://hgrs.co.kr/contact




사무실 야간 독백


한때 잠깐, 아이비리그 출신들, 월스트리트 현직 뱅커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투자금 없이 지분도 받고 연봉도 받고 성과금도 받는 조건의 이사이자 공동창업자, CMO로 들어갔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사업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MVP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대표는 지표 확인 전에 계속 결정을 번복했고,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서 초반부터 입증 안된 BM들의 크기를 키워 런칭했다. 투자자들은 쉬운 시장이라며, 3개월 안에 BEP를 뽑으라고 내게 압박했다. 그리고 모든 불운은 내 책임이 되는 듯 해서 당시 빨리 발을 빼고 다른 좋은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들은 모두 친구사이였다.


나는 그냥 브랜딩과 마케팅 일하는 게 좋고, 챌린지를 깨부수거나 새로운 기획을 증명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때 스타트업 병에 빠져있기도 했고, 빠르게 성장하는 걸 누구보다 즐기는 사람이다. 어떤 선배는 내 포지션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올 거라고 했다.


언제까지 이런 활동들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 나이 36. 아니 37인가. 이번 연도에는 다른 BM을 병행해 준비하고 있다. 작년보다 우상향 하는 매출이면 좋겠지만, 그 비중 중에 절반은 새로운 BM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곧 내 활동 비중은 굉장히 줄어들고 자동화 될 것이다.)


나보다 2-3살 많은 함께 했던 대표님들을 보며 나도 그 시기를 보고 있다.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싶고, 여전히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의 업이 있지만, 표출하지 않고 있다. (사실 돈이나 사업 자체의 욕심이 생긴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가끔 주변의 어설픈 자격지심들을 보면서 내가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작년에는 정말 정신없이, 실무자로서, 대표로서 역할을 병행하며 살았다면 올해는 잘 아는 크루인력들 중심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나나 해그로시 법인의 포지션에도 조금씩 집중해보고 있다. 아마 다다음주면 새 로고와 업데이트된 서비스 메인페이지를 런칭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글은 진짜. 심각한 독백이다. 곧 컨텐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폰트와 컬러를 잡고, 배너 디자인의 애셋들도 잡을 예정인데. 그러면 이 채널은 내 개인 일기장으로 바꿔야 할지도.


(독백이라고 했지만, 늘 좋은 영감을 전달해주시는 클라이언트 브랜드 대표님들과 선배, 동료 분들에게 감사하옵니다. 이렇게 지혜롭고 선한 분들과만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28화4개의 브랜딩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_2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