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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옹 Feb 24. 2024

오늘도 인생이 내게 묻는다

“내가 인생에 대해 묻는다기보다는 인생이 내게 묻고 있다.”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고민하는 힘」, 사계절, 2009, 29쪽)     




의지와 상관없이 세계에 내던져진 모든 인생은 고달프다. 고통의 빛깔이야 다르겠지만. 무상무념의 시간은 앞에서 재촉하고 뒤에서 끌어당기고. 사형선고를 받은 채.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즐거움과 만족감, 무언가 해냈을 때의 뿌듯함 그리고 공감해 주고 같이 있어 주는 이들로부터 생기는 감사함으로 버텨낸다. 


강상중이 옳다. 지금껏 내가 인생에 묻는 줄 알았는데, 돌이켜 보니 인생이 내게 물었던 거였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묻기도 했지만 무겁고 아프게 물었을 때가 더 많았다. 인생이 물어올 때면 피하지는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 대답하며 육십삼 년을 살아냈다. 


시지프스처럼 꾸역꾸역 끌고 여기까지 온 내 인생이 오늘도 말을 건다. 다행히 부드럽고 다정하게, 위로까지 하면서. “너는 잘하고 있어. 힘들지? 그래도 대견하지 않아? 인생에는 성공이나 실패란 건 없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씩~ 하고 한 번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이야”라고. 

     

* 천상병 시 <귀천> 중 일부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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