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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옹 Feb 19. 2024

생각의 시동이 꺼지면?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폴 발레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잠언이자 무심코 사는 우리를 내리치는 죽비다. 본래 시 구절은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용기를 내어’다. 행복하고자 한다면 용기 내어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묻는 것이고 깊이 생각하는 것은 계속 묻는 것이다. 물음의 스위치가 내려지면 그 자리에서 생각의 시동은 꺼져버린다. 생각의 시동이 꺼지면 우리의 삶도 거기서 멈춘다.”

(명진 지음,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다산북스, 2018, 146쪽)     




지구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내 인생 항로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서 가기보다는 과거의 우연과 인연이 만들어 준 항로대로 살고픈 유혹이 크다. 궤적을 벗어나 사는 게 불안해서다. 고달픈 인생이지만 살던 대로 살면 조금이나마 편해진다. 

그런데 찜찜하다. 비록 하루살이 생명이지만 온 우주가 품어서 내 논 존재가 바로 ‘나’인데, 그렇게 살면 내 삶을 귀하게 여기며 사는 것 같지 않아서다. 내 의지가 아니라 세상에, 살아온 세월에, 떠밀려 사는 느낌이 들어서다. 사는 건 맞는데 사는 게 아닌 듯해서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관성대로의 삶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단이 있다. ‘생각’이다. 생각은 인생 항로를 바꿔주는 조타수(操舵手)이면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처럼 ‘살아있는 나’를 증거한다. 명진 스님이 생각의 시동이 꺼지면 삶도 멈춘다고 한 까닭이다. 

생각을 사용할 때 명심할 게 있다. 생각한다고 다 생각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애써 생각해서 한 것이 생각하지 않고 한 것보다 못할 수 있어서다. 생각에도 관성대로 하는 생각이 있어서다. 그래서 생각할 때는 다시 생각해야 하기도 하고, 스스로 돌아보기(성찰(省察))조차 해야 한다. 제대로 생각하려면 ‘묻고 또 물어서’ 해야 하고, ‘용기까지 내어서’ 해야 하는 이유다.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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