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작자 미상의 시 <신과의 인터뷰> 중 일부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래된미래, 2005, 114~115쪽))
인간의 가장 놀라운 점에 대한 신의 대답은 구구절절 옳다. 누군들 부정할 수 있으랴. 그런데 의문 하나가 마음속으로부터 삐딱하게 기어 올라온다. 만물의 창조주께서는 이미 우리 인간을 속속들이 모두 알고 있을 터인데 그걸 왜 그분에게 묻지? 하는 거다. 오히려 신에게는 인간을 그렇게 만든 이유를 따져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아가 그러한 인간을 만든 신이 더 놀라운 게 아닌가. 그래서다. 누군가가 나에게 ‘신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투정하고 싶다. ‘인간에게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 그리고는 무정(無情)하게도 고통스럽고 무의미하게 살다가 죽도록 만든 것 어마어마하게 크고 알 수 없는 세계를 만든 것 그리하여 더 무정(無情)하게도 인간에게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 초월하려는 의지를 허용해 무한의 절망감을 안겨준 것 과거와 현재만으로도 버거운데 삶 너머의 세계를 만든 것 그리고는 더더욱 무정(無情)하게도 인간에게 결코 살아 본 적 없는 영원불멸의 유토피아적 삶을 희구(希求)하도록 만든 것.’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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