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물질적 조건이 너무 빈약하고 부족하고 궁핍한 환경에서 살고 있어서 반성적 성찰을 할 시간 따위는 없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중략) 그런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의미를 걱정하고 좋은 삶을 사는 법과 잘 사는 법을 구분하느라 골몰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일 뿐이다. (중략) 이렇게 볼 때 의미를 추구하는 것도 하나의 특권임을 인정해야 한다.”
(피터 왓슨 지음, 정지인 옮김, 「무신론자의 시대(the Age of Nothing)」, 책과함께, 2016, 736쪽)
지난 몇 달 동안 ‘책 속 한 구절’에 기대어 삶과 세상에 대한 단상(斷想)들을 <브런치>에 올려왔다. 시간 많은 은퇴자로서 내 딴에는 인생의 마지막 막을 좀 더 의미 있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바램에서다. 하지만 저자의 문장을 맞닥뜨린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그것 자체가 사치고 특권일 수 있다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제 손톱 밑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라 변명해 보지만 저자의 말은 구구절절 옳다. 책 읽고 떠오른 생각들이 사치고 특권임을 온전히 인정한다.
비록 실천에 굼뜬 ‘나’이지만 저자의 문장을 되새기며 살자고 다짐해 본다. 지금까지 버텨낸 – 그래서 행운임이 분명한 - 내 삶에도 감사를 보내며.
ⓒ 정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