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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아 Feb 01. 2018

춤과 음악을 사랑한다면

유럽 최대의 포크댄스 축제, 안단사 페스티벌 

          

여행을 떠나기 전, 당신은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는 가? 교통편, 숙박, 현지 음식, 유흥거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일정을 완벽하게 짠 후 떠나는 편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편인가.

나의 경우는 반반이다. 숙박할 장소와 큰 도시로 이동하는 교통편만 확보한 후 나머지는 현지 사정에 맡기는 편이다. 스케쥴에  얽매이는 것도 싫지만 숙소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더 싫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안전하고 맘 편하게 여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이보다 완벽한 계획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그것을 어찌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꼬여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계획에도 없던, 아니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 알렌테주 지방의 시골 마을 (Póvoa e Meadas)까지 와 버렸다.

안단사페스티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안단사 페스티벌은 유럽 최대 규모의 포크댄스 축제로 일주일동안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미국의 50가지가 넘는 종류의 춤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아침에는 요가 워크숍이, 댄스 워크숍이, 저녁에는 마사지 워크숍이, 저녁에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이어진다. 마침 내가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때 이런 행사가 있다는 데 같이 가자는 제안을 거절할 수 가 없었다.      

리스본에서 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렸다.  넓게 펼쳐진 공원과 커다란 호수로 둘러 쌓인 이 곳에 이르자 차와 사람들로 도로가 붐비기 시작했다. 주차 안내를 받고 차들이 빼곡이 서있는 주차장 한 켠에 차를 세웠다. 매표소까지 가려면 주차행렬을 빙 돌아가야했다.


 “지름길로 가자”      

조가 나뭇가지 덤불을 가리켰다. 샌들을 신고 있었던 나는 나뭇가지 덤불을 밟자마자 발등이 가시에 찔려 소리를 질렀다. 조는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곤 가늘고 긴 다리로 가뿐히 담벼락을  뛰어 넘었다. 나는 멀어져 가는 조를 보고 한숨을 한번 내 쉬며 담벼락을 기어 오르며 중얼거렸다.

      

‘모험의 시작이구나’     


매표소 앞은 유럽 최대의 축제라는 명성 만큼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 뒤로 가서 줄을 섰다. 내 뒤로도 계속해서 줄이 이어졌다. 얼마지 지나지 않아 어느새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  틈에 서 있게되었다. 사방을 둘러봤다. 낯선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낯선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저마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공황상태에 빠지기 직전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carta가 카드라는 뜻인가요?”     


누군가 영어로 물어왔다. 맞아요. 앞에 서 있던 조가 대답해줬다. 이 짧은 대화 덕분에 공황상태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대화인데 괜히 안심되었다. 그래, 설령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거야. 하지만 예감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것 이 아니었다. 이 묘한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 무사히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리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안단사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몇장을 공유한다. 일주일간 숲 속에서 펼쳐졌던 마법같은 순간들이 사진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사진 출처: http://www.andanc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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