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포크댄스 축제, 안단사 페스티벌
여행을 떠나기 전, 당신은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는 가? 교통편, 숙박, 현지 음식, 유흥거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일정을 완벽하게 짠 후 떠나는 편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편인가.
나의 경우는 반반이다. 숙박할 장소와 큰 도시로 이동하는 교통편만 확보한 후 나머지는 현지 사정에 맡기는 편이다. 스케쥴에 얽매이는 것도 싫지만 숙소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더 싫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안전하고 맘 편하게 여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이보다 완벽한 계획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그것을 어찌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꼬여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계획에도 없던, 아니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 알렌테주 지방의 시골 마을 (Póvoa e Meadas)까지 와 버렸다.
안단사페스티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안단사 페스티벌은 유럽 최대 규모의 포크댄스 축제로 일주일동안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미국의 50가지가 넘는 종류의 춤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아침에는 요가 워크숍이, 댄스 워크숍이, 저녁에는 마사지 워크숍이, 저녁에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이어진다. 마침 내가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때 이런 행사가 있다는 데 같이 가자는 제안을 거절할 수 가 없었다.
리스본에서 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렸다. 넓게 펼쳐진 공원과 커다란 호수로 둘러 쌓인 이 곳에 이르자 차와 사람들로 도로가 붐비기 시작했다. 주차 안내를 받고 차들이 빼곡이 서있는 주차장 한 켠에 차를 세웠다. 매표소까지 가려면 주차행렬을 빙 돌아가야했다.
“지름길로 가자”
조가 나뭇가지 덤불을 가리켰다. 샌들을 신고 있었던 나는 나뭇가지 덤불을 밟자마자 발등이 가시에 찔려 소리를 질렀다. 조는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곤 가늘고 긴 다리로 가뿐히 담벼락을 뛰어 넘었다. 나는 멀어져 가는 조를 보고 한숨을 한번 내 쉬며 담벼락을 기어 오르며 중얼거렸다.
‘모험의 시작이구나’
매표소 앞은 유럽 최대의 축제라는 명성 만큼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 뒤로 가서 줄을 섰다. 내 뒤로도 계속해서 줄이 이어졌다. 얼마지 지나지 않아 어느새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 틈에 서 있게되었다. 사방을 둘러봤다. 낯선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낯선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저마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공황상태에 빠지기 직전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carta가 카드라는 뜻인가요?”
누군가 영어로 물어왔다. 맞아요. 앞에 서 있던 조가 대답해줬다. 이 짧은 대화 덕분에 공황상태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대화인데 괜히 안심되었다. 그래, 설령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거야. 하지만 예감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것 이 아니었다. 이 묘한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 무사히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리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안단사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몇장을 공유한다. 일주일간 숲 속에서 펼쳐졌던 마법같은 순간들이 사진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사진 출처: http://www.andanca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