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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학교 입학 공부하는 곳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책상 앞이 아니어도 배움은 계속되었다

by 달빛서재

주말 아침, 두 딸의 손을 잡고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턱을 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이들은 6개월 동안 큐레이터 과정을 밟으며 역사와 마주했고, 나는 그 곁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이어진 봉사활동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체험학습이 시작된 곳, 나의 공부도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큐레이터 교육을 받는 동안, 나는 박물관의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다. 처음엔 그저 기다리는 시간이었지만, 곧 깨달았다. 이 시간은 나에게도 배움의 기회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는 동안, 나는 나의 삶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하는 곳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들이 몰입하는 순간이면 나도 책을 펼칠 수 있었다. 박물관의 벤치, 카페테리아의 구석, 체험학습이 끝난 뒤 돌아오는 차 안… 그 모든 곳이 나의 캠퍼스였다.


가족의 사랑이 만든 조용한 응원가


시험이 다가오면 긴장감은 집 안을 감쌌다. 아이들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가 막히는 도로 위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재던 날도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남편은 노트북을 켜두고, 책상을 정리해 두고, 작은 간식까지 준비해 두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공부는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험이 시작되면 집 안은 숨을 죽였다. TV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과 남편의 소곤소곤한 대화는 내게 가장 따뜻한 응원가였다. 그 배려가 느껴질 때마다 코끝이 찡해졌고,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성장이 아이들에게 전해진 순간


공부는 어느새 우리 가족 모두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 치열함과 따뜻함의 끝에서 나는 ‘조기졸업’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사회복지학사와 문학사, 두 개의 학위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무엇보다 기뻤던 건, 나의 변화가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엄마, 요즘 우리를 더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아.”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배운 상담심리가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보낸 수많은 주말은 큰아이에게 사학도의 꿈을, 막내에게는 러시아 문화 탐방이라는 멋진 기회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어느 늦은 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나를 바라보던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회사도 다니고, 살림도 하고, 공부까지 하는데… 나는 공부만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가장 큰 가르침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뒷모습’이었다는 것을.


당신의 자투리 시간에도 꿈은 자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체험학습이, 나의 공부를 시작하게 했다. 주말마다 함께한 박물관의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의 성장의 기록이었다. 그 자투리 시간을 모아 이뤄낸 나의 작은 성취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를 피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당신의 잠자는 시간,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시간 속에, 어떤 아름다운 꿈이 숨어 있는지 들여다보길 바란다.


공부하는 곳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자리에서 나도 함께 자라났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나의 캠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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