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내 이름을 말하기까지
‘자격 없이 건강에 대한 글을 쓴다’는 한마디는 내 마음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나에게는 가장 큰 상처로 돌아왔다. 그 한마디에 나는 한동안 글을 쓸 용기를 잃었고, 세상 앞에 내 이름을 내거는 것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내 인생에 이런 아픈 걸림돌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피하고 돌아가는 대신, 정면으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나를 넘어뜨린 바로 그곳에서, 내 힘으로 다시 일어서기로. 나를 온전히 증명해 보일 ‘자격’을 갖추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이 오십에,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약초관리사’라는 이름의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이것은 단순히 얇은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 세상의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이자, 다시 세상과 책임감 있게 소통하겠다는 나 자신과의 굳은 약속이었다.
물론 나는 의사나 약사가 아니다. 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자격증은, 뜬구름 같던 나의 ‘경험’에 ‘지식’이라는 단단한 기둥을 세워주었다. 적어도 내가 건강에 대한 정보를 나눌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선한 의도가 다시는 무지함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내 글에 최소한의 책임감을 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선택한 곳은 삼육보건대학교 사이버지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과정이었다. 일과 살림을 병행하면서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약초 방송’이라는 유튜브 채널로도 유명하신 조경남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으며, 나는 낯설고도 신비로운 약초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10주라는 시간 동안, 낯설기만 했던 약초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우고, 그 안에 숨겨진 놀라운 효능을 배우는 시간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질환별로 어떤 약초가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재배하고 보관해야 하는지 배우는 모든 과정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이었다. 때로는 주말을 이용해 약초원에 견학을 가기도 하고, 교수님과 함께 산행에 나서기도 했다. 흙냄새를 맡고, 직접 약초를 만져보며 책으로만 배우던 지식들이 비로소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나를 아프게 했던 그 깊은 상처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다른 사람의 비난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도 내 경험이라는 좁은 우물 안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아픈 상처는, 이제 몸과 마음이 아픈 다른 사람의 막막함을 헤아리는 ‘공감의 능력’이 되었다. 나의 무지함에 대한 깨달음은, 배움을 통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이제는 나처럼 약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열기도 한다. 함께 산에 오르고, 약초를 나누며,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제 다시, 건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아파봤고, 공부해 봤기에, 나는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나를 할퀴었던 아픈 상처는,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단단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믿는다.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상처가, 때로는 다른 이를 위로하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