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한참 빠져 있는데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손님일까 기대했다. 옆 가게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우리 책방에 손님은 언제 오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다시 계단에서 소리가 들렸다. 입구 커튼을 조심히 열며 손님이 들어왔다.
쓱 둘러보더니
"공간이 이게 다예요?"
그렇게 묻고는 나갔다.
손님맞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배웅했다. 입술을 비죽이면서도 괜찮다고 이 작은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나를 다독여 주었다. 손님은 연이어 왔고 이번에는 외국인을 데려 온 여자분이었다.
"영어책은 없어요?"
아아. 우리 책방에 영어책이 없지.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손님을 다시 배웅했다.
세 번째 손님은 여성 두 명이었는데 한참을 있었다. 이 책을 들었다 저 책을 들었다 이거 재밌겠다. 이 제목 마음에 든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그래서 기대를 했다. 오늘 첫 책이 드디어 판매되겠구나 하고. 그런데 조용히 책을 내려놓고 인사도 없이 나가버렸다.
나는 자리에 앉아 얼음이 다 녹아 밍밍해진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마셨다. 이번에는 책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SNS 어플을 켰다. 손님은 오는데 책은 팔리지 않는다는 투정을 담은 글을 썼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하트도 누르고 댓글도 달며 한참 놀고 있었다.
오늘의 판매실적은 0원인가 체념할 때즈음 손님이 왔다.
"책방 오신 거예요?"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책을 살 거냐는 물음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손님은 책을 열심히 고르고 나는 의식하지 않는 척 한껏 의식하며 앉아 한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 한아. 손님 왔어.
- 다행이다. 책이 팔리면 좋겠다.
'그러게. 책이 팔리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이의 문자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손님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