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집 안에 들어서며 전등을 켰다.
"레이. 누나 왔어."
먼저 말을 걸었더니 삐익 거리며 우렁차게도 울어버리는 레이였다.
"미안해.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얼른 손을 씻고 레이를 위한 채소를 씻었다. 레이의 울음소리는 더 커져서 물소리에 묻히지도 않았다.
"씻어야 주지. 잠시만. 조금만 기다려."
다급하게 씻고 물기를 털어내고 레이집으로 들어섰다. 항상 가져다주는 자리에 먼저 달려가 자리를 잡는 레이를 보며 또 웃었다. 오늘은 꽤 웃는 나였다.
씻고 누워 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이야."
"응. 집이야?"
"집에 와서 씻고 누웠어."
"잘했어. 오늘도 피곤하지?"
"응. 그래도 기분은 좋아.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어."
"나도 같이 바랄게. 매일이 오늘이기를"
"고마워."
"이제 자야지?"
한이는 아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응. 자야지."
"잘 자."
"너도 잘 자."
우리는 서로 아쉬움을 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그 공허가 싫어서, 세상과 단절된 나만의 공간인 침대 위에서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무궁무진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말았다.
세상을 사는 건 원래 의미가 없다는데 나는 늘 의미를 찾았다. 내 안에서 찾다가 책에서 찾다가 이제는 스마트폰 안에서 찾는다. 그 핑계로 더 열심히 들여다본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의미를 찾는 게 우스워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