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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Jul 17. 2023

6. 결혼!! 본예식 보다 전, 후 행사가 더 힘듭니다

갑자기 잡힌 결혼식 일정으로 인해 정신이 없어졌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두 사람 다 처음 있는 일인지라 갈팡질팡 길을 못 찾고 한참을 헤맸다. 거기에 돈도 없이 부모님들을 본의가 아니게 속여 가면서 진행해야 하는 결혼식...


비록 결혼 예물은 시계를 제외하곤 모두 짝퉁으로 하면서 눈속임을 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결혼식 자체가 가짜는 아니었다. 사랑 씨와 진실 씨의 사랑은 그 누구의 흔한 사랑에 대한 말타령 보다도 더 진지하고 속이 깊게 여물은 참사랑에 대한 결실의 결혼식이었다.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못 했을 뿐 아니 누구도 묻지 않아서 말을 안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남들에게 보여 주는 결혼식은 화려하고 성대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좀 과하게 진행하고 싶었다. 신혼여행도 남들 못지않게 가기 위해 사랑 씨가 알차게 잘 준비했고, 그대로 진행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외국보다도 제주도가 최고의 신혼여행 지였다.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초대할 사람들을 정리해서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난관이었다. 진실 씨네는 자식 결혼이 처음인 관계로 초대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런데다 진실 씨 아버님은 과시하기를 좋아하시는 편인 데다 여기저기 아는 분들이 많은 관계로, 두 사람이 시골까지 내려와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특정한 분들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인사도 드리고 청첩장도 전달해 주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그렇게 까지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어렵게 조율을 해서 이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다음은 진실 씨의 친구들이 문제였다. 꼭 함을 팔아서 결혼식 뒷 풀이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냥 뒷 풀이 비용을 진실 씨가 줄 테니 대표로 한두 명만 가는 걸로 하자고 얼리기도 달래기도 해 보았지만 어림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랑 씨네 집에 양해를 구해서 결혼식 전날 함을 팔기로 했는데, 진실 씨 친구들이 너무나 강하게 하는 바람에, 결혼식 전날 밤 사랑 씨네 마을에서는 아예 큰 동네잔치가 벌어지고 말았다.


진실 씨 친구들 20여 명이 함을 판다는 핑계로 사랑 씨네 마을 입구부터 사랑 씨가 내일이면 이 동네에서 떠나간다고 함사라며 고함을 지르면서, 꽹과리며 징이며 북이며 등 큰 소리 나는 악기들을 몽땅 들고 와서 두드리고 울려대는 바람에 온 동네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구경한다며 모두 사랑 씨네 집으로 몰려와서 밤늦은 시간까지 잔치가 벌어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사랑 씨 부모님들이 인심을 잃지 않고 착하게 사신 분들이다 보니 잔치로 끝났지만 아니었으면 동네에 큰 민폐로 남을 뻔했다.


사랑 씨네 함잡이 행사는 결혼식 이후 진실 씨가 처가댁에 갈 때마다 동네 아주머니들 입에서 한동안 회자 되곤 해서, 진실 씨는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다음날 예식장에서 행해지는 결혼식도 성대하게 치르고 뒷 풀이도 과하다 할  정도로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이를 지켜본 많은 친구들이 두 사람의 결혼식과 뒷 풀이 행사를 자기들과 비교하면서, 두 사람 속 사정은 아랑곳없이 많이 부러워는 했다.


결혼식에서의 뒷 풀이 이후에는 두 사람의 남녀 친구들과 함께 5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웨딩카가 선두에 서고 친구들 차가 호위라도 하는 듯 뒤 따라가면서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드라이브로 한 바퀴를 돌았고, 워커힐 호텔에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 비싸다는 호텔커피도 마셨다. 그리고는 미리 예약해 둔 강남의 한 클럽으로 이동해서 남녀 친구들과 어울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탕 놀기도 했다.


사랑 씨와 진실 씨는 미리 예약해 둔 강남의 한 호텔에서 그날 밤은 묶고 내일 새벽 첫 비행기로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 일정이었다.


친구들이 분위기에 빠져서 정신없이 놀고 있는 틈을 이용해 조용히 두 사람만 빠저 나와 호텔로 왔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걸 귀신 같이 알아차린 남녀 친구들 몇 명이 호텔 방까지 쳐들어 와서 내일 신혼여행도 함께 가겠다면서 널브러지는 바람에, 두 사람은 신혼의 첫날밤을 친구들과 함께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에야 겨우 친구들 늪에서 빠저 나와 김포공항까지 따라 나온 친구들의 환영을 받으며, 둘만의 신혼여행을 위해 어렵게 제주행 첫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사랑 씨는 회사 업무 관계로 외국에 몇 번 다녀왔지만 진실 씨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오기는 했지만 목포에서 훼리를 타고 갔었고, 대학 때 해외 어학연수 기회가 있었지만 돈이 필요했던 부분인지라 포기하고 참여하질 않아서 비행기를 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가슴은 설레었고, 정신없이 심박수는 올라만 갔다. 신혼여행이란, 감정보다도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에 대한 감성이 더 가슴을 설레게 했다.


처음으로 내딛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제주도의 첫걸음은 활기차게 내디뎠는데, 그러나 공항을 빠저 나오자마자 막막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신혼여행 온 사람들은 공항 여기저기에 이름을 적은 팻말을 들고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 분들이 있어서 바로바로 떠나는데, 두 사람은 남들과 다른 신혼여행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금전적인 부분도 일부분은 차지를 했다. 따라서 당시 유행하는 택시대절 신혼여행은 포기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곳, 남들과는 뭐든지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에, 둘이서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러 관광지를 여행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사전에 미리 지도를 보면서 일정을 세워 놓았었기에 마중 나올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둘이서 잘 헤처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막상 닥쳐서 공항에 도착해 보니 어리 둥절 했었던 것이다.


보편적으로 결혼식이 끝나면 당일에 바로 신혼여행들을 떠나는데 두 사람은 혹시나 계획대로 실행하는데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어, 남들과는 다르게 출발도 여유롭게 천천히 하고자 결혼식 다음날 신혼여행지로 떠나는 걸로 잡았고, 옷도 여행하기 편안한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었다.


두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한복을 입고 있거나 결혼예복을 그대로 입고 제주도 까지 온 사람들로 누가 봐도 신혼여행객으로 표시가 났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여행객들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러한 신혼여행객 복장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일반 여행객이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복장으로 인한 눈총 또한 피할 수 있었고, 어디에서나 따라붙는 신혼여행객 바가지요금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단 두 사람도 제주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아는 것처럼 당당하게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두 사람 손짓에 움직이는 택시는 공항 안에는 없었다.


당시 공항 안에는 거의가 다 예약된 택시들만이 들어와서 예약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커다란 신혼여행 가방을 끌고 공항 밖으로 벗어나 큰 길가에서 겨우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진실 씨가 택시를 잡아 타자마자 택시기사한테 물었다.


"아저씨 공항 안에 택시들은 왜 불러도 오질 않아요?"


택시기사가 비웃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는데


"아! 공항 안에 택시는 전부 이틀 동안 대절된 택시들입니다.!!!"

"복장을 보니 두 분은 신혼여행이 아니신가 보네요?"


"아~~ 예, 그렇군요"


진실 씨가 겸연 적은 듯 얼버무려 대답하고 말았다.


당시에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오게 되면 무조건 택시와 이틀 동안 일정금액을 정해서 주고 제주 여러 여행코스를 따라 돌면서 관광을 하고 관광지마다의 스폿에서 기사님들이 사진도 모두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포즈로 찍어 주는 것이 당연한 일정이었다. 거기에다 조금 나뿐 기사들은 자기들이 아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서 식대로 바가지를 씌우기도 해 한참 말도 많은 시절이었다.


두 사람은 명목상으로는 제주도를 잘 알고 둘 만의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 택시 여행을 안 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을 한다고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말은 했지만, 실은 비용이 넉넉지 않아 택시 여행을 포기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호텔만큼은 제주도내에서 당시 제일 좋고 유일했던 KAL호텔로 어렵게 예약을 했었다. 그것도 사랑 씨 회사의 지인들이 도와주셔서 저렴하게 최고로 좋은 호텔로 예약을 했고, 거기서 2박 3일 동안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뿌듯했고 자랑스럽게 말도 했었다. 그때는 KAL호텔 예약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 시절인 데다 두 사람 결혼식이 급하게 잡히다 보니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두 사람은 좋은 지인들 덕분에 예약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김포에서 출발한 관계로 제주도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는데도 오전이 한참 남아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늦은 밤까지 결혼식에 친구들에 시달리느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두 사람 다 배가 너무나 고파왔다. 일단 밥을 먹고 오늘 일정은 제주시내 구경 및 근거리 관광지 여행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아무리 어려워도 이번 여행에서 먹는 것만큼은 일반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토종 주민들만 아는 동네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잘 먹고 재밌게 여행을 하기로 이미 동의가 되어 있는 상태여서 호텔 근처 뒷골목으로 들어가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는데, 맛집을 떠나 며칠 만에 밥다운 식사다 보니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밥이 어디로 들어 가는지도 모르게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제주시내 여행지 중에서도 제주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여행객 모두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는 핫스폿 장소인  용두암을 향해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첫 코스를 향해 출발하고 보니, 가슴이 싸하면서 결혼을 했다는 현실감과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용두암은 당시 누구나 제주에 오면 꼭 찾아서 사진을 찍고 가는 필수 코스였다. 특별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옆에서 보면 용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제주시내 해변가에 있는 제주의 상징 같은 검은 돌로 조형된 조각상일 뿐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 모양을 보러 가는 것도 있지만 그 주변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이 파는 해산물에 소주 한잔하고 와야 하는 것으로 더 입소문이 나 있었다.


사람도 거기에서 간단하게 해산물 한사라를 먹었다. 혼자 먹어도 맛있었을 분위기의 바닷가에서 이제 갓 결혼한 두 사람이 함께 먹으니 더욱 맛이 달콤했다.


다음코스는 제주시내 도심에 있는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이어서 간 곳은 제주시 한가운데에 있는 제주칼호텔과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사이 송림이 우거진 숲 한가운데에 세 개의 구멍의 깊이가 바다와 통한다는 삼성혈을 본 후 제주시내의 첫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첫째 날 관광 코스였지만 두 사람도 첫 일정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라서 했다.


피로에 피로가 쌓여서 인지 두 사람 다 무척 피곤해 지쳐 있었고, 다음날부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외지에 있는 각 관광지를 찾아다녀야 하기에 오늘은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고 푹 쉬기로 했다.


신혼여행 이틀째 날이 밝았다. 진실 씨는 평상시 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고급호텔에서의 잠이 처음이라서 일까? 하여튼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아직 자고 있는 사랑 씨 몰래 살그머니 방 열쇠를 챙겨 나와서 호텔 내부와 근처를 구경삼아 혼자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방으로 돌아오니, 사랑 씨도 일어나서 진실 씨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혼여행 둘째 날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어느 방향을 먼저 갈까? 고민이 되었다. 실은 어느 방향으로 가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왠지 반대쪽이 좋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 때가 있듯이 필요 없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5월의 제주 날씨는 두 사람의 여행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너무나 화창 했다. 결정을 못하는 진실 씨를 본 사랑 씨가 왼쪽으로 가자고 하면서 앞장섰다. 계획상으로 두 사람은 하루는 왼쪽 방향으로 가서 정방폭포까지 보고 하라산을 종단하는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들어오고, 다음날은 오른쪽 방향으로 가서 산굼부리까지 구경을 한 다음에 어제와 똑 같이 중앙도로를 관통해서 제주시내로 들어와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밤늦은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두 사람은 왼쪽으로 가기로 하고 애월항 가는 버스를 기다려서 버스에 몸을 싣고 의자에 앉아 제주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 험난했던 준비과정 속의 희로애락이 머릿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현타가 왔다.


너무나 설레었다!!!. 신혼여행이라는 즐거움도 있지만 결혼식까지의 그 험난 했던 준비 과정을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하고 우선은 큰 걱정거리 없이 여행만 하면 되기에 편안하고 긴장도 풀리면서 여행의 설렘이 급 몰려오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에서 작은 행복의 미소를 발견했다.


오늘은 애월항, 협재해수욕장, 송악산 입구, 산방사, 중문 관광단지, 천제연폭포, 외돌개, 천지연폭포, 정방폭포를 가는 순서로 계획은 되어 있으나 대중교통이 조금만 차질이 발생하면 몇 군데는 패스해야 하는 아주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멀리 큰돈 들여서 오기도 했고, 둘이서 하나가 되어서 진행하는 첫 번째  일정이기에 모두 계획대로 모두 하고 싶었다.


매번 가는 관광지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제 공항에서 봤던 사람들도 관광지에서 자주 마주 치곤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두 사람은 관광지 뒤쪽이나 옆쪽으로 좀 더 걸어 나가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유채밭이나 다른 경치를 찾아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곤 했는데, 이 재미가 시간이 갈수록 쏠쏠 해졌다. 다른 여행객이 느끼지 못하는 둘만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산방사 절에서는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처님께 시주도 조금 하면서 기도도 드리고, 폭포 물이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진 다는 천제연폭포 앞에서는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보내며 소원도 빌었다. 외돌개를 보면서는 전설 속의 할머니의 마음이 되어 보기도 했다.


천지연폭포에서는 저 멀리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사진 속에 담기 위해 폭포 앞 작은 바위를 놓고 자리 경쟁도 있었다. 특히 폭포 앞 개울에서  원앙 두 마리가 자유롭게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이, 신혼여행을 온 두 사람 눈에는 꼭 자기들 모습 같은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림민속오일장은 4일 9일 열리는 5일장인 관계로 장이 서지 않아 패스하고 비양도와 마라도는 배값이 만만치 않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기로 다음을 약속했다. 너무나 힘든 일정이었다. 그래도 택시여행객들보다 더 많은 다른 사진을 얻었다는 자부심은 생겼다. 택시기사분들처럼 전문가가 아니기에 작품사진은 비록 건지진 못했지만...


신혼여행 3일째 벌써 시간은 흘러서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일정을 더욱 알차면서도 시간에 쫓겨야 하는 일정이다. 밤늦게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치고 마는 일정인 관계로 어제보다 좀 더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오늘 계획은 함덕해수욕장, 김녕해수욕장, 김녕미로공원, 만장굴,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성읍민속마을

제주민속촌(표선읍), OK승마장, 우도 감상을 하는 일정으로 잡혀 있었다.


시간 관계상 해수욕장들은 눈으로만 요기하고 간단하게 사진 정도만 찍고 패스했다. 미로공원 안에서는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 간에 이름을 부르면서 쫓고 쫓기는 재미가 있었다. 만장굴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도 와서 느꼈지만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성인이 되어서 다시 왔음에도 역시나 불안한 무서움은 여전했다.


성산일출봉을 오를 때에는 그래도 진실 씨가 남자라고 사랑 씨가 힘들어 하자 손을 꼭 잡고 이끌어 주면서 정상에 두 사람이 함께 나란히 올라서서 바라보는 제주 앞바다와 제주 전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인지,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성읍민속마을과 겹치는 표선읍민속촌과 우도감상, OK승마장 등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패스했지만 속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그냥 지나친 부분도 있었다.


이렇게 신혼여행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선물 몇 개를 더 준비한 후 서울행 비행기에 늦지 않게 올랐다.


남들이 보지 못한 풍경과, 남들이 찍지 못한 곳에서의 사진과, 남들이 먹지 못한 동네맛집에서의 식사는 요즈음은 더욱더 하기 힘들어졌고, 하려고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할 수도 없는 대중교통만을 이용한 둘 만의 제주도 일주여행 경험을, 두 사람의 가슴속 깊은 곳에 품고서 세상의 현실 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안~~ 녕 제~~ 주!  다음에는 애들이랑  함께 올게~~~


이처럼 험난 했던 진실 씨와 사랑 씨의 결혼식 전 후,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어려운 일도, 힘든 일도, 안 풀리는 일도, 좋았던 일도 많았었지만, 두 사람한테 그 시간만큼은 참으로 길고 긴 일정이었다.


누구나 한 번은 꼭 겪어야 하고, 겪는 일이지만 결혼은 왜 결혼 본식 보다도 그 준비과정과 본식 이후의 일정이 더 어렵고 힘들게 짜여 있을까요?  

저희들만 겪는 일은 아니겠지요?


어떻든 저희는   

"결혼!!! 본예식 보다 전, 후 행사가 더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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