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Sep 18. 2023

23. 부모들은 훈육 후 돌아서 바로 가슴 아파한다.

우리가 평생 동안 살아오면서 제일 가슴속에서 아프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 어릴 때 잘못된 행동을 보고 즉흥적으로 혼을 내다보면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훈육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진실 씨도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마음 한구석 언저리에서 서글픔을 가끔씩 떠올리게 하는 기억들이 있다.


아무 일 없이 그저 평범한 일상이지만 어떤 때는 아이들의 행동이 조금만 부자유스럽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진실 씨가 스스로 발견하고 판단했을 때, 어김없이 그때의 기억이 상기되면서 "아 내가 그때 너무나 세게 혼내서 애가 저렇게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서 자책을 하곤 한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혼을 낸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유독 한 번의 기억이 남아 있다. 큰 아이가 5~6세 정도 아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일까? 아련하지만 어느 날 동생과 둘이서 자기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동생을 앞 뒤 가리지 않고 힘껏 밀치는 바람에 어린 여동생 정민이는 방 한쪽 구석으로 날아가 떨어지면서 울음 보가 터지고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머리를 다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이 장면이 진실 씨 눈에 곧바로 들어왔다. 그때 지민이의 얼굴은 화가 얼마나 많이 났는지 상기되어 파랗게 변하면서 부들부들 떨면서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 성인이라면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금방 일으킬 것 만 같았다.


이유인즉슨 오빠인 지민이가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자동차 장난감을 여동생인 정민이가 오빠 것인데 자기가 가지고 놀겠다고 옥신 각신 하다가 저쪽으로 던져버려 그만 부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면서 어떤 것은 부러지고 어떤 부품은 장롱밑으로 빨려 들어가 찾을 수도 없게 되고 말았다. 우리 어른들이 생각해 보아도 자기가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다 부러뜨리거나 고장을 내면 얼마나 속상하고 짜증 나고 그러는데, 어린 지민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안타깝고 서글펐겠는가?


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 아직 어린아이이기에 좀 참으면서 이성적으로 자세히 잘잘못을 구분해 설명하고 "그렇게 무작정 화부터 내면서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면 안 된다."라고 했어야 했건만, 순간 치밀어 오르는 어른인 본인의 노여움을 조절하지 못하고 "아 저런 급한 성격은 잡아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커서도 문제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앞서 동생 정민이가 보고 있는 그 자리에서 불러 세워 지민이를  다그쳐  혼을 내는 바람에 그 혼이 난 것도 서운할 텐데, 대부분의 초보 부모들이 그렇듯이 오히려 잘못한 동생 편에 서서 정민이만 감싸주고 말았으니...


차라리 혼을 낼 거면 동생이 보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도 짚어 주었어야 했는데 막무가내로 큰소리로 지민이가 모든 것을 다 잘못한 것처럼 몰아 부첬고, 정작 잘못을 한 동생 정민이에게는 오히려 어리다는 핑계로 감싸주었기에 지민이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런 어른의 잘못된 행동을 이해했을 것인가를 지금 와서 되뇌어 보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음을 느끼게 되고 지민이가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일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이후로부터 지민이는 모든 일에 너무나 소극적으로 그리고 조심스럽게만 임하는 것만 같았다. 남자아이라면 때로는 사고도 좀 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좀 과격하게 해도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는데, 아니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바도 있는데 오히려 커가면 갈수록 조심성이 많고 조용조용 행동을 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큰 소리 한 번을 내지 않고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말도 잘하지 않는 말수가 적은 사람으로 변해서 성인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 성격도 너무나 차분하게 꼼꼼하고 신중하며 무슨 일이든 스스로 알아서 척척 빈틈없이 처리하는 모범생 아들로 성장해 주어서 감사하고 고맙지만 , 그런 모습을 보는 진실 씨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말하기도 설명하기도 애매해 혼자서만 항상 가슴 한구석에 미안함을 품은 채 성장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가까운 인척들은 진실 씨 속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민이는 남자아이인데 너무나 차분하고 그러는 것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자아이인 줄 알겠다. 너무나 순하고 착해서 말이야..."라고 하면서 걱정인지 빈정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소리를 많이들 해댔다. 거기에다 한술 더 뜬 어떤 사람들은 "여동생 정민이하고 성격이 꼭 바뀌었어야 했는데..." 하는 말도 안 되는 괴변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가버린 지금에 와서야 어떻게 할 특별한 방법도 없고 어쩌면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지만, 아빠가 처음인지라 알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훈육을 해버린 그때의 진실 씨 행동이 지민이 한테는 어쩐지 미안고 아쉽고 뭔가 모를 찝찝함이 남아 있어 후회되고 등등의  마음만큼은 지워서 어딘가로 멀리 떨쳐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이제라도 아비로서 바라건대 "제발 진실 씨의 그 훈육으로 인한 후유증이 아니길..." 매일매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어 본다.


이런 걱정은 단지 아버지인 진실 씨만의 고민이며, 정작 본인인 지민이는 아무런 문제 없이 착하고 올바른 청년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건실한 사회인이 되었으며, 진실 씨는 잘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항상 자랑스러워하고 감사해한다.  

이전 22화 22. 말은 줄이고 마음속으로 가정의 安慰만을 빌어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