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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Jun 26. 2023

3. 사랑과 진실의 첫 여행 가는 길...

 사람은 생전 처음으로 어렵게 일정을 맞춰 설레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단 둘만의 첫 여행을 가기로 했다.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비용은 누가 내야 하나?

얼마나 필요할까? 당시에 진실 씨는 학생 신분이라 아무래도 용돈이 변변치 않았다.


아마 경비 때문에도 여행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부푼 꿈을 안고 두 사람은 첫 여행의 목적지인 을왕리해수욕장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경인선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다.


당시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으로 을왕리해수욕장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도 적을 같았고,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바다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1박 2일이면 충분할 것 같아 겸사겸사 계획은 만족에 대 만족이었다.


제물포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둘만의 여행에 신난 두 사람은 여느 연인들처럼 어디 도망이라도 갈까 봐  손가락을 낀 체 제물포역에 내리자,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데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랑 곳 않고 버스를 타러 정류장을 찾고 있는데 어디선가  "대학생들은 빨리 피하세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우리와는 뭐 상관없는 얘기겠지 하고 광장을 어나려는 순간 저 앞쪽에서 전투경찰들이 체류탄을 쏘며 달려오는 것이, 마치 전쟁터에서 적군을 향해 진군하는 것처럼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사랑과 진실 두 사람도 그때는 겁이 덜컥 났다.


당시 진실 씨가 학생 신분인 데다 주거지도 인천이 아닌 학생이 인천에 와 있으니 잡히면 영락없이 학생운동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아 잡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대 상황이 군사독제 반대가 한창이던 시절이라 정부에서는 조금만 이상이 있는 학생들은 무조건 잡아다 조사하던 시절이었다.


 사람은 겨우겨우 광장의 수많은 군중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빠져나와 지하도를 통해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인천항 여객터미널을 향해 출발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의 얼굴을 한번 마주치고는 자리에 앉아 불안한 맘에 의자 손잡이를 꼭 움켜쥐었다.


그러나 버스 창문 밖에서는 여기저기 학생들이 도망치고 뒤를 쫓아가 진압하는 전투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온갖 도로는 모두 아수라장으로 길이 막혀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를 어쩐담.  설마 버스까지 검문은 안 하겠지?


불안한 맘은 감출 길 없고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을 못 하고 무언으로 얼굴만 바라보며 안전을 빌었다.


인천항에서 을왕리해수욕장이 있는 용유도를 왕래하는 배편은 많지도 않을뿐더러 마지막 배가 4시 30분에 떠나면 더 이상 오늘은 용유도에 들어갈 수가 없었기에 두 사람은 시간을 계산해서 출발은 했건만,  현실 상황은 두 사람 생각과는 다른 길로 이미 흘러가고 있었다.


겨우겨우 시간에 늦을까  조바심을 안고 인천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둘은 손을 꽉 잡고 인천항 여객터미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뛰어가는 10여분의 그 시간은 마치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기분이랄까!

너무나도  길고 멀게 느껴졌다.


여객터미널에 들어 서자 마자 매표소로 향 했건만 이미 오늘 마지막 배는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을 향해 안부를 전하는 듯,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떠나간 지 한참 후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첫 여행의 첫 번째 일정부터 꼬이고 꼬여 이미 계획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진실 씨는 도저히 묘안이 나오질 않았다.


"이럴 때 남자답게 리더를 잘해야 한다는데!!!"


으로 배운 연애의 정석을 테스트라도 하는 걸까?


여행을 포기하고 제물포로 돌아서울로 가자니 아직 집회가 한창 일거!!!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잡담 속에는 오늘 인천에는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모여 독재반대 총궐기 대회를  하기에 밤늦은 시간까지 시위와 검문검색이 있을 거라는 얘기들이었기에 당연히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람은 고민에 고민 끝에 인천 도심으로 가는 것보다는 근처 공원에 가서 시위가 좀 잠잠 해 질 때까지 시간을 좀 번 다음, 오늘은 인천에서 숙소를 구해 하루를 보내고 내일 아침 일찍 첫 배로 을왕리해수욕장에 가서 하루종일 즐겁게 놀다 마지막 배로 나오기로 일정을 제 조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이왕 인천지역에 내려온 김에 그래도 많이 알려진 자유공원에 가서 놀기로 했다.


자유공원은 진실 씨가 대학 시험에 실패하고 재수하던 시절 한때 잠깐 주안지역거주했었는데, 그때 한번 정도 가봤던 기억이 있어서 나름대로 아는 척 추천을 해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물어물어 자유공원 근처에 도착하자 거기는 제물포보다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조금은 조용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첫 번째 데이트는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런데 막 정문에 들어서려 할 때 저 뒤쪽에서부터 아까 제물포역에서 들었던 듯한 소리들이 점점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왠지 불안함에 에라 모르겠다 두 사람은 일단 잡히면 여러 가지로 곤란해지기에 둘이서 손을 잡고 냅다 공원 안으로 안으로 만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설마 많은 시민들이 쉬고 있는 공원 안에 까지 경찰들이 들어 오진 않겠지...


이제 두 사람은 손잡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하늘의 도움인가? 지하철에서 나오면서 손을 잡을 때만 해도 서로가 처음인지라 수십 번 망설이다 겨우 잡았고  이것이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생각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더 잡았, 혹여나 놓칠까 봐 서로가 불안 불안한 조바심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통해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편안한 오래된 연인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어떻든 둘은 공원 깊숙한 곳을 향해 큰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렴풋이 공원 여기저기에서 학생들과 전투경찰들의 쫓고 쫓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대로 큰길만 따라 쭉 올라가다가는 이 두 사람도 영락없이 금세 잡혀서 조사를 받을 것 같았다.


"방법을 찾자? 

어떻게든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야 한다"


이미 공원 안에까지 전경들이 들어와 있다면 공원 안은 어쩔 수 없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지만 궁리에 궁리를 해 큰길보다는 사람이 덜 다니는 나무가 좀 우거진 작은 길을 따라 안으로 안으로 만 한참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얼마나 올랐을까?


인적도 점점 없어지고 이미 시간은 한참을 흘러 여기저기 어둠이 내려앉아 10월  진실이 태어나던 시절의 가을밤 정취가 물씬 묻어나기 시작했다.


실은 10월 00 사랑 씨 와 진실 씨가 만난 후 첫 번째 맞는 진실 씨 생일 기념 겸 여행 일정이었다.


거의 정상에 다다랐으니 안전하겠다는 생각으로  한숨 돌리면서 하늘을 보니 이미 가을 저녁노을이 진지 오래였고, 자유공원에서 유명하다는 서해 석양 하늘은 어둠으로 덮여 버렸다. 맥아더장군 동상의 형체마저 미해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이 이미 내려앉아 있었다.  


하루종일 쫓고 쫓기는 죄 없는 범죄자의 심정!!!


내 잘못을 알고 쫓긴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도망 다니고 쫓기고 잡혀가고 시달리고...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공원에서 내려와, 평생 외박 한번 해본 경험도 없고, 어느 지역인지도 모르는 이 미지의 밤거리에서 여관방을 찾으려니... 이 또한 쉽진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인적이 좀 드문 길모퉁이 자그만 여관을 찾아 하루만 묵기로 하고 들어 갔으나 말이 여관이지 여인숙 보다 못한 초라한 곳이었다. 그래도 주인아주머니께서 젊은 사람들이라고 그중에서는  좀 더 깨끗한 방이라며 1122호, 제일 안쪽 모서리코너에 있는 방을 배정해 주었다. 조그마한 여관에 방 호수는 호텔 방 호수 같은 번호였다.


다행히도 두 사람에게는 하루종일 힘들어서 인지는 몰라도 몸은 눕힐 수 있는 충분한 공간으로 보였다.


나름 둘만의 여행 첫날밤인데!!!  


여관 아줌마의 말은 장사치의 흔한 말이었겠지 만, 그래도 신경 써 아주머니가 고마웠다.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첫날밤은, 다행히도 평온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밤의... 만리장성은 충분히 잘 쌓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긴장되고 설레고 피곤에 지친 어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새벽 일찍 두 사람은 인천항여객터미널에서 첫 배를 늦지 않게 탔다.


을왕리해수욕장을 향하는 두 사람 첫 여행의 아침 바닷바람은 아직 이른 가을의 초입이건 만, 어젯밤의 여독 때문인지, 두 사람의 가슴속은 이미 총 천연 단풍색깔로  찬란하고 뜨겁게 도배질을 재촉당하고 있었다.


용유도 선착장에 내렸다. 두 사람 다 초행인지라 먼저 가는 사람들의 동태를 따라 을왕리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는 솔밭길은, 비포장에 차량이 한대만 지나가도 먼지가루모랫바람이 온 천지를 다 뒤덮으며 여기저기로 날려 육안으로는 옆사람의 얼굴조차 가늠하기 힘들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자연스러운 현상들은 두 사람을 시기 아닌 질투라도 하는 가냘픈 고운 모랫바람으로 빰을 스치, 콧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먼지 냄새는 깊은 심장까지 두드리며 부풀어 오르지만, 기분은 이미 저 높은 가을 하늘 초입손을 걸치고 있었다. 


길가에 빽빽이 늘어선 소나무 가로수들은 또 얼마나  두 사람 미래의 행복을 기원하고 칭송하며 반갑게 환영해 주는지,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냄새를 통해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온몸으로 두 사람이 체득하며 느낀 감정은 살아오면서 여태껏 단 한번 잊은 적 없었고, 직도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으며 떠나질 않고 있다. 서로 간에 간격이 조금이라도 벌어 질라 치면,  반듯이 그 순간이 떠오르며  추억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곤 한다.


누구나 첫 여행의 감동 하나쯤 안고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과의 첫 여행의 감흥은 잊지 못하고 살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회상해 보면,

우리가 평생을 버리지 못하고 힘들어했던 욕심 보따리는, 모든 것이 가슴 아픈 기억뿐이지만.

그래도 "추억기억" 그것들만은 우리 모두의 인생사 속에 즐거운


"추억이고"   

"행복이고"  

좋은 기억의 "사랑"일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사정으로 혹여 지금은 떨어져 있거나 멀어졌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들이 지나버린 시간 속의 "행복추억" 일 것입니다.


좋은 시간의 "추억기억"으로  영원히 수시로 회상하면서 우리 모두 각자 자기의 삶 속에서  행복을 그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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