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Jun 29. 2023

1. 많이 아프답니다. 첫사랑은...

대학 삼총사 친구 중 한 명인 윤조의 주선으로 난생처음으로 미팅에 나가게 되었다. 진실 씨에게는 두렵고 떨림의 연속이었다. "아니 나도 미팅이란 걸 다 해 볼 수 있구나. 꼭 성사시켜야 된다 친구야!" 몇 번씩이나 윤조에게 다짐을 받았다. 대상은 윤조 학숙집 옆집에 사는 진실 씨가 선망하던 대학병원 간호사들이란다.


미팅장소에 남자는 득수, 윤조, 진실 씨 이 세 사람이었고, 파트너로는 같은 병원 동기들 간호사 세 명이 나왔다. 남자 셋은 처음 하는 미팅인지라 조금은 서툴기도 했지만 조마조마 가슴은 두근거리면서도 나름대로 당당 한 척...


그러나 여성분들은 아무래도 직장인이고, 상대는 대학생들이다 보니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학생인 남자 파트너들을 보면서 약간의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나 할 수 있을까?


진실 씨 파트너는 처음부터 눈에 들어왔던 수정 씨로 정해졌다. 무뚝둑 말없는 득수는 그냥 처분만 바라는 듯했고, 주선자 윤조는 진행하랴 파트너 선택하랴 등등 자기가 자기 파트너를 먼저 챙길 수도 없어서 허둥대는 틈을 이용해 진실 씨가 먼저 선택권을 챙기면서 처음부터 눈에 들어온 임수정 씨를 낙점했다.


"수정 씨, 저하고 파트너 하는 것 괜찮으시죠?" 일방적인 진실 씨 말에 수정 씨도 싫지는 않은 표정으로 얕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밀조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얼굴은 약간 까무잡잡한 강한 톤에 작은 얼굴, 정말 똑똑하고 똑 부러질 것 같은 성격의 소유자 일 것 같았다. 


셋째 딸이란다. 선도 보지 않고 데려 온다는 딸부잣집 셋째 딸... 너무 예뻤다. 진실 씨는 벌써 결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음속에서는 이미 자기의 여인으로 확정 지어 가고 있었다. 


이름은 "임수정" 종합병원 간호사다. 진실 씨는 어려서부터 간호사 아니면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나서 사귀고 싶어 했다. 그런데 첫 미팅 파트너가 간호사다. 진실 씨는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이 여자를 향해 큐피드 화살을 이미 발사해 버리고 말았다. 가슴이 너무나 두근거렸고 모든 일들이 좋기만 했다.


여자 친구라고는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끼리 놀이거리가 없던 시절이라 주말밤에 각자 남녀가 모여 마을을 돌아가면서 누군가의 집에 모여 돌림 노래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놀았던 것이 다였고 그때 두근대던 가슴과는 차이가 다르게 진폭이 크게 두근거렸다.


모솔인 진실 씨는 사랑이란 것도 수정 씨를 통해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배워 가기 시작했다.


진실 씨 혼자 생각으로는 수정 씨와의 미래를 향한 만리장성을 수백 수천 번도 더 쌓았다, 무너뜨리곤 했지만, 정작 수정 씨 앞에서는 제대로 된 사랑표현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으면서... 수원 비행장 근처 출신인 수정 씨도 시골 촌놈인 진실 씨의 이런 순수함에 빠르게 조금씩 마음속에 스며들어 가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수정 씨의 근무 일정 관계로 자주는 못 만났지만, 어쩌다 데이트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함께 하면서 젊음을 만끽했다. 서로의 여건상 뭇사람들처럼 매일매일 만나서 사랑의 불씨를 키워 갈 수는 없었지만, 어렵게 만나는 순간만큼은 한치의 빈틈도 주지 않았다. 진실 씨도 그렇지만 수정 씨 또한 아주 꼼꼼하고 착한 성격인지라, 계획을 잘 세워서 알차고 뜻깊게 일 년여를 보냈다.


그러나 영원한 사랑은 인력으로 이루기 힘든 운명이랄까!!!  


어느 날 어렵게 수정 씨의 언니를 소개받기로 하고, 식사 자리에 나갔는데 약속 장소엔 수정 씨 밖에 없었다. 왜 언니는 안 오셨냐고 물었지만 수정 씨는 힘없이 진실 씨를 바라보면서 그냥 언니가 바빠서 다음에 만나자고 한 단다.


나중에 알았지만 언니는 수정 씨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함께 자취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아직도  대학생인 진실 씨와 사회생활하는 수정 씨와는 사회적 거리감의 차이가 많이 남으로 나중에 잘못되면 수정 씨가 아파할까 봐, 사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의 사랑에 방해꾼은 진실 씨 한테도 있었다. 친형처럼 진실 씨 집에서 함께 자란 사촌형이 수정 씨가 고졸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시골집 부모님께 자꾸 안 좋은 방향으로 얘기를 전하다 보니, 누구 한 명 진실 씨 편인 식구들이 없었다. 모든 식구들이 결사반대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시골 촌구석마을에서 어렵게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보냈는데, 고졸인 여자친구를 사귀면 안 된다면서 여자집에 재산도 좀 있어야 하고, 최소한 전문대 이상은 나온 사람을 만나야 대학을 마친 진실 씨와 의사소통은 물론이거니와 말 많은 시골동네에서 대학 나온 며느리 얻었다고 고개 들고 다닐 수 있다나 어쩐다나...


그때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신분이나 출신 성분 가지고, 그런 일이 非一非再 했는지?


진실 씨 수정 씨 두 사람 다 서로 간에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이미 그 이상의 감정으로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기에 죽어도 헤어질 수는 없었고 또한 어떠한 힘든 어려운 일이 닥친다 해도 모두 헤처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진실 씨도 인생 처음으로 수정 씨를 만나면서 사랑을 알아가지만, 이건 수정 씨 또한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병원에 입사해서 병원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관계로 제대로 된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 진실 씨를 만나고 나서야 진실 씨가 그렇듯 남자에 대해 천천히 익숙해 저 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수정씨네는 딸부잣집인 관계로 아버지 외에는 어디에서도 남자를 접 할 수도 없었다.

 

부모님까지 반대에 나서자 진실 씨는 자포자기로 어느 쪽으로도 방향 설정을 못하고 매일매일을 괴로워하고 있을 때,  수정 씨로부터 편지 한 통을 전달받았다. 처음 받아 본 수정 씨 손 편지인데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글씨체 또한 진실 씨가 부러워하던 글씨체로 너무나 예쁘게 잘 쓰여 있었다. 


진실 씨도 글을 쓰느니 시를 쓰느니 등등. 나름 글씨는 좀 쓰는 편이었건만 수정 씨 글씨에는 견줄 바가 아니었다. 진짜 진실 씨는 여기에서 또 한 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수정 씨의 편지 내용 인 즉 슨  

"진실 씨  우리 사랑했잖아요?  여기까지만 합시다? " 

"우리가 두 집 가족들을 이길 수는 없잖아요? "

"마음은 아프지만 우린  함께 할 수 없는 인연이다 생각해요?"

"대신 평생 마음속에서는 잊지 않을 거예요?"

"내 맘 알죠? 우리 맘은 같을 거예요!!!" 

윤조 파트너를 통해 진실 씨도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된 수정 씨의 편지 내용이었다.


밤을 새워가며 수십 번을 읽고 또 읽었지만 맘 약한 진실 씨는 눈물만이 나오고 사랑의 씨앗은 더욱 깊은 곳으로만 파고들어 갈 뿐, 수정 씨를 설득하거나 양가 부모님들을 설득시킬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실 씨는 며칠을 병원에도 찾아가고, 수원집에는 물론 비행장 근처 본가에까지 찾아가 보지만, 편지 이후로 수정 씨는 마음을 정리한 듯 얼굴 한번 보여 주질 않았다.  


괴로운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오후 서울에 있는 진실 씨 자취방에 누군가가 노크를 한다. 똑똑  아무런 대답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맘에 전에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수정 씨 생일로 맞춰둔 진실 씨 방, 비밀번호는 아직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아프고 미안한 마음에 수정 씨는 병원에 하루 휴가를 내고, 진실 씨와 좋은 감정으로 마무리하고자,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들고 서울 자취방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그날따라 수업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온 진실 씨는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서 인기 척이 나자 혹시 누군가 궁금해하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뻔하고 만다. 그토록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 할 때는 만나 주기는커녕 그림자도 볼 수 없던 그녀, 수정 씨가 앞치마를 입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마치 신혼 생활을 꿈꾸던 그 만리장성 속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착각 속에 빠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진실 씨는 마음이 날 선 얼음으로 심장을 도려 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밖으로 어떠한 표현을 할 수도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수정 씨의 진심도 모르겠고, 현실 신혼부부였음 하는 희망바람도 있고, 어느 쪽이든 모두 슬픔이기에 더욱  심장을 조이는 슬픔이 밀려왔다.


수정 씨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 입으로 말은 하고, 얼굴 표정은 웃고 있지만, 모두가 가식 일 뿐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수정 씨는 진실 씨에게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몇 번을 설득했다.


겉과 속이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진실 씨!!!

마음속은 진실 씨 못지않게 문드러지고 쥐어짜는 아픔이 있을 텐데도 겉으로는 대범하고 마음 깊은 수정 씨의 이런 모습에 진실 씨는 수정 씨의 팔이라도 잡으면서 자기 곁에 머물러 달라고 애원도 못하고 아니면 수정 씨 말처럼 웃으면서 떠나가라고도 못하고...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서러움 아쉬움 낙오감이 만감을 교차한다. 


이제 진실 씨와 수정 씨 두 사람 다 똑같은 찐 첫사랑과의 헤어짐이 있을 시간이다. 


두 사람이 진짜 헤어질 수 있을까? 진실 씨는 조금이라도 수정 씨 곁에 더 머물러 있고파 마지막으로 수정 씨 본가 근처까지 바래다 주기로 하고 지하철을 탔다. 오늘따라 수원행 지하철은 원래 많지도 않고 느리게만 달리던 전동차가, 바퀴에 초고속 모터라도 장착한 것처럼 너무나도 눈 깜박하는 사이에 쏜살 같이 빨리 달려서 벌써 수원역...


이제 정말 마지막!!! 헤어질 시간이다. 


서로를 아쉬워할 때 진실 씨가 수원역 앞에서 택시를 잡는다. 수정 씨만 택시 태워 보내려나 했는데, 진실 씨도 함께 올라탄다. 조금이라도 좀 더 같이 있고 싶은 심정...


"내려 너무 늦은 시간이야, 어떻게 올라 갈려고 그래" 

수정 씨가 진실 씨 돌아갈 것을 걱정하며 내리라고 소리치지만 진실 씨는 眼下無人이다. 


그러나 진실 씨는 한 번도 수정 씨 수원 비행장 근처 본가나 자취집에 바래다준 적이 없었다. 자취집은 언니가 반대하기에 그랬고, 본가는 수원이지만 좀 떨어져 있어서 더욱더 바래 다 줄 기회가 없었다. 계속해서 내리라는 수정 씨를 밀치고 옆자리에 앉아 택시를 출발시켰다.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비행장을 끼고 옆길을 돌고 돌아 비포장길을 달려서 자기한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진실 씨 여기야!!!  나 이제 내려서 걸어갈 거니까, 이 택시 그냥 타고 가?"

"그동안 사랑했어, 고맙고"

"이제 나는 잊고 편안하게 잘 살아"

"좋은 사람 나타날 거야!!!"

"조심해서 올라 가? 안~~ 녕" 

하면서 손을 흔드는 수정 씨의 눈에는 자욱한 안개 같은 수분기가 잔잔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진실 씨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눈물샘이 열린 채 닫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원역까지의 택시, 서울까지의 지하철 내내 훌쩍거리면서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다. 


이게 진실 씨의 첫사랑 수정 씨 와의 마지막 헤어 짐이었다. 

돌아오는 그 길은 내려갈 때 보다 훨씬 힘들고 멀었다.


"정말 진심으로 두 사람은 사랑하는데, 어떠한 이유 같지 않은 다른 사정으로 인해 헤어져야 만 할 때...."

여러분들은 없으셨는지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많이 아팠답니다. 첫사랑은..."


진실 씨는 지금도 가끔 첫사랑 추억을 기억하면서 행복을 느낀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