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도 믿지 않아도 찝찝합니다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눈을 떴더니 평소 잠에서 깨는 시간보다 16분이 지나버렸음을 감지하고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수십 년째 반복으로 해오면 기상루틴인 큰 기지개 마저 생략한 체 원래의 정신없이 아침 출근 준비를 했다.
나의 아침 기상 알람은 5시 20분에 설정되어 있건만, 왠지 모르게 세월이 흘러 나이가 어느 정도 저물자 5시만 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이 시간은 알람이 예정되어 있는 시간보다는 분명 빠른 시간임에도 뭔가 자꾸만 늦은 것만 같아 불안함에 정신이 없다.
말없이 흘러가버린 시간에 길 들여진 탓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혼자 머릿속에서 되뇌며 현관문을 나서려다가 작은 아이 방에서 인기척이 있기에 작은 아이가 일찍 출근 하나 보다 생각하고 귀에는 항상 주변소리 듣기라는 기능이 켜짐으로 설정되어 있는 버즈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었기에 외부 소리가 들릴 것이라는 나만의 착각에 "아빠 다녀올게"라고 두 번 말을 했는데도 버즈는 아무런 반응을 전달하지 않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월요일 아침부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빠 간다쟎아!!!" 하면서 나오려고 하는데 그때서야 작은 아이가, 본인도 인사말을 했는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나를 향해 짜증 섞인 소리로 "잘 다녀오라 해쟎아!!!"라는 소리를 그때서야 똑똑하고 큰소리로 버즈는 뒤늦은 전달 을 해왔다.
순간 월요일 아침부터 버릇없이 짜증 낸다는 생각이 온몸을 적시는 느낌을 받아 상대방도 월요일 아침임을 망각한 채 나도 모르게 "왜 아침부터 짜증이야"하면서 언성을 높이고 현관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멀지 않은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야 그 순간 참지 못하고 세 치 혀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말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찝찝하게 하루 업무를 시작할 작은아이한테 미안함과 저녁에 얼굴을 보았을 때 나의 표정관리와 작은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
잠시 후 버스정류장 간이 의자의 엉따가 켜져 있음을 감지하고 털썩 주저앉아 두 손을 의자와 엉덩이 사이에 양손을 넣고 한참을 앉아 있었더니 양손을 통해 전달되어 오는 따뜻한 온기로 인한 감사한 마음이 불끈 달아올랐던 화기를 달래며, 이른 아침부터 나의 순간 잘못된 행동으로 작은ㅈ아이의 기분마저 허망하게 망가뜨려 버린 나빴던 기억을 일단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카톡소식이 도착했다고 알리는 소리와 진동이 오늘따라 유난히 크고도 길게 느껴졌다.
작은 아이였다.
자기는 두 번씩이나 대답했는데 내가 답이 없어서 자기가 뭐 잘못이라도 했나 생각하면서 불안했단다. 그러면서 생각이 드는 건 이어폰을 끼고 있는데 자기가 소리를 너무 작게 해서 듣지 못했나 보다 생각이 들었고 자기가 더 크게 말을 했어야 사는 건 아닌지 후회를 했다며 다음부터는 더 크게 대답을 하겠단다.
순간 나의 잘못된 판단이 "월요일 아침부터 살아가기 힘든 세상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고 바삐 출근 준비하는 아이한테 괜한 아픈 생각을 하게 했구나"라는 후회가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더 나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정 기복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을 친다는 것이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이었건만, 왠지 모르게 나만 소외되는 것만 같고, 따돌림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바보같이 나 혼자만 집안 일도 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큰아이에게 어떤 때는 작은 아이에게 서운함과 미운 생각이 들면서 그래 많지도 않은 재산이면서 그것들을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좋은 곳에 기부 해버리거나 잘하는 어는 한놈한테만 다 몰아주어 버리겠다는 등등, 수도 없이 많은 감정기복과 허왕된 상상 속을 헤매면서 자식들이나 주변 가족들에 대해 원망스러운 생각을 혼자서 많이 한다는 것이다.
가족 누구에게도 한두 시간 후에 사 라저 버릴 이런 나의 허왕된 상상들을 시시콜콜 말은 할 수 없고, 말을 한들 누가 받아 주지도 않을 것이 자명하기에 어떻게든 혼자서 스스로 풀고 해결해서 잊어버려야 하기에 가끔씩 "오늘의 운세"라는 것을 보면서 허상들을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생각과 미래의 삶에 대한 상상들을 그려 보곤 한다.
(오늘의 전반적인 운세)
*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분수를 알고 맞춰 살아가는 것이 무난합니다.
* 욕심을 버리고 성질내지 않고 순리대로 행동하면 좋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협조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면 좋습니다.
* 누명이나 사기를 조심하십시오. 당신을 신뢰하는 이가 더 많으니 좌절은 금물입니다.
(주의할 점)
* 과욕은 금물입니다.
* 경솔한 판단은 손해를 불러올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툭툭 털어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조 언)
*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 안전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행동해 건강을 유지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라고 나의 오늘 운세는 이렇게 나오는데...
이런 운세 땜땜에 오늘도 아침부터 작은아이의 맘도 아프게 했고 내 마음도 아픈, 행동과 말을 스스럼없이 해버린 것은 아닌지? 믿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때로는 들기도 하고...
맹신은 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 가가면서 더 강해저야 할 마음이 약해지면서 느끼는 감정은 아닌가? 하는 의문점도 가저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인간으로서 때로는 위로 와 위안도 어디선가 받고 싶고,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도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미약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공주야!!!
월요일 아침부터 세월을 하루라도 더 살아온 아빠가 잘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이번 주도 즐겁게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