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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유혹(2)

저축하는 마음은 흔들리기 쉽다.

by 소만

나는 돈이 묶였지만 은행으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5000만 원 이하로 넣었으니까. 5000만 원 이하는 예금자 보호가 된다고 통장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다. 나는 그 한도를 칼같이 지켰다. 정해진 적금 횟수를 모두 채워 넣고 이자까지 받았다. 만기가 조금 미뤄지긴 했지만 한 푼도 잃지 않았다.


두 번째는 경기저축은행이었다(사랑해요 인계동). 경기저축은행에는 예금자보호한도에 이자를 맞추어 4800만원의 예금을 넣었다. 역시 높은 이자를 주던 은행은 망했지만 토마토 저축은행과는 다르게 예금 만기일에 맞춰 이자가 바로 들어왔다. 예금자 보호한도 5000만 원을 칼같이 지킨 덕분에 손해는 없었다.


세 번째는 신한은행에서 겪었다. 솔직히 위기였는지도 몰랐다. 나는 평소 금리가 낮은 1 금융권에 예적금을 하지 않는데, 이때는 유독 신한은행의 예금 금리가 높았다. 1 금융권에 이자가 높은 편이라 잘됐다 싶어 계좌를 뚫었다. 그리고 1년 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금만기일에 은행에 갔다.

"예금 만기가 되어서 왔습니다. 해지해서 수표로 주세요."

" 다른 은행에 예금하시려고요?"

" 네, 요 옆에 신협이 금리가 조금 더 높더라고요."

" 저희 은행에 4% 넘는 이자율을 주는 상품이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네? 그런 게 있어요?"

"네, 이건 ELS라는 상품인데 미국이나 일본의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만기까지 주가가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이자와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상품입니다."

"만약에 50% 하락하면요?"

"아마 일본이 망하거나 미국에 전쟁이 터진다면 모를까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게 맞지요. 게다가 주가가 계속 올라서 기준치 이상이 되면 이자 그대로 조기상환 되어서 또 좋습니다."

"아, 그렇군요. 상품 안내서 있으면 하나 주세요."

"그럼 가입하시겠습니까?"

" 아니요,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 저희 은행에서 예적금 만기되시는 분들이 많이 가입하셨고, 요즘 금리로는 이자가 얼마 안 돼서 찾으시는 분이 꽤 계십니다."

"아, 저는 처음이라서 조금 더 공부해 보고 오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여기로 전화주세요."

직원의 명함을 받아 들고 은행을 나섰다.


그리고 신협에 가서 예금을 들었다. 예금자 보호 한도에 맞춰 든다. 여기 신협은 신규 고객 예금을 가입하는데 퐁퐁도 치약도 안 줘서 섭섭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동네에서 여기가 가장 금리가 높다. 선택지가 없다.


다음해 미국에 전쟁이 나지도 않았고, 일본이 망하지도 않았지만 주가지수가 폭락했다. 코로나였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났다. 은행직원이 나에게 가입을 권하던 상품이 ELS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높은 이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1% 이자를 더 받으려는 마음은 절대 욕심이 아니다. 아무도 전쟁과 경제공황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를 예측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다.


홍콩지수가 폭락했다. 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인 ELS에 가입한 사람들이 원금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도 겪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늘 예측을 빗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예측을 할 정보도 능력도 없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저축으로 종잣돈을 모으는 사람이라면 1%의 확률로 일어날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내 자산을 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워런 버핏이 한 주식투자의 명언이 있다.

원칙 1. 돈을 잃지 말 것.

원칙 2 원칙 1을 절대로 잊지 말 것...


저축으로 종잣돈 만드는 법칙

원칙 1. 원금을 100% 보장받을 것.

원칙 2. 원칙 1을 절대로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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