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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남미녀모친 Mar 23. 2024

집을 사면서 일단 망했다.

한 집으로 두 번 망한 이야기

결혼할 당시 남친은 집이 있었다. 그것도 33평 새아파트. 하지만 이 집 하나로 우리는 두 번 망(?)했다. 두 번 망해봐서 우리는 아직 무주택자다. 한 채로 부동산 두 번 망한 썰을 풀어본다.




   때는 2007년, 남친(현,남편)은 집을 사려고 했다. 남편의 아파트 조건은 딱 2가지였다.


1. 새 집일 것

2. 교통이 편할 것(통근버스 장소로 다니는 마을버스가 있을 것)


   이 조건에 맞는 아파트가 두 군데 있었고, 남편은 그 중 하나를 골랐다. 원하는 아파트를 고르는 대로 사는 것을 보니 돈이 엄청 많나 싶겠지만 실상 남편은 부동산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아파트 매수 조건을 봐라. 다시 봐도 아찔하다)


  아파트는 수원에 처음 와보는 시부모님과 이 동네를 잘 모르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시댁의 친척분이 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골랐고, 단지 내 부동산에서 매수했다.


   당시는 결혼 전이었으므로 나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남자 친구가 살 아파트를 보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기도 했고, 내 돈 들어가지 않으니 내 것이 아니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재개발된 아파트를 들어가는데, 옵션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선물이랍시고 거기 티브이랑 냉장고를 채워줬다(분양권을 가진 매도자는 건설회사에서 준 냉장고며 세탁기며 티브이를 모두 자기 집으로 옮긴 후였고 우린 그것을 몰랐다-분양권을 가지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동생이 가전을 건설회사에서 모두 사줬다는 말을 듣고 그때 알았다).


   집 근처에는 유흥가가 있었다. 아파트를 살 때 부동산에서 여기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유흥가는 정비사업을 시작해서 3년 내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사는 14년 동안 가게 이름만 바뀌고 동네는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남친은 부동산을 몰랐다. 10년 넘게 군인으로 살며 모은 돈을 모두 넣었음에도 자신이 살 집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를 하던 먼 친척분은 그 아파트를 추천해서 계약서를 쓰는데 함께했고 중개 수수료도 똑 같이 받아가셨다(그 이후로 뵌 적이 없다)


   이 과정이 어딘가 닮았다. 맞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월급 160 받던 내가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을 통해 11만 원가량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역시 그 이후로 뵌적은 없다). 다만 종신보험은 월 11만 원짜리고 부동산은 3억 3천만 원이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쓸 때 남친은 남의 손에 자신의 모든 재산을 맡긴 것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고, 남친 빚은 한참 남았지만, 집값은 속절없이 떨어졌다. 3억 3천을 주고 산 아파트가 2억 7천까지 떨어졌다. 떨어진 아파트 가격과 상관없이 남친은 빚을 계속 갚았다.


   나는 남친에게 빚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결혼 후 통장을 늦게 합치는걸 툴툴대고 있었다. 결혼 3년 뒤에 대출완납 통지서가 왔고, 그때 나는 처음 남편에게 빚이 있었다는걸 알았다. 집을 살 때 진 빚과 대출이자를 모두 냈음에도 그때까지 우리가 살던 집의 시세는 2억 8천이었다.  남편은 가끔씩 부동산에 들러서 시장 상황을 살폈고 부동산 사장님은 그때마다 '모른다'고만했다(하긴 우리가 팔 때도 본인들은 '모른다'고만했었다). 3년 내에 주변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부동산의 말은 거리 정비 사업으로 진행되었고 벽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화분이 놓였지만 여전히 유흥가다).


이 경험으로 내가 깨달은 것.


1. 집 값이 마구 오를 때 집을 사면 안 된다(더구나 대출을 내서사면 안된다)

2. 내 돈을 남의 손에 맡기면 안 된다.

3. 돈 있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은 결국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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