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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얀 Jan 17. 2024

들어야, 많이 들어야 산다

근데 듣고 싶은 게 없다면..?

어느 정도 읽기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 정도로 알파벳을 외웠다면,

이제 들어야 합니다. 그것도 정말 많이요.



이제 막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또 다르겠지만,

알파벳만 안다면 어른인 우리에겐 '읽기'는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글자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들을 때처럼 귀에 휙휙 스쳤다가 날아가 버리는 것도 아니니

듣기에 비해 부담도 훨씬 덜 하구요.

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보기도 훠어얼~~씬 수월합니다.



그렇지만, 듣기가 안되면 언어를 잘하게 되기는 힘듭니다.

외국인이랑 이야기할 때 종이에 써서 이야기할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많이 들어야 정확한 발음을, 더 중요하게는 그들의 억양을 습득할 수 있죠.

단어 하나하나의 발음이 조금 뭉개지더라도, 억양이 얼추 비슷하면 원어민들은 대부분 잘 알아듣습니다.


 




듣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또 그만큼 빨리 잘 늘지도 않습니다.

외국어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듣기는 계단처럼 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걸 겁니다.


많이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좀 들리고

또 더 듣다 보면 갑자기 확 '좀 들리네?' 하는 순간이 오고...




문제는, 이 계단의 평평한 구간을 지날 때

굳은 의지와 인내심(+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데..


해 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저런 상황을

계속 견뎌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저의 경우,

다년간 외국어를 배워 본 경험으로 듣기가 중요하다는 건 불변의 진리라 생각했었지만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아랍어를 배우게 되며

'뭘 들어야 하는 거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아랍에서 핫한 컨텐츠를 들어야 하나?

근데 뭐가 핫한지도 모르겠고...

좀 검색이 많이 된 걸로 보이는 컨텐츠를 봤는데

세상에나..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고(초보니까 당연했겠지만..)

결정적으로 저에겐 재미가 없었습니다 ㅠ.ㅠ



'아랍어를 배우겠다'는 목적은 뚜렷하지만,

길고 긴 여정을 헤쳐 나아가야 하는데 '흥미'와 '재미'가 없고

오로지 목적의식만을 가지고 있다?!


저에겐 저런 상태는 지속가능한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건,

'내가 이미 좋아하는 컨텐츠를 그 외국어로 보기'였습니다.



그것도 (그 당시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건 유튜브에 없을 때가 많아서,

아주 어릴 때 보던 만화영화를 아랍어로 봤었습니다.

아, 물론 아랍어 자막 켜구요. 이러려고 알파벳 먼저 외운 거니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랍어 자막을 보고 더듬더듬 읽으며

'아, 이 상황에서 이 단어를 썼구나.' '아, 저 단어는 이렇게 발음하는구나.' 같은 생각을 하고,

일시정지해 놓고 개발새발(아랍어 글씨는 잘 써도 그렇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메모까지 했습니다.






저런 식으로 계속 (보고) 듣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 방법이 나름 꽤 유용한 것 같아서

통번역대학원에서까지.. 심지어 졸업시험을 앞둔 2학년이 되어서까지

어릴 때 보던 만화영화 컨텐츠를 아랍어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땐 저것 말고도 들을 게 많았어서, 저런 건 밥 먹을 때나 씻을 때 등등

다른 일을 할 때 BGM처럼 틀어놨었다는 게 대학생 시절과 다른 점이겠네요.






그 나라의 언어로 된 컨텐츠 중 듣고 싶은 게 없으면, 더빙된 컨텐츠라도 들어야 합니다.

결국 듣기가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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