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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둥이 Apr 15. 2024

내려놓기 연습

이사를 하고 일주일 만에 여유를 찾았다. 틈틈이 시간은 있었지만 여유를 부릴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 앞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비로소 여유라는 느낌이 제대로 와닿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여유였나 보다.


제2의 고향이 것만 같았던 그곳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동네만 바뀌었지 아직 그곳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조금만 가면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고, 눈시울을 붉히며 헤어졌던 친구도 내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몸이 피곤하긴 하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대한민국 땅이지 않은가. 과연 생각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이로써 실감이 나지 않는 게 다시 한번 확실해졌다.



이사 선물로 받은 텀블러에 무료 아메리카노를 담았다. 그리고 또 선물 받은 책을 읽는다. 그 사람을 생각나게 해주는 물건. 흔적.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살아가는 힘. 그리고 인연.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당장은 그냥 이곳의 삶을 받아들이고 즐겨야지.


이전의 복잡했던 생각과 고민은 이사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우울감도 조금씩 해소되는 게 보인다. 급하게 무언가 시작하기보다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을 여유롭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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