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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둥이 Apr 29. 2024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비 오는 날이다. 나에게 비 오는 날은 바다에 가는 날과 같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바다를 볼 수 있었던 지난날과 지금의 현실이 겹쳐져서였을까. 어느 날 문득 비가 오는데 괜히 바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에게 있어 비는 바다와 같아졌다.


약 20년 하고도 몇 년 전에 본 영화 <하루>. 태어나서 하루만 살다가 떠난 아기를 위해 눈이 내렸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내렸다. 오늘의 비도 나에게 그렇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아침에 머리를 말리는데 손에 쥔 머리카락이 가벼워서 놀랐다. 어릴 적 머리를 묶으며 나는 왜 이렇게 머리숱이 많은 거냐고 투덜댄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는 "내 나이 되면 그거 반도 안 남는다. 머리숱 많게 태어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고 하셨다.


오늘 하루가 영원할 것 같았던 지난날, 미래의 일 따위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 와 직접 겪어보니 조금 서글프다. 그때 우리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며 최소한의 안부전화를 주고받는 우리 가족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골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자주 전화가 걸려 온다. 그동안 전화를 자주 못 드린 게 죄송해서 나도 틈틈이 연락을 드렸다.


어느덧 75세. 그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큰 용건 없이 전화를 하신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몰라도 외롭게 해드리진 말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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