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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둥이 Apr 19. 2024

파스타엔 커피.



집 근처 마트에서 하루 이틀 먹을 만큼 시장을 본다. 그날 사용하고 남은 재료가 있다면 다시 시장을 보지 않고 다음 식사에 활용한다. 이 계획은 식비를 아끼고,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소화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오늘은 쓰고 남은 마늘과 새송이버섯으로 오일 파스타를 만들었다. 매콤한 맛을 더해줄 페퍼론치노가 없어도 풍미를 더해줄 치즈가루가 없어도 좋다. 조금 더 멋있게, 맛깔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없다.




이대로도 참 깔끔하고 맛있다. 그저 면수 삶은 물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맛을 더했을 뿐이다. 면 100g을 삶아 놓으니 양이 많아 보였는데 먹다 보니 다 먹어진다. 많이 먹은 것 같으면서도 속이 편하다. 소스 없는 파스타라 그런 건지 곁들인 음식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언젠가 친구 집에서 파스타를 먹는데 중간에 커피를 줘서 함께 마셨다. 별생각 없이 파스타를 집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그게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리는 거다. 그 후로 가끔 이렇게 파스타에 커피를 곁들이기 시작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느낌이다. 파스타와 커피의 영양학적(..) 궁합이 어떤지는 모른다. 어쩐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확실하다.




식사를 하며, 이사 준비하느라 손 놓았던 독서를 시작했다. 한동안은 무언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책 한 권을 읽어도 꼭 독후감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옥죄었다. 그게 결국 우울증 혹은 깊은 우울감으로 나타났었나 보다. 지금도 내 마음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조금(사실은 아주 많이) 내려놓으니 살 것 같다.


일명 '식비 아끼기 프로젝트'도 유연하게 할 생각이다. 귀찮으면 배달 음식도 먹고, 나가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람 쐴 겸 나가야지.


하나에 꽂히면 죽자 살자 달려드는 성격이었다. 이제부터라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 보려는 생각이다. 내게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시간을 행복으로 더 많이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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