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신들을 위한 신전을 바라보며
아테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곳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높게 뻗은 기둥들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압감과 웅장함을 자아냈지만, 동시에 비슷비슷한 신전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들어도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은 단 하나, ‘아무 신들을 위한 신전’. 혹시 부족한 우리 인간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신들이 있을까 걱정되어, 그들을 위해서도 신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들이 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신을 위한 인생을 살았을까. 그들은 무엇이 가장 두려웠을까. 아니면 무엇을 가장 간절하게 원했을까.
그에 비해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서인지 신보다는 나, 가족, 당장 하루 벌어먹고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게 느껴진다. 신에게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이루어지지 않는 듯한 인생을 살고 있다.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듯한 느낌.
현대인들은 내 인생은 나만이 책임질 수 있다는 회의적인 마음으로 사는 듯하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인생은 혼자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한다. 작은 여유도, 기다림도 없다.
하지만 고대 사람들은 지금 우리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신을 위해 몇 년이고, 심지어는 다음 세대까지 신전과 구조물을 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신에게 바치며, 믿음을 더욱 다졌을 것이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바라봤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더 큰 그림을 내다보는 힘.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한국에 돌아가 문제들을 마주할 때, 난 아테네를 떠올리며 당장 커 보이는 문제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님을 되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