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9.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Friday, March 28, 2025
한 번도 제대로 시청해 본 적 없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뭘까?
평범한 삶이라서 공감하는 걸까? 항상 숏컷으로만 에피소드를 조금씩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를 상상하곤 했다. 안 봐도 예상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모든 에피소드를 봐 왔다.
금명이가 살아가는 시대는 내가 살아왔던 시대와 겹쳐서 나는 이맘때쯤에 뭐 하고 있었나 생각해 봤다. 내 삶 또한 그저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 살아가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지, 아마 학생이었을 테니까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고 있었겠지.
이 드라마는 아무런 반전 없는 그냥 평범한 삶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근데 왜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였지? 혹자는 그러더군. 이건 판타지 드라마라고. 현실엔 관식이 같은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진짜로 관식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나라도 이 힘든 세상 버티고 살았을 거 같다. 근데 얼마나 있겠는가. 내가 너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걸까? 하물며, 충섭이를 보아라. 과연 충섭이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 말이다. 그래. 이 드라마는 판타지가 맞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어떤 것이었을까? 더 이상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인간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싶었을까? 난 가끔 이런 류의 드라마를 볼 때면 작가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소스들을 얻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지만 머리 쓰는 일만큼 힘든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일단 박수. 어쨌든, 그저 순수하고 진실되게 사랑했던 그 시절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완전 철학적인 관점으로 가 볼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주어진 환경에서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있는 것에 감사하며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 삶도 지극히 평범하다. 특별하고 싶지만 또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남들과 조금 특별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용케도 잘 버텨왔고 잘 살고 있다. 표현은 서툴지만 그래도 나를 아껴주는 남편을 만나 나 또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자식이 없어서 이제 남편이 없으면 혼자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을 또 만나기는 어려울 테니까.
나의 평범한 삶을 글로 남기는 것은 혹시 모르니까. 내가 늙어 다시 그 긴 세월을 돌아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으니까. 생각만 하면 사라지지만 글로 남기면 영원해지니까. 평범한 나의 삶이여. 수고해라.
오늘의 픽:
평범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