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소리 꼬리에 달고 타락하는 눈물, 희망이 사라진 연희동의 한 호프집,
먼저 와 있던 두 남자가 실실 웃으며 나를 반겼다네, 나 역시 실실 웃으며 인사했다네,
앉자마자 생맥주를 권하는 P, 평상시 느려터진 그이지만 이런 건 참 빠르다네,
그는 고양이 사진을 주로 찍는 작가였다네,
오드 아이를 가진 고양이, 블랙 캣, 화이트 캣, 머리가 둘 달린 고양이, 꼬리가 아홉 개인 고양이,
생선을 물어뜯는 고양이, 개에게 물어뜯기는 고양이, 그의 띠가 쥐띠란 것이 아이러니하다네
K의 세계는 붉은빛인 게 이미 몇 잔을 마신 듯했다네, 자신도 이해 못 하는 시를 쓰는 K는 열렬한 진보주의자,
그는 원래 오른손잡이로 태어났지만 후천적으로 왼손잡이가 되었다네, 글을 쓸 때도 젓가락질을 할 때도 이를 닦을 때도
그는 오직 왼손만 썼다네, 유일하게 오른손을 쓸 때는 분문을 닦을 때라네
텔레비전에선 청문회가 방송됐네, 메마른 먹태를 뜯으며 한 마디씩 했다네,
저런 인간이 무슨 정치를 한다고, 제 집이나 잘 돌볼 것이지, 제 계집이나 잘 살필 것이지,
그래도 저만한 적임자가 없어,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나,
얼음 생맥주를 마신 후 시선을 밖에다 두었다네, 비애가 골목을 다니며 광복을 구걸하고 있었다네
요란한 소리 꼬리에 달고 낙하하는 눈물, 2차로 연남동으로 넘어갔다네,
비 오는 날 두 동네는 다른 냄새를 풍긴다네, 프루스트는 연희동의 그것을 혀로 핥았을 것이라네,
K의 단골 술집으로 가는 중이었다네,
주인 여자 보고 놀라지 마, 연남동 뒷골목이 아니라 청담동 앞마당에 있을 만한 얼굴이야,
게다가 학교도 이화여대를... K의 콧구멍으로 그의 영혼이 살짝 삐져나왔다네, 신의 은총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네, 여인의 술집엔 텔레비전도 청문회도 정치색도 없었다네,
여인의 벚꽃 잎 얼굴색만이 뭇 남자들의 영혼을 흔들고 있을 뿐,
상기된 얼굴의 K가 맥주 두 병과 새우튀김을 주문했네, 거품처럼 곧 사라질 눈웃음을 치며 여인은 알았다고 했네,
그녀의 앙가슴에 입을 맞춘 후 시선을 밖에다 두었다네, 비애가 골목을 다니며 피임 도구를 구걸하고 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