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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Jun 02. 2024

꽃의 미학

5월이 되기 약 한 달 전부터 유치원은 참 바쁩니다.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체험활동 혹은 이벤트, 그리고 선물들을 선정하고 미리 주문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질 어버이날에 가정으로 보낼 카네이션 카드 혹은 꽃꽂이 체험 활동 업체를 알아보고, 배송이 몰려 지연되면 안 되니 서둘러 주문을 완료합니다. 본격적으로 5월이 되면 가족들의 사랑과 노력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야기도 나누고, 동화도 들려주고, 노래도 함께 부릅니다. 그리고 한글을 못쓰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유치원이지만 이 날 만큼은 최소한 ‘사랑해요’ 라도 스스로 써보도록 20명의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가족들한테 어떤 말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고 그 말을 종이에 글씨로 써주어 보고 따라 쓰게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집중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는 것 또한 빼놓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5월 7일, 8일에 무사히 아이들 손에 카네이션과 편지를 들려보낸 후 한숨 돌리고 나면 머쓱하게도 스승의 날이 곧 찾아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음이 담긴 쪽지 한 개나 ‘감사합니다’ 혹은 ‘고생하십니다’라는 한 마디도 받기 힘든, 말 그대로 ‘스승의 날’이라는 날이 존재하는 것조차 민망하고 겸연쩍어지는 날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참 속 좁고 치사한 스승이다’라며 고개를 휘휘 저어 생각을 떨쳐내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에는 문득 “내가 스승 역할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책과 속상함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매해 꼬박꼬박은 아니지만 5월 15일 퇴근길에 남편이 꽃다발을 사 올 때가 있습니다. 사실 스승의 날에 남편에게 꽃을 받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를 생각하며 사다 준 꽃이 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꽃을 받으면 왜 기분이 좋을까요? 아마도 예쁜 꽃을 보고 나를 떠올려주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아서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꽃은 왜 예쁜 것일까요? 알록달록해서? 화려해서? 향기가 나서? 모두 다르게 생겨서? 그런데 우리가 세상의 모든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것을 보고 예쁘다고 느끼진 않는 것 같습니다. 곤충의 무늬 등에서 징그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향기 또한 애매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아카시아나 라일락처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부터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꽃도 있지만, 꽃 바로 위에 코를 대야만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꽃도 많으니까요. 향기 없이도 우리는 꽃을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향기까지 좋으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요인은 맞는 것 같긴 합니다.

수 일간 생각을 해보아도 답을 찾지 못해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님의 과학적인 분석으로는 일단 꽃은 대칭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인간은 대칭적인 것에 아름다움을 강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또한 꽃은 식물의 생식기인 만큼 ‘생명’을 상징하므로 새로운 탄생, 새 출발 등을 떠올리게 한다는 요인도 있으며 열매(식량)에 대한 소식이기에 기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요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꽃의 심리적인 효과를 밝혀낸 연구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1. 꽃에 30분 정도 노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2. 꽃이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꽃이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도 높아서 생산성을 높입니다.

꽃은 우리에게 왜 예쁠까? 과학적인 분석 -최보식의 언론


기분이 좋은 날엔 기념과 자축으로, 기분이 그저 그런 날에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안과 위로로 길가에서 만난 꽃을 바라보고 사진으로도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습니다. 때로는 나를 위해 꽃을 사기도 하고 꽃을 보러 멀리 떠나보기도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꽃을 선물해 주는 그 누군가에게는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떠올려준 그 귀한 마음을 꼭 기억하고 보답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렇게 자연적으로 탄생해 우리에게 기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꽃에게도, 그 꽃을 피게해주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에게도 감사와 경이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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