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물조차도 마시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든다. 안 그래도 힘들고 무거운 몸에 무언가를 먹어서 몸속으로 넣는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물이나 이온 음료를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 그것 정도만 의식적으로 먹는다. 나는 특히나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다 보니 정상에서도 오래 앉아서 놀지 못한다. 하산할 때 쉬엄쉬엄 내려가야만 하는 나를 알기에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을 것을 잘 챙겨가지 않았고, 챙겨가 봤자 작은 초콜릿 정도 챙기곤 했다.
어느 여름날, 산행 일정을 결정하여 가방을 채비하고 있었다. 그날은 냉장고에 자두가 있었다. 과일 농사를 하시는 시부모님께서 보내주신 것이었다. 그 자두나무는 조카가 태어나던 해에 심은 나무라서 해마다 더욱 의미 있고 귀하게 느껴지는 열매이다. 귀하고 감사한 마음만으로도 자두가 참 맛있게 느껴졌을 텐데, 이건 절대 콩깍지가 아니고- 시부모님께서 키우신 과일들은 그 어느 마트에서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단맛이 난다. 그래서 나는 시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자두를 한번 맛본 뒤부터 자두가 일 년 내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원통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소중하고 맛있는 자두가 냉장고에 있었던 김에 그날 산행에는 지퍼백에 자두를 몇 개 챙겨 왔다. 산을 오르는 중에는 매번 그랬듯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못 먹고 다시 가져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하산하던 중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초여름이라 덥고 땀도 많이 흘러서 더 지쳤었다. 앉아서 쉬는 김에 자두를 꺼냈다. 막상 자두를 보니 지퍼백을 여는 그 짧은 시간도 조바심이 날 만큼 갑자기 갈증과 허기짐이 몰려왔다. ‘아. 이래서 물 많은 과채류를 챙겨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먹기도 전부터 들만큼 침이 고였다. 그리고 자두를 한입 먹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와아…!” 그리고 드는 생각, ‘어머님 아버님 최고…!’ 이렇게 힘든 산행 중에 먹으니 더더욱 천상의 맛이었다. 새콤달콤함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신나게 하산 길을 내려왔다.
결혼이라는 것을 내가 겪어보기 전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만으로 ‘시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혼 후 그런 걱정은 다 사라졌다. 나는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자두도 받는, 예쁨 받는 며느리라는 생각에 새콤달콤한 자두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머님 아버님께 평생 잘해야지. 귀하게 심고 매일 들여다보시며 키우신 자두를 며느리에게 보내주시는 그 마음을 평생 잊지 않고 보답하며 살아야지. 자두를 먹으며 등산할 수 있는 계절이 기다려진다. 상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