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연명해가고 있는
남편이 있는 병실은 6인실인데, 준중증병실이라 불린다. 환자 대부분은 스스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시한부 인생들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학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내쳐져 장기 입원으로 들어온 경우거나,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조금은 상태가 나아져 옮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 옆 침대에는 해남에서 올라온 말기 위암 환자가 있고, 그 옆에는 90이 넘은 치매 할아버지가 누워 있다. 맞은편 침대는 파킨슨병으로 십 년 가까이 고통받아 온 80대 노인이 차지하고, 그 옆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고령의 환자다. 창가 쪽에는 급성 폐렴 환자가 있었는데,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실과 이 병실을 오가고 있다.
이 병실의 일상은 석션으로 시작해 석션으로 끝난다. 가래를 스스로 뱉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가래가 끓는 소리가 들리면 보호자와 간병인들은 기구를 꺼내들고 서둘러 석션을 한다. 써억써억 가래를 빨아내는 동안 환자들은 몸을 비틀며 고통을 드러낸다. 그 얼굴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다. 손이 떨리고 숨이 막히지만, 그래도 석션을 멈출 수는 없다. 남편도 한때는 매일 석션을 했다. 고통스럽게 몸을 뒤척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다행히 스스로 가래를 뱉어낼 만큼 회복했지만, 언제 또 상황이 나빠질지 모른다.
남편 옆의 위암 환자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먹지 못해 기운마저 빠진 그는 아내에게 가위를 가져오라는 시늉을 한다. 주사줄을 끊고 스스로 생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아내는 그 부탁을 모른 척하지만, 오랜 간병에 지칠 대로 지친 그녀 역시 무너져 내린다. 욕설을 퍼붓는 남편에게 맞서듯, “죽고 싶으면 어서 죽으라”며 이를 악문다. 절망 속에 부부가 서로에게 쏟아내는 말들은 애정의 마지막 흔적이자, 삶이 밀어붙이는 잔인한 비극처럼 보였다. 하루하루 연명하며 버티고 있는 병실 풍경은 궁핍하고 남루했다.
오늘 아침 병실에 들어서니, 남편 맞은편 침대가 비어 있었다. 얼마 전 급성 폐렴으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옮겨온 50대 후반의 아저씨 자리였다. 어젯밤 갑작스레 각혈을 시작해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갔다고 한다. 그 소식은 병실의 공기를 한순간에 무겁게 가라앉혔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병실을 채운 사람들의 운명은 단지 속도의 차이일 뿐, 끝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남편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오늘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당신이 떠나기 전 3월 중순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