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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05

힘든 고비가 있으니 마음 비운다

by 인상파

이번 주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신다. 그런데 어머니가 인후염이 심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따끔거려 꼭 목이 터질 것 같다고 통증을 호소하셨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면 날마다 함께 살고 있는 내가 힘들어진다. 아침 기상이 늦어지고 사람이 게을러져 센터에 보내기가 힘들어질뿐만 아니라 식사, 옷입고 벗기, 씻기 등을 하지 않으시려고 고집을 부리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모시겠다고 했더니 동생은 누나가 몹시 힘들어 보였는지 어머니를 요양원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왔다.

올여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였다. 나중에 어머니가 더 이상 센터에 가시지 못하고 집에 계셔야 할 때를 대비한 자격증이었다. 내가 학원에서 공부한 시기가 막 실습이 강화돼 요양원, 주야간 보호센터, 방문 요양 세 군데를 다 실습해야 시험 볼 자격이 주어질 때였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지 안 좋다고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실습에서만은 진심이었다.

요양원으로는 1주일간 실습을 나갔다. 5층 건물의 요양원이었는데 치매 환자 층에 배정됐다. 치매 정도에 따라 입소자 상태가 다양했는데 요양원에서는 거의 입소자에게 기저귀를 채워서 소변이고 대변을 거기에 싸도록 했다. 멀쩡하게 배변을 보는 사람도 환자처럼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것 같았다. 요양병원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입소자들의 낙상이라고 들었는데 그 요양원에서도 낙상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입소자를 결박하여 놓기도 했다. 그리고 요양보호사끼리의 알력도 있어서 콧줄로 식사를 하는 분에게 잘못된 방법으로 유동식을 드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행위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선임자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습을 합법적인 결박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요양원의 실습도 그랬다. 공짜 노동이라고 온갖 잡다한 업무를 시켰다. 요양원 청소에서부터 묵은 때 벗겨내기, 이동 변기의 배설물 비우기, 썩션 환자 가래 컵 비우기 등등. 오전과 오후에 있는 2번의 기저귀 케어, 간식, 식사, 말벗, 목욕시 머리에서 손과 발을 드라이기로 말리기 등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진행됐다. 이런 일들을 8시간 정도 하고 나니 사람이 기가 빠졌다. 그것은 일의 강도가 강해서이기도 했지만 의식 없는 와상 상태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입소자들을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요양원을 직접 겪고 나니 어머니를 어떻게든 요양원으로 보내는 일은 늦춰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멀쩡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분위기의 장소에 아픈 사람을 데려다 놓는 행위는 명 단축시키는 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곳을 운운하는 남동생의 말에 화가 났다. 어머니를 더 잘 모실 생각을 안 하고 누나 위한답시고 그렇게 경솔하게 심각한 얘기를 꺼내다니.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내가 너무 흥분했던 걸까도 같다. 오랜만에 남동생과 전화를 해서 이런 말을 나누다니, 힘든 고비인 것은 확실하니 마음을 비워야겠다.(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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