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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Feb 19. 2024

콜롬비아 보고타 주짓수 대회 3일 전 부상

흔한 주짓떼로의 일상

보통 저녁 운동보다 몸이 덜 풀어진 오전 운동할 때 더 자주 다치는 경향이 있다. 스파링을 오전에는 더 가볍게 해야 하지만 시합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같이 준비하던 친구도, 나도 몸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갔다. 한 순간 발목이 비틀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 즉시 스파링을 중단했다.


 발목 뒤쪽이 순간적으로 고무줄 튕기듯이 무언가가 튕겨져 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체육관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5분 거리를 약 20분 동안 다리를 거의 질질 끌다시피 왔다. 집에 도착해서 발목 상태를 보니,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봐도 운동은커녕 며칠 걷지도 못할 것 같았다.




 지난 첫 주짓수 대회에서 무기력하게 지고 나서 한 달간은 악몽에 시달렸다. 그 악몽은 시합 전 긴장했던 순간과 매트 위에서 암바를 당하고 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잠에서 깨곤 했다. 그렇게 눈을 뜨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이기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해진다.


콜롬비아에 머무는 동안 대회를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싶었다.


 눈을 감고 잠시 상상한다.

 - 대회에서 이긴 내 모습을.

 - 시합이 끝난 후 심판이 승자의 손을 올려줄 때, 내 손이 올라가는 모습을.

그리고 나는 1등 단상 위에 올라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상상을 한다.


다친 당일 날 부어오른 모습

 다시 돌아와서 발목을 다친 그날이 대회 3일 전이었다. 대회 취소 가능 일정을 보니 이날 23:59분까지 취소하면 100%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 점심부터 23시 40분까지 고민을 했다. 무리해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 50%, 더 다칠까 봐 취소해야겠다는 마음 50%였다.


 대회 3일 전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시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아픈 발로는 참가했다가 오히려 더 부정적인 영향만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날 밤 자정이 지나기 전, 대진표에 내 이름은 사라졌다.


 지난번 무릎 때문에 다녀왔던 정형외과에 다시 방문하여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뉴스에서는 제주도를 보여주며 태풍 카눈에 대해 방송되고 있다. 간혹 이런 식으로 콜롬비아에서도 우리나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라우렐레스의 한 정형외과

 이전에 무릎을 진찰해 주셨던 의사 선생님은 영어도 잘하셨고, 친절하게 진료도 오래 봐주셔서 다시 이 병원에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 선생님은 엑스레이상 뼈에 이상이 없고, 그저 인대가 늘어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끝이 났다. 영어를 못하신다고 해서 어쭙잖은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다가 어려우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통증과 다치게 된 원인을 이야기해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제대로 발목을 붙잡아줄 수 없는 발목 보호대 하나와 약 처방해 주고 끝이 났다. 붕대나 부목을 대어달라고 요청해 보았지만 저런 건 뼈에 문제가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이때 다친 발목은 비골건 탈구였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대학병원에서 MRI를 찍고 수술을 했다. 근데 그것도 모르고, 그저 인대 다친 것은 1~2주 충분히 휴식하고, 이후에는 천천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에 휴식을 취하다가 또 열심히 운동했다.


 처방받은 약과 진통제 그리고 바르는 약도 발라보고, 물리치료도 받으러 다녀봤지만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치료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구입한 발목 보호대보다 미국인 친구가 빌려준 발목 보호대가 더 좋아서 이 친구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발목에 테이핑을 한 뒤에 운동을 했다. 충분히 쉬어야 했지만 그저 운동하는 게 좋았고,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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