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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누굴 뽑아야 돼? 다 맘에 안 들어!!

적당히 좀 뽑아. 특별한 애 없어.

by 초맹


수요공급의 불균형. 채용의 함정


회사는 수시로 사람을 뽑는다. 많이 뽑냐 적게 뽑냐의 차이다. 그럼 회사는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


자. 지금부터 사람을 뽑아보자! 이력서 줘 봐! 많이도 들어왔다. 이걸 또 언제 걸러? 쌓여있는 이력서에 한숨부터 나오지만 일단 들여다보자.


대체 누굴 뽑는담?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


라이테. 경력 봐라. 시키면 뭐든 잘할 거는 같네. 어? 집이 너무 멀어. 나이도 많잖아. 지방에서 서울을 어떻게 오겠다고 지원한 거야?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일단 제끼고.. 다음!


소위 김하진. 호도 있네? 스펙 좋다. 와.. 뭐 이렇게 현란해? 자소서 보소. 대박. 별거 다 했네. 탐난다. 넌 안 되겠다. 왜냐구? 너무 잘 나서 감당이 안 되거든. 다음!


예쁨. 우아! 사진에서 끝났다. AI로 보정했나? 강동 AI 미녀냐? 인상 좋네. 근데 중간에 경력단절도 좀 있고. 이렇게 예뻐서 이거 일 하겠어? 안돼. 다음!


진아. 차분하네? 착해 보인다. 얘는 무슨 이력서를 시로 도배했네. 모래는 거니? 몰 자꾸 회사에서 살어리 살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회사다? 음.. 금방 상처받고 석 달 안에 나갈 듯. 탈락. 다음!


회색토끼. 스펙도 괜찮고. 경력도 무난하고. 말도 잘 들을 거 같고. 요거 순둥이네. 딱이다! 부려먹기 딱 좋지! 어디 있다 이제 나온 것이냐? 가만! 전 직장 연봉이 왜 이리 낮은 거지? 이상한데? 무슨 공무원도 아니고. 어디 하자 있나? 너무 저렴해도 찝찝해. 제끼자.


HR은 늘 욕을 먹는다. "아 사람 왜 안 뽑아주는 거야!"


아.. 뽑을 사람이 없다! 세 시간을 들여다봤는데..

이게 바로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를 검토하는 현실이다. 실제 저렇게 뽑냐구? 응. 별거 없어. 뭐 대기업이고 글로벌이면 아주 엄격하게 하는 줄 알았지? 이게 HR 스탠다드 오리지네이션 리얼판이다 이 말이다.


경제가 어렵다. 회사가 어렵다. 채용문이 계속 좁아진다. 실업률이 늘어난다. 사람들은 줄을 선다. 그래서 회사가 갑이다. 뽑아달라며 목매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직 시장을 봐도 마찬가지다. 신입 시장보다 문은 넓지만 좁아지고 있다. 사람 아까운 줄 모른다.


전화기 붙잡는게 일이다. "면접 보러 오세요!"


사람을 뽑을 때 회사는 스스로 함정을 판다. 바로 완벽하게 맘에 드는 사람을 뽑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이력서만 줄기차게 받는다. 면접에 또 면접을 본다. 사람이 넘쳐나니까 완벽하게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본다. 어차피 사람은 많으니까. 이러다 보면 뽑히겠지? 아니다. 진 빠진다. 뽑는 사람도 지원하는 사람도.


그렇다면 정녕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사람은 없다! 스펙은 맘에 드는데 경력이 좀 애매하다. 경력은 맘에 드는데 인성을 잘 모르겠다. 착해 보이는데 일을 잘할지 모르겠다. 일은 잘할 것 같은데 스펙이 맘에 안 든다. 계속 꼬리를 물고 도돌이표 리피트는 계속 반복된다.


"날 뽑고 싶다구?" 유니콘은 여기 안 온다. [특별출연 소위 김하진]


채용이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채용 요강을 들여다보자. 일단 말이 안 된다. 그걸 다 할 수 있는 능력자는 애당초 없다는 말이다. 즉, 회사의 희망사항을 모두 써 내려놓은 게 채용 요강 되겠다. 우리는 이런 유니콘을 뽑고 싶어 이 말이란 것이다. 즉 100% 능력치가 되는 사람을 정해놓고 뽑아야 하는데, 150%~200%를 붙여 놓으니 거기 맞는 사람이 없다. 그럼 연봉도 그 정도로 올려놓든가? 그치?


당연히 채용 요강을 잣대로 들이밀면 붙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다할 줄 알아야 한다는데 기준이 어마무시하니 지원자들 죄다 모지리처럼 보인다. 그럼 한번 물어보자. 야 넌 그거 다 할 줄 알아? 아니잖아!


면접 탈락이세요! 맘에 안 들어요! 집에 가세요!


어쨌든 유니콘을 향한 마음으로 이 쓸데없는 무한반복 소모전을 치르다 보면 6개월~1년 사이 사람을 뽑게 된다. 그럼 그 뽑은 사람은 맘에 드는 사람일까? 잘 뽑았다고 생각할까? 경력자는 이직해서 1년 이내 후회하는 비율이 80%이며, 회사는 경력자를 잘못 뽑았다 후회하는 비율이 70% 정도 되겠다. 써보니까 맘에 안 들어서? 아니다. 애초에 눈이 너무 높았던 탓이다. 게다가 뽑을 때 다 맘에 들어서 뽑은 게 아니다. 채용이 계속 늘어지니 어쩔 수 없이 타협해서 뽑는 게 대부분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눈은 하늘에 걸려 있으니 누가 뽑혀오더라도 마음에 들리 없는 셈이다. 이직해 온 사람들은 당연히 적응하기부터 과중한 일을 쳐내기도 쉽지 않다. 후회가 솟구치는 게 당연하다. 회사의 채용. 그 상호 간에는 서로가 시작부터 후회를 안은 채 시작한다.


첫 인상부터 맘에 안 든다. 안 봐도 거의 탈락 확정?


그럼 사람은 어떻게 뽑는 거냐? 그 유니콘을 바라는 채용 요강이 원흉이다. 채용요강에서 바라는 거 1/3 정도를 날려버리면 된다. 즉, 기대치보다 눈을 1/3 정도 낮춘다는 의미다. 즉, 사람 보고 뭐가 좀 부족해 보여도 대충 2/3 정도 마음에 든다 싶을 때 픽을 하면 된다. 그럼 쓸데없이 이력서로 책을 만들어 무수한 면접을 보고, 사람 안 뽑는 병목현.. 아니 병맛현상을 줄일 수 있다.


지원자가 완성형인지를 봐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 없으니까. 그때는 포텐셜을 추가해서 봐야 한다. 그럼 만족도 35%짜리 캐릭터가 포텐셜을 포함하면 70% 이상이 되기도 한다. 그때 뽑으면 된다. 가끔 어쩌다가 완성도 90%, 100% 짜리 캐릭터들이 나오기도 한다. 모두가 눈이 돌아가는 그런 캐릭터가 있기는 하다. 근데 걔들 데리고 롱런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뽑아 놓으면 다 뒷담이 시작된다. 우수해서 뽑았는데 별로더라. 주변의 집중 견제가 시작되고 결국 얼마 못 버틴다.


싸고 일 잘하면 토끼도 뽑는 게 회사다. [특별출연 회색토끼]


회사가 뽑는 우수인재의 기준이 뭐냐? 회사마다 너무 달라서 맞추기 힘들다고?


아니다. 다 똑같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간단하다.

대감집에 충성 다해, 시키는 거 죽어라 하는 노비가 기준이다. 그걸 빙빙 돌려, 창의적이고 협업에 진심이며 진취적인 인재라는 식으로 떠들어 대는 것일 뿐이다.


회사는 토끼가 싸고 일을 잘하면 사람 대신 토끼도 뽑아다가 일 시키는 거 그게 회사다. 비정한 자본주의 원래 그런 것이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채용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사람은 자고로 보고 또 보아야 마음에 드는 법이다.

마음의 온도란 서서히 높아져 가는 것이다.


"시청율 불 좀 지펴줘?" 스카웃되는 자의 여유 [고액출연 마음의 온도]


누구를 뽑아야 돼? 마음에 드는 애가 하나도 없네?

오늘도 그런 생각하는 너!


야. 넌 뭐 맘에 다 들어서 뽑힌 줄 알아? 그거 알아? 니가 저번 달에 뽑은 그 사람도 너 맘에 안 든다 그러더라!

하여 작작 좀 하고 적당히 좀 뽑자!

어느 누굴 뽑더라도 다 내 맘에 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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