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녀도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

애초에 쓸거 다 못 쓰는 오피스 게임의 환경 설정

by 초맹


부자 코스프레는 허세충 거지들이나 하는 것!


대기업. 우리 사회의 성공 지표다. 그래서 다들 대기업 가려고 아둥바둥 한다. 대기업 들어가면 어깨에 뽕 좀 차오른 상태로 시작한다. 분명히 버프 효과는 있다. 출발선이 앞선 것 같다. 남들보다 월급도 쎄다. 적당히 모아도 금방 부자될 것 같다. 어찌보면 이따위 생각이 가장 독이다. 그러나 대개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다. 인생 성공했다는 장미빛 그려가며 희망회로를 너무 돌린 나머지 방심하게 된다.


(주)초맹 입사! 초일류 대기업! 성공한 미래가 다가온다.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나의 인생을 살겠어!'

근데 회사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네? 멀다. 힘들다. 이 핑계로 로망이었던 자취를 실현한다. 방을 보러 다닌다. 싼게 비지떡이랬나? 저렴한거 찾으면 무슨 원룸이나 낡은 동네 반지하 밖에 안 나온다. 자취는 안전이 중요하지. 좁아도 쌔거에 깨끗한게 좋고. 월100만원도 넘는 오피스텔을 얻는다. 괜찮다. 그래도 300만원 남는다.


7평 오피스텔. 삶의 첫 터전이 생긴것만 같다. 좋다. 이제 나만의 라이프를 가꿔야겠지?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인테리어를 검색한다. 높낮이 조절되는 재택 환경이 가미된 스마트 책상을 지른다. 내 허리는 소중하다. 초맹가구 더블 매트 울트라 스프링 침대 정도 질러준다. 은은하게 조명도 좀 심어준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산다. 이제 제법 스마트한 대기업 직장인다워 보인다.


가만. 얼마를 쓴 거지? 아직 100만원 남았네. 모르겠다. 남은 건 이달 생활비 해야지.

자취는 인테리어 부심을 느끼게 한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살겠어. 아침에는 아메리카노. 오후에는 나른하니 달달한 라떼! 이 와중에 자취하면 밥은 잘 먹어야지. 기왕 즐겁게 먹으면 더 좋잖아. 주변 맛집을 탐방한다. 할인권도 모으는 알뜰한 나. 다만 맛집은 할인을 받아도 비쌀 뿐이다. 그럼 안 되지. 저녁은 직접 레시피 보고 따라해 본다. 망해먹고 남은 식재료는 과감히 버린다. 일하고 오면 몸도 힘들고 귀찮다. 배는 고프고.. 어쩐담? 아! 그렇지! 배달! 배달음식으로 때운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돈이 점점 바닥 나간다. 아직 월급날까지 좀 남았는데.. 그닥 뭐 쓴 것도 없는데.. 100만원이 금방 나가네?

'아하! 그래! 난 대기업 직장인이니까 마이너스 통장을 파자! 신용도 짱짱하니 신용카드도 만들고! 미래의 나에게 돈을 꿔 오겠어!'


초맹은행에 간다. 마이너스 통장을 파고 신용카드도 만든다. 급여랑 공과금은 자동이체. 금리 혜택도 받으니 개꿀! 이렇게 한달 월급보다 더 쓴다. 괜찮다. 내겐 초맹카드가 있으니까. 다음달이 되면 못 샀던 아이템 리스트를 작성한다.


부모님 용돈도 좀 드린다. 성공한 자식의 위용이랄까? 사고 싶었던 초르메스 백도 하나 산다. 보고만 있어도 만족스럽다. 흐뭇하다. 문제는 들고 나갈 일이 없다는 것. 출근 때 들고 갈까? 아님 친구들 만날 때? 아. 그게 문제가 아니다. 옷장을 열어본다. 명품백에 어울리는 옷이 없네? 주말에 초맹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한다. 그래. 딱 몇 개만 사는거야. 오래 입으면 되지 뭐.


처음에는 해 먹다가, 저녁은 외식 아니면 배달이다.


직장생활 몇 개월이 훅 지난다. 이때부터는 월급을 타면 카드값으로 공과금에 관리비, 뭐 사 제낀 거 하면 디폴트 150만원 넘게 나간다. 월세 100만원 넘게 나간다. 절반 넘게 나가고 남는 돈을 손에 쥔 채, 다시 생활전선을 시작한다. 주변 동료들을 보면, 보험도 들고 연금도 따로 든다.


그래. 젊어서부터 관심가져야지. 든든한 노후의 시작은 지금부터니까. 이제 스스로를 챙겨야 돼. 어엿한 사회인이잖아. 미래를 꼼꼼히 설계하는 나를 칭찬하며, 이것저것 알아본다. 초맹생명보험에 가서 암보험에 실비 풀보장옵션으로 땡겨버린다. 초맹은행에 가서 개인연금계좌도 하나 판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모자르니까.


"우와. 30년만 부으면 무려 100만원이나 준대! 10년 지나면 해지해도 원금 보장이래! 초맹연금 대박!"

그렇다. 이들은 모른다. 돈의 가치는 점점 휴지조각이 된다는 걸. 돈 가치가 30년 뒤에 똑같아야 대박이지..


스마트 코스프레는 계속된다. 폰도 좀 바꿔줘야지. 초맹AI가 탑재된 초맹폰을 산다. 스마트한 삶. 인강도 보며 자기계발도 좀 하고 글도 좀 써보고 싶다. 그럼 노트북이 필요한데.. 뭘 살까? 또다시 검색은 계속된다. 카페에 가져가서 쓸 때 돋보여야 한다. 성능도 당연히 좋아야지. 집에 둬도 스마트한 인테리어와 어울려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하는 걸 찾아낸다. 최고급 초맹북을 지른다. 카드 값이 좀 버겁지만 괜찮다. 딱 이거까지만 사면 이제 당분간 살게 없으니 금방 회복될 거다.


카페에서 펼친 초맹북에 자존심이 한껏 드높아진다.


1년이 지나면 반복되는 생활이 귀찮다. 무료함을 탈피하기 위해 잘 꾸며둔 인테리어와 소품들을 찍어 인스타에 올린다. 맛집에 갈 때마다 찍어서 올린다. 어? 반응이 온다. 좋다. 남들이 부러워 한다.


회사 적응도 끝났겠다. 주말에는 친구들도 만난다. 대기업 위상 한껏 드높이며 한턱 씩 낸다. 친구들이 띄워준다. 기분이가 좋다. 젊어서 놀아야지. 이 맛에 돈버는 거잖아. 오마카셰도 좀 먹어주고 그래야 되는 거잖아. 이런게 소확행이지. 행복은 그리 멀리 있는게 아냐. 자위적 사고는 이렇게 발동한다.


한 2년 지나간다. 연초가 되면 자신을 돌아본다. 살이 쪘다. 이런. 옷이 낑긴다. 안돼. 운동도 하고 자기를 가꿔야지. 헬스 요가부터 끊고, 여기 맞춰 옷이랑 신발 또 산다. 할거면 제대로 갖춰서 해야지. 결국 두어달 나가다 안 간다.


[초맹의 품위있는 오피서 파산 시나리오]
월급 입금(500만원) - (월세 100만원 + 통신비/공과금/보험료/교통비 100만원 + 자동차 할부 100만원 + 밥/커피 100만원 + 운동/쇼핑/여행 등 나를 위한 선물 100만원 + 기타/모임/경조 50만원) = -50만원

1. 중간중간 잇템 하나씩 지르면 마이너스 탕진 속도는 더욱 빨라짐
2. 이걸 1~2년 반복하면 마이너스 잔고가 훅 늘어나고 이자도 꽤 추가 됨
3. 다시 3~4년 반복하면 결혼은 노우! 출산은 노우! 엄마 찬스를 찾음. 엄마! 도와줘요!
4. 이게 5~6년 반복되면 이미 습관이 됨. 세상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됨
5. 총 10년 반복되면 이제 쥐뿔도 없어서, 회사가 시키는대로 뭐든 다하고 살게 됨


무심코 통장 잔고를 본다. 반성이 더해간다. 뭐지? 2년 지나도록 모은 돈이 없다. 재정적인 것도 신경 써야겠다. 올해부터는 저축을 해야겠다. 줄일만한 것들을 조금씩 줄인다. 한우도 덜 먹고, 커피도 한 잔 줄이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많이 못 모아도 작게나마 저축하면 돼. 매달 50만원씩 저축한다. 쓰는 건 매달 400정도다. 그래도 적금 통장을 보며 흐뭇해진다. 기특한 일을 한 것만 같다.


나는 한달에 무려 50만원이나 저축해! 부럽지?


다시 2년이 지난다. 모은 돈읔 대략 1,500만원 정도. 흐음. 생각보다 적네. 내 연봉이 얼만데 겨우 이거 밖에 못 모은걸까? 안 되겠다. 재태크에 관심 가져야지. 남들 다하는 주식도 좀 해 보자. 책도 사고, 유료 강의도 끊는다. 또 돈이네? 괜찮아. 이제 대리가 되었어. 연봉도 많이 올라가잖아.


한달동안 주식 공부해 보니 어렵네. 일단 500 정도 주식에 넣자. 오르다 내리다 돈이 팍팍 안 늘어난다. 왜 대박이 안 나지? 남들은 500 넣고 1억 벌었다고 그러든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러다 떡락해서 반토막 난다. 아. 몰빵 안 하기를 잘한 것 같다. 그냥 매주 로또 두 장씩 사야겠다. 요행을 바라는 게 아냐. 한 주의 희망을 사는 거잖아. 얼마 되지도 않고.


이 무렵 주위 사람들을 보면, 주말에 드라이브도 다니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닌다. 인스타를 봐도 다들 잘 사는거 같다. 나만 빼고.

'그래. 나도 그 정도는 되잖아. 누릴 수 있잖아. 대기업 다니는데 그 정도 해도 되잖아!'

승진도 했고 연봉도 올랐다. 언젠가 다 충분히 메꿀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차를 사러 간다. 차는 안전해야 되고, 오래타야 되니까 좋은거 사야지. 천만원 들고 초맹자동차에 가서 초르매르 나인을 둘러본다. 보통 다들 할부로 산다는 말에 솔깃한다. 그래도 저건 너무 비싸다. 결국 애매한 외제차 한 대 5년 할부로 질러 버린다. 굉장히 대접받는 기분. 돈은 쓰려고 버는 거니까. 어차피 차는 자산이잖아.


새차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5년 동안 월할부 150만원이 또 나간다. 좀 타격이 있긴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니까. 나도 그 정도는 되잖아? 해보지만, 좀 신경 쓰인다. 저축 좀 하려고 했더니 돈이 또 나가네? 생활비 좀 줄이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보면 될 것 같다. 괜찮다. 5년 버티면서 과장되면 다 메꿔지겠지.


새차가 오면 차 앞에서 한달 동안 인스타 사진만 찍는다. 차 값에는 할부만 나가는지 알았는데, 세금, 보험료, 연료, 부품, 검사비 등등.. 은근 돈 많이 잡아먹는다. 이걸 자동차 유지비라고 하는 거구나. 할부 월 150만 계산했는데, 체감은 월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어디 꼴아박을까 봐 끌고 나가기도 무섭다. 사실 갈데도 그닥 없는게 함정이다.


마이 드림카야! 어때? 부럽지?

차타고 드라이브 갈데가 없으면, 해외로 눈을 돌린다. 매년 한 두번씩은 해외여행 정도 다녀와 줘야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하지 않는가? 리프레쉬란 이런 것이다. 이 정도는 심한거 아니잖아. 인생 젊을 때 즐기고 살아야 하잖아. 인스타 봐봐. 다들 그렇게 산다고!


이들의 생각은 보통 같다. 회사가 월급 올려주고, 승진해서 월급 오르면 나아질거라는 기대감이 앞선다. 경력 쌓아 이직하면서 몸값 좀 올려보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뭐 회사가 1억씩 팍팍 올려준다면 가능은 하지만, 현실판 게임에 그런 선택지는 없다.


그런데도 정신 못차리고 나중에 결혼하거나 신혼집 보러 다닐 때도 신축 30평대 아파트만 죽어라 찾아댄다. 그냥 신축은 안 된다. 브랜드는 또 겁나 따진다. 초맹 꿈마을시티, 초맹한세상, 초매안, 초매오시티 정도는 되어야 한다. 돈도 없는 것들이 주제파악 못하고 말이다.


이미 사회에 나와서부터 허세물이 깊게 배인 탓이다. 빌라 살면 죽는 줄 안다. 인생 무너지는 줄 안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누가 아파트 샀다고 하면 눈이 돌아서 풀대출에 영끌해서 나도 샀어! 한번 시전한다.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건 그때 뿐이다. 거기까지다. 그리고 막대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1~2년 후 다시 던지기 한다. 급매와 경매의 절반은 이렇게 나온다.


엇? 쟤 모야? 저거 설마 골드바야?


남들 이목 그렇게나 신경쓰고 무너지는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조작된 SNS의 행복이 모두가 누리는 일상인 줄 착각한다. 그 SNS의 모습처럼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전국에 3%도 안 된다. 대기업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그거 다하고 사는 건 너네 쩐주 밖에 없다.


오피서는 원래 하고 싶은거 다 할 정도의 돈을 주지 않는다. 이게 바로 오피스 게임의 숨겨진 설정이다.

왜냐구? 그래야 부족해서 회사에 더욱 목매게 되니까.


저런 허세충들만 있으면 좋겠어. 돈 벌기 참 쉽구만.


회사가 원하는 건 바로 너야!

너 같은 인재 말고. 너 같은 소비자!


그래서 답이 뭐냐고?

우리는 어른들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보다 못 벌고 자식은 많이 낳아서 대학까지 보내며 할 거 다 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어른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돈은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모으는 거야!"


뭐? 아직도 모르겠다구?

너가 그러니까 1년 365일 돈 써 가면서 다이어트만 줄창 하고 있는거야! 이 돼지야!


돈 좀 모으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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