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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r 18. 2024

회사의 본진 경영지원부문을 털어보자!

오피스 게임 본진 경영지원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안방 살림은 회사 지키려고 하는 거야!


회사의 본원적 활동은 사업이다. 그래서 잘 나가는 사업부문을 핵심으로 여기기 쉽다. 근데 본진은 거기가 아니다. 어느 회사나 있는 경영지원부문. 속해 있는 팀들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재무회계, 법무, 관리, 인사총무, 홍보 같은 영역들이 있다. 회사의 안방 살림을 도맡고 있다.


오피스 게임의 요새이자 캐슬이다. 저곳의 보스가 바로 CFO다. 다른 임원 보스들보다 강력하다.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지원 소속 직원들은 충성도 높은 자들 위주로 배치하는 경향이 많다. 현업 부서에 비해 분위기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이다. 높은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한다. 그래서 의전도 중요하다.


높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은 경영지원부문이다.


일상적인 일들은 부서 네이밍이 잘 말해준다. 회사 자금을 순환시키고, 사업 예산을 배정한다. 긴급 자금도 지원한다. 사업부서의 법무 조언, 계약서 작성, 유사시 분쟁이나 소송에도 나선다. 사업부문의 제품 출시나 행사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하기도 한다. 공시도 하고 각종 회의체도 운영한다.


어디 그뿐인가? 경영진을 보좌한다. 오피스나 공장 부지 계약도 한다. 부서에 결원이 나면 충원하여 현업 부서를 돕는다. 회사가 해야 하는 안방 살림은 다 여기다. 그래서 경영지원이 없는 회사는 없다. 이들은 늘 일이 쌓여있다. 물론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들이다. 신명조와 궁서체를 좋아히는 이들. 흐트러짐이 없다. 그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뒤에서 묵묵히 지원을 수행하는 헬퍼들..로 보인다.


누구나 한번 쯤은 이들의 지원을 받게 된다.


그렇다. 여기까지는 경영지원의 맑고 고운 모습이다. 민낯은 바로 지금부터다.


회사가 어렵거나 중요한 시기. 비로소 이들이 전면에 나선다. 이때 경영지원부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경영지원 소속 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완장을 찬다. 완장질이 시작된다. 각 사업부서의 목표실적을 직접 정해주고 계속 체크한다. 못하면 줘 팬다.


기한 지났잖아! 빨리 빨리 제출하세요!


아이디어 공모를 열어 신사업 기획안도 제출받는다.

앞에서는 "자율 제출, 우수자 포상"

뒤에서는 "팀당 10개씩 꽉 채워 와!"

할당량을 떨어뜨린다. 못 채우면 또 팬다. 의무적으로 현장 돌아보고 리포트 내라고 한다. 이때 자리에 앉아 있으면 막 팬다. 리포트 제때 안 내면 더 팬다.


애사심 뿜뿜 정신승리 캠페인도 지휘한다.

"우리는 초맹인! 더 베스트 더 퍼스트!"

이상한 슬로건을 만들어 낸다. 출근길에 피켓 들고 기념품도 나눠준다. 뭐 다 좋다. 근데 지들끼리 좀 하지. 전 직원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다른 부서 인원 착출해 매일 순번 정해서 돌린다.

"저는 집이 멀어서 캠페인 하기 힘든데요? 헤헤"

이러면 그냥 팬다.


이 모든 것은 최종 보스가 "이제 그만!" 할 때까지 계속 팬다. 암만 봐도 정상이 아니다.


창립 기념일 행사부터 별 걸 다 챙겨야 한다.


경영지원의 존재 이유는 따로 있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경영지원부문은 각 팀들끼리도 서로 비밀이 많다. 이들은 통상 이상한 일에 많이 엮여 있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란 말 못 할 만한 은밀한 일이라는 의미다. 근데 회사의 카더라 통신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된다.


어디선가 근본도 모르는 이상한 직원이나 팀장이 갑자기 새로 날라왔다! 윗선에 없던 자리가 갑자기 생긴다! 결원은 그렇게 안 뽑아주더니? 맞다. 낙하산이다. 윗선 누구 아들딸내미거나 친인척이다.


돈 써서 해결할 일 직원들이 몸빵 하게 되는 이유는? 팀장이 바보라서? 아니다. 밤낮 계산기만 뚜들기는 재무에서 돈 줄을 쪼아놔서다. 윗선들의 이상한 접대비 같은 건 알아서 회계 처리 잘한다.


초맹일보 그 기사 당장 내리라 그래!


홍보실의 꽃은 보도자료 배포해서 조회 수 튕기는 게 아니다. 언론사에 전화 돌려 나쁜 기사 내려달라 사정하는 게 일이다. 이들의 일상은 블라인드 나쁜 글 모니터링해서 신고 맥이는 거다.


오피스나 공장 부지 선정은 여러 가지가 고려된다. 사업 입지나 연결성, 세금 혜택, 부동산 전망 등 다양하다. 여기서 직원들 출퇴근 거리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회사를 위한 많은 계약과 소송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망을 쏙쏙 피해 갑질 계약서를 만들어낸다. 변호사와 로펌을 동원하여 주인님을 지켜낸다.


회사 로비에 못 보던 유명 그림, 조각상이 전시된다. 노비들 눈호강 하라는 건가? 아니다. 눈호강은 언플용이다. 나중에 문제 되면 "이거 복지용인데요. 기사도 나왔어요."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값이 오르는 것은? 그렇다. 바로 고가 미술품이다. 맨날 돈 없대면서 이런 걸 사들이는 이유가 뭘까? 미술품은 감정가가 제각각이다. 사고 파는 게 불투명하다. 돈세탁에 최적이란 소리다.


모든 은밀한 일은 이들의 손을 거친다. 그래서 비밀도 고급 정보도 많다.  


뭐지? 새로 오는 임원인가?


이곳은 회사의 주요 행정처다. 경영지원의 특징은 모두 관공서 한 두 개씩은 끼고 일을 한다는 점이다. 행정 신고나 법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부, 국세청, 국토부, 행안부, 산자부, 금감원 등등 셀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사람들도 관료화되는 듯 보인다. 실상은 법 기술자가 되어간다.


진정한 치트키가 난무하는 경영지원부문. 존재 이유는 바로 회사의 본진이자 캐슬이기 때문이다. 보통 위치도 오피스 출입구와 가장 먼 곳에 배치한다. 요새가 갖춰야 하는 천연의 지리적 입지를 택한다. 왜냐? 접근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멀리 떨어져 뭘 하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다.


본진이 털리면 게임은 끝난다. 그래서 본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게임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다. 방어 요새다. 심심하다고 아무 때나 놀러 가지 말자.


경영지원부문이 강력한 이유는 각자의 퀘스트에서 게임의 룰을 정하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수시로 바뀌는 룰에 맞춰야 한다. 관리자인 중간 보스들도 이들이 쉽지 않다.


경영지원부문은 업무를 지원하는 곳이 아니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위험 요인의 관리라는 것이다. 그 위험 요인에는 여러분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회사는 절대 말해주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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