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월급이 가장 늦게 오르는 이유
월급쟁이 말고 주급쟁이 하고 싶다!
모든 직장인에게 중요한 것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월급 아닐까? 월급쟁이로 불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에 의지한다. 월급 마약이라고 할 만큼 한 달의 스트레스를 월급날 씻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월급을 바로 알 필요가 있다. 월급의 특징은 가장 낮게 그리고 가장 늦게 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적으로 월급이 왜 제일 늦게 오르냐구? 예산 배정 순서가 가장 늦기 때문이다. 회사는 전년 사업실적을 추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며 우선순위를 정한다.
첫째, 현재 고정비용이다. 현 수준 유지는 당연하다. 둘째, 생산활동 예상치 증분을 반영한다. 사업부문의 목표치를 배정하며 비용을 잡는다. 여기서 제품 가격에 오른 물가를 다시 집어넣어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회사는 바보가 아니다. 그래서 오른 물가가 또 오르는 것이다.
그다음 부채상환과 투자계획이다. 대출 이자, 어음 만기 등 자금 순환을 고려한다. 벌어들인 돈으로 설비투자 계획도 잡는다. 여기까지 계산기를 두들기며 회계년도 시작 전에 처리한다. 그다음 마지막이 급여 인상이다. 물론 임원 급여는 제외다. 총량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도 않거니와, 임원 급여는 어나더 레벨로 본다.
이렇게 순번으로만 봐도 다른 게 먼저 오른다. 그다음 급여가 가장 나중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급여가 오르는 타이밍에 분명 물가는 더 올라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의 인상은 절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자본주의 역사 상 급여 상승이 실물 가치를 따라잡은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고과 평정 결과가 나오고 급여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씩 질질 끌린다. 월급 인상 타이밍은 늦어진다. 이상하지 않은가? 임원 고과 평정은 연마감을 안 해도 예상치로 해 버린다. 회계년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근데 직원 고과 평정은 왜 그렇게 안 할까?
HR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과가 진행되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애로사항을 얘기한다. 근데 사실 연 절반 정도 지나면 고과 뭐 받을지 다 정해져 있는 게 현실이다. 정말 11월, 12월 막판까지 하는 거 보고 고과가 정해지나? 고과 주는데 그렇게 체계적으로 오래 걸리면서 하나? 현실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공정해 보이는 인사 고과 프로세스를 만들다 보면 복잡해진다. 복잡한 만큼 시일은 각 단위 프로세스 별로 더 들어간다. 점점 뒤로 밀린다. 그냥 그뿐이다. 현실은 2개월 동안 고과 매기나, 2주 동안 고과 매기나 별 차이 안 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국제 정세도 복잡하게 맞물린다. 결국 원자재가 오른다. 물가가 오른다. 땅 값이 오른다. 기업 자산총액이 오른다. 이자가 오른다. 세금이 오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월급이 오른다.. 아주 쬐끔..
급여를 왜 월 단위로 받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연봉 계약했는데 연에 한번 받으면 안 되나? 일단 안 된다. 생계유지 안정을 위해 급여는 최소 월에 한 번 이상 지급하도록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서양은 주급, 격주급으로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단순히 문화적 차이일까? 아니다. 월급은 주급으로 나눠서 줘도 된다. 어쩌면 이렇게 지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근데 왜 월 단위에만 주는 것일까? 여기에는 꼼수가 숨어있다.
보통 공공부문은 1개월을 다 근무하고 익월 5일이나 10일에 월급을 지급한다. 민간부문은 1개월 만근이 안 돼도 25일에 지급하는 곳이 많다. 급여는 한 번에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회사는 이를 계속 끌어서 이자 수입 확대 또는 대출 이자를 줄이려는 것이다. 즉, 주별로 급여를 지급하면 손해가 커지는 구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버티다가 월 만기에 맞춰 지급하는 것이다.
주급 아닌 월급으로 지급하면 그만큼 노비들에게 이자 측면의 손해가 나는 것이다. 만약 급여를 분기 단위로 지급해도 된다고 하면? 아마 회사는 분기에 맞춰 지급할 것이다. 맞지? 다른 건 선진국 하는 거 다 따라 하면서 왜 급여는 그렇게 안 하는데? 그치? 이런 건 왜 대 어메리칸 제국이랑 그레잇 킹덤 안 따라가는 건데? 이상하지? 자! 이래가지고 성은이 망극해지겠냐는 말이다!
오피스 게임에서 그럴 리 없다마는.. 만약의 가정이다. 급여를 주급으로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회사는 이자 손해를 본다. 그 이득은 직원이 갖게 될 것이다. 생계유지는 그전보다 더 안정적이 될 것이다.
회사의 임금체불도 상당수 줄어든다. 임금체불이 어떠한가? 이달 월급 못 주고 다음 달에 줄께를 몇 번 반복하며 쌓인다. 한번 번복에 한 달을 기다린다. 주급이라면 매주 급여 달라고 재촉이 될 것이다. 그럼 체불이 줄어들겠는가? 늘어나겠는가?
급여를 매월 1일 선불로 지급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회사는 무척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먹튀 직원들이 많아진다. 10일 일하고 도망가면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돈 받아내야 한다. 연락이라도 두절되면 받기도 쉽지 않다. 쓸데없는 일이 많아진다. 근데 과연 먹튀가 그렇게 많이 나올까? 적어도 1년 이상 만근한 사람들은 이미 퇴직금이 담보 잡혀 있다. 아님 처음 1년 입사 보증금이라도 받아서 걸어두던가?
급여를 매월 3 분할하면 어떨까?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이런 형태로 말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나름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계약금은 일을 착수하며 신뢰의 표시를 보이기 위해 지급한다. 중도금은 일의 진척을 어느 정도 본 후 지급한다. 잔금은 최종 완료를 확인하고 지급한다.
마찬가지다. 월급 30%를 1주 뒤 지급한다. 40%는 3주 뒤 지급한다. 마지막 주 나머지 30%를 지급한다. 회사는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냥 형식적으로 할 거면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한다면 월 업무 관리에 꽤 유용할 수도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급여가 수차례 들어오는 것은 반길 일이다. 다만 월 업무를 문제 삼아 잔금을 깎으려는 회사가 못 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형식적으로 다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여 안 줄려고 장난치는 건 오피스 게임에서 가장 사악한 짓이기 때문이다. 다만 말썽쟁이 꾸러기들에게 딜을 날리고 정리하는 수단으로는 꽤나 괜찮을 것이다.
위 가정은 모두 개소리일 수 있겠으나, 월급의 형태를 벗어나는 어떤 절충형은 필요하다. 월급제는 이렇듯 회사만 일방적으로 득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과급이나 보너스 이런 제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미안하다. 급여에서 확실하지 않은 가정은 믿는 게 아니다.
회사는 성과에 보상한다.
가장 낮게 그리고 가장 늦게..
보상은 하되, 급여인상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면.. 여전히 월급을 가장 낮게 그리고 가장 늦게 올리고 있다면.. 아직도 월급으로 희망고문을 이어가고 있다면..
회사 약속 믿지 말고, 차라리 재테크나 투자를 해라. 이런 건 원래 월급쟁이들 하라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 게임에서 회사, 임원, 급여는 믿는 게 아니다. 이는 오피스 게임 절대 불변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