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게임 회사의 바보들
야! 이 회사 밖에 모르는 바보야!
모든 직장인에게 아침 기분은 매우 중요하다.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이 중요하다. 그중 으뜸은 월요일이다. 월요일 아침 기분을 잡치게 되면 한 주가 더러워진다. 그래서 특히 먼데이 모닝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초맹의 한 주 기분 공식
(+ 방향 : 깨끗함 정도, - 방향 : 더러움 정도)
1. 대입 수치(월요일 아침 기분 = x) : 상쾌 +10, 쏘쏘 +5, 보통 0, 꿀꿀 -5, 극악 -10
2. 공식 : 월(5x)+화(4x-10)+수(3x-15)+목(2x-20)+금(x+30) = 한 주의 기분
3. 해설 : 월요일 기분이 상쾌하다면 10 x 5 = 50이다. 월요일 기분을 쏘쏘 하게 시작할 경우, 수요일의 기분은 수(3 x 5 - 15) = 0이 된다. 이렇게 평일을 모두 더하면 그 주 기분의 총합이다. 총합을 5로 나누면 한 주의 데일리 평균 기분 지수가 된다. (주말은 오피스와는 별개며,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다시 월요일 기분을 결정하므로 여기서는 제외한다.)
※ 주의 : 가끔 문제를 풀 때 킬러 문항이 나온다. 달력 중간에 휴일이 있는 경우이다. 휴일 전날은 금요일 가중치를 한번 더 해주고, 다음 휴일은 제외해야 틀리지 않으니 주의하자!
예) 수요일이 휴일인 경우 = ...화(4x-10)+30+목(3x-20)...
다른 변수가 없다고 가정할 때, 월요일 아침 기분이 보통이면 0이다. 아무리 상쾌한 월요일을 시작해도 기를 빨린 나머지 목요일에는 0이 나온다. 쏘쏘 하고 무난한 월요일을 시작하면 수요일에 0이 된다. 꿀꿀하게 시작하면 목요일까지 그 더러움이 지속된다. 금요일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맞냐 틀리냐 수치 왜 저러냐? 자꾸 따지지 말고! 그냥 '아하 이런 느낌?' 하자! 요지는 월요일 아침 기분은 그만큼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거다!
월요일 아침의 기분은 보통 부서 주간회의에서 좌우된다. 실적이 좋고 진행사항들이 매끄러운 경우 쏘쏘 이상은 가게 된다. 그러나 실적이 죽을 쒔거나, 그 죽마저도 개를 줬거나.. 그래서 윗분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최소 꿀꿀하게 시작한다. 진행사항들이 죄다 막혀있다. 그 사이에 내가 낑겨있다? 그러면 극딜 꽂아 박히면서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난 아닌데?' 하면서 스크롤 내리지 마라!
너 지난주에 옴팡 깨진 거 다 안다!
월요일 아침 주간회의. 일단 조용하다. 다들 눈치부터 살핀다. 실적이 좋지 않다. 목표대로 못 가고 있다. 전주 진행사항과 금주 예정사항이 거의 똑같다. 팀장님의 주름이 꿈틀거린다. 풀지 않는 팔짱 속 손가락이 꼼지락 댄다. 맞다. 초조함을 숨기고 있다.
"김과장. 이거 실적 왜 저래! 판매지수 꼬꾸라졌네?"
"저 그게 원래 이 맘 때는 잘 안 되는 때기도 하고.."
"이대리는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왜 지지난주부터 계속 내용이 똑같애?"
"업체에서 계속 지연이 돼서.. 어제도 독촉 메일 보냈습니다."
"언제까지 메일만 보낼래? 안 되면 전화하고, 그래도 안 되면 쫓아가서 결판내야 될 꺼 아냐! 아 이런.."
실적이 안 좋을 때 회의실 공기는 순환되지 않는다. 한 명씩 말을 뱉다 고개를 떨군다. 서로를 의지하며 한마디 보태주기를 바라지만,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모두가 다 쓰러지기 전까지 총질은 계속된다.
"서과장. 수출 계약서 왜 안 올려? 네고 끝났잖아."
"상대 계약 담당자 소피아가 좀 더 기다려 달래요."
"이번 주까지 결재 못 받으면 예산 깎인다고! 소파고 나발이고 한국에 왔음 한국 법 따르라 그래!"
총알이 떨어지자 대포를 들고 모두에게 광대역 공격을 펼친다. 나왔다. 팀장님 전매특허 국힙 어택!
"요새 모두 너무 안일하게 일하는 거 아냐? 전무님도 이번 건 기대 많이 하고 계시다고!"
"다들 적당히 일하고 그냥 막 퇴근하면 되지? 회사에 뭔가 바라기 전에, 뭔가를 먼저 하란 말이야!"
"여기 다 바보야? 이렇게 밖에 못해? 머리는 다 장식품 꽃밭이야? 그렇게 생각들이 없어!?"
"나는 매일 잠도 못 자! 회사 걱정하느라!! 성과 만들어 보려고! 왜냐? 회사 위! 해! 서!"
힙합 시간이다. 샤우팅은 극에 달한다. 말하는 이도, 보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 숨이 막혀온다.
잠시 짧은 1초의 정적이 흐르고..
순간 눈이 마주쳤다. "뭐야 초맹. 뭐 할 있어?"
무심코.. 튀어나와 버렸다. "팀장님 바보.."
가장 당황스러운 그분 "뭐? 뭐야? 바.. 바보!?"
모두 일제히 고개를 든다. '뭐지? 방금?'
대형사고 감지한 듯, 놀란 토끼들이 두리번 거린다.
아씨.. 이 쌔한 분위기. 어쩐다? 9회 말 2 아웃. 뭘 던질까? 쫄린다. 변화구? 아냐. 직구다! 그래. 여기서 멈추면 죽는다. 결단은 1초면 된다. 몰라 나두!
"네! 바보여! 회사 밖에 모르는 바보!!"
".............................………………….."
"어? 뭐.. 음.. 아니.. 그래.. 뭐 내가 회사 밖에 모르긴 하는데… 그러니까.. 어허허.. 에헴.."
그래. 바로 이 타이밍이다! 최고의 타이머. 서과장님이 들어온다. "모야 이거! 칭찬이야? 맥인 거야?"
초특급 공감 힐러 이대리님도 놓치지 않는다. "팀장님~ 그니까 이제 옆도 보고 뒤도 좀 돌아보세요!"
팀장님의 등이 의자에 터업 기대였다. 털썩 주저앉았다. 저 몸짓. 이미 힘이 빠졌다.
예식장 직원에게도 손수 가르침을 하사하고, 주례가 길면 알아서 끊어버리는, 결혼식 사회 전문 서과장님. 전용 필살기 ‘클로즈’를 시전해 버린다.
"이제 다들 충분히 심각성 아니까, 모두 하던 거 빨리 다시 들여다봅시다. 우리 시간 없잖아요?"
"어.. 어.. 흐음.. 그래. 그럼 회의는 마치자고."
팀장님은 뭔가 죄지은 것 마냥 황급히 빠져나갔다.
그 순간! 보았다. 살짝 올라간 그분의 입꼬리..
회사 밖에 모르는 바보가 그렇게 좋았을까? 충성심을 인정받은 기분이었을까? 우리 말고도 회사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근데 어쩌지? 정말이지 순간 바보로 보여 튀어나온 거였는데.. 그는 알까? 회사 바보로 비춰진 이 짠한 마음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그렇게 우리는 소중한 월요일 아침 기분을 지켜내고야 만다. 어쨌든 팀장님도 꼬꾸라진 실적에 꼬꾸라진 월요일 기분이 지켜졌나 보다.
그 구원의 한 마디는 바로 '바보'였다. 감사할 일일까? 수많은 회사 바보들이 오늘도 회아일체가 되어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회사는 전부일 것이다.
오늘은 또 뭣 때매 깨질까? 오늘은 뭣 때매 불려 갈까? 심란한 아침을 맞이하는 수많은 오피서들.
때로는 우연을 가장하여 툭 던져보자.
"이 회사 밖에 모르는 바보야!"
P.S. 좋은 덱은 좋은 나를 만든다. 잘 짜인 파티 구성은 보스전에서 어마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