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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Jul 15. 2024

"너 나가!" 회사가 사람 짜르는 방법!

해고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Part 1


해고는 갑자기 급하게 찾아온다!


오피스 게임은 생각보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 실적 가로채기를 당한다. 진급이 밀린다. 상사에게 털린다. 월급이 깎인다. 그 외에도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도 일반적으로 가장 억울한 일이란 무엇일까? 바로 회사가 나를 담그려는 순간이다. 이를 우리는 파이어라고 부른다. 사실 해고 스킬에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모든 오피서가 암묵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바로 해고다. 이미 어른들과 선배들이 숱하게 잘려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어렴풋이 늘 생각한다. 회사는 언젠가 나와야 한다.


맞다. 다 알고 있다. 근데 언제 어떻게 나가게 될지 생각해 봤는가? 가까운 사람들이 짤려나가는 걸 볼 때, 당했다는 건 알아도 어떻게 당했는지 들어봤는가? 제대로 못 들어봤을 것이다. 나가는 사람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적당히 둘러댔을 것이다. 그때 하는 말은 똑같다. "회사 다 그렇지 뭐." 회사의 부당함은 차고 넘치지만, 자세히 말하기 꺼리는 레전드 멘트 되겠다.


HR은 갑자기 연락한다. 잠깐 보실까요? 오면 말씀 드릴께요.


해고는 미리 알려주고 하는 게 없다. 신청받고 하는 명퇴가 아닌 한, 대부분 갑자기 이루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HR에서 연락이 온다. HR이 일개 직원에게 따로 보자고 하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임원이 된 경우와 해고 통보다. 업무상으로 만나는 경우는 어떤 건인지 먼저 말해준다. 그러나 해고는 무조건 직접 보고 얘기해야 한다며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의 해고 스킬에 당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윗사람들 다 그렇게 짤려나가는 것을 보고 암묵적으로 받아들인다.

2. 향후 이직할 때 평판 관리를 생각해서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3. 회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암묵적 가스라이팅에 지배되어 있다.

4. 약간의 위로금을 쥐어주고 근무기간 배려 해줘 적당히 받아들인다.

5. 싸우려니 방법을 모르고 막연히 두렵다.

엄밀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해고로 치고 들어오지 않는다. 해고는 웬만하면 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권고사직의 형식이다.


대게 가장 쉽게 당하는 사람은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어리고 잘 모르니까. 근데 그보다 더 쉽게 당하는 사람들은 바로 관리자다. 알만한 사람이 왜 당하냐고? 팀장들은 평소 HR과 업무 상 볼 일이 많다. 그래서 연락하면 평소처럼 무방비로 들어갔다가 바로 당하고 나오는 것이다.


HR이 부르기 좋아하는 타이밍이 몇 개 있다. 조직개편 직전, 다른 퇴사자가 몰려있는 연말 연초, 그리고 성과급 지급 전이다. 많은 인원들이 이동하게 되어 잡음이 없고 물타기가 수월하다. 대상자에게 시간 없다 빨리 사인하라고 퇴사를 종용하기 쉬워진다.


금요일에는 잘 안 부른다. 주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자아가 깨어날 틈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럼 대부분 이 일정에 맞춰서 사인을 하든지, 한 달 치 정도 더 받고 나가든지 결정이 난다. 조급하고 무력한 심리적 요인이 회사에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회사 사정이다. 니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니란 말이다. 나가네 마네 하는 판에 뭐 하러 맞춰주는가? 지금 게임 못할 판이다. 밥줄 끊기게 생겼다. 회사 사정 같은 건 봐줘서는 안 된다.


HR이 해고로 부를 때는 팀장과 담당 임원은 이미 알고 있다. 사전모의는 무조건 되기 때문이다. 말 안 해준다. 그 얘기인 즉 공범이란 소리다. 어쩌면 짤라달라고 한 의뢰인이 임원이나 팀장인 경우가 더 많다. 일단 HR에서 부르면 좋은 일은 없다 생각하면 된다. 미리 녹취 딸 준비하고 들어가자.


이번 권고사직 대상입니다. 사인하시죠!


가면 팀장이 같이 와 있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HR이 단독 상대한다. 팀장 입장에서는 같이 보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선빵 멘트는 보통 비슷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 사정과 여건이 좀 많이 안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리 대상자가 되셔서 안타깝게도 이달 부로 정리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여기서 대략 80~90% 정도는 멘탈이 털린다.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뇌가 정지한다. 어버버 한다. 눈과 고개, 손짓이 서로 따로 논다. 그러다 이유를 묻게 된다. 거의 똑같다. "왜 나가야 되느냐? 왜 나냐? 뭐가 문제냐? 다른 부서에 가면 안 되겠느냐?"


HR은 여기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할 거다. 자기들이 다른 부서도 알아보고 했지만 선택지가 없다. 아쉽게 됐다. 이것은 회사의 결정이다.


자. 흔들리는 게 확인되었다. 이어서 바로 치고 나온다. 이달까지 일한 거로 쳐 드리겠다. 안 나와도 되고 편하신 대로 해도 좋다.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불러주겠다. 이런 회유성 말들을 이어나가며 동의한 것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한다.


"지금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시겠지만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서 팀장님과 면담해 보시고 잘 추스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 한번 읽어보고 사인하시라고 한다. 이때다! 거기 사인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그냥 사직서다. 항복문서란 말이다. 서명하는 순간 구해주기 힘들어진다. 절대 사인하지 마라. 지금 읽을 정신이 아니다. 찬찬히 보고 결정하겠다 하고 서류를 겟해라!


여기서 HR은 생각할 거다. '아 이런.. 며칠 더 걸리겠네..' 항상 이 지점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보통 저 단계에서 30% 정도가 막바로 사인한다. HR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나머지는 돌아가서 팀장 면담 후에 며칠 지나 대부분 항복문서에 사인한다.


수법은 늘 똑같다. 회사가 어렵습니다. 자 사인하시죠?


생각해 보자. 위의 대화를 보면 이미 함정이 있다. 회사의 결정은 대체 누구인가? 법인이란 실체가 없는 서류뿐인 존재다. 그럼 그 결정은 사람이 했다는 얘기다. 회사가 결정했다는 얘기는 다 거짓말이다. 이미 부서 관리자들과 다 짜고 벌인 거다. 그 결정을 한 사람은 HR이나 임원, 팀장 셋 중 하나다. 보통은 팀장이다. HR에서 감원이 필요해도 결국은 팀장에게 짜를 사람을 지목하도록 한다.


임원이 맘에 안 들어도 팀장에게 시킨다. HR이나 임원은 손에 직접 피 묻히는 일은 전가한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대부분 팀장이 된다. 여기서 날 담그려는 주도자가 누구인지 찾는 게 우선이 아니다.


일단 돌아와서 팀장과 얘기해라. 팀장은 핑계를 댈 것이다. 자기도 떠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그냥 좋지 않다. 여러 얘기를 할 것이다. (이때부터는 팀장 녹취도 따야 하는 건 알지?)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말이지..


진실부터 말하자면, 다 거짓말이다. 팀장이 HR과 똑같이 말하지 않는가? 이게 이미 다 짰다는 증거다. 말 섞기 싫겠지만 여기서 녹취 딴 김에 좀 더 따라.


"그래도 제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언제 대충 했나요? 당장 이 프로젝트 업무와 신제품 연구 개발 건들 다 어떻게 하나요?"

이런 식으로 유도심문 들어가라. 그간 업무 잘했다는 식으로, 업무가 중요하고 많아 보이게 얘기하는 게 포인트다. 팀장은 자기가 지금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라 많은 동조를 해 줄 것이다. 이건 나중에 어떻게 써먹는지 다시 후술 하겠다.


만약 내일부터 안 나와도 괜찮다고 하거든 아니라고 해라. 이유는 업무 탓으로 돌려라. 중요한 일이라 잘 매듭짓고 싶고, 일하고 싶다 해라. 그리고 출근해라. 물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바로 안 나오는 순간 오피스 게임 해고 퀘스트는 회사의 승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항복문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상 게임은 계속된다.


계속 버티면 한참 후배 밑으로 넣어 굴욕을 준다.


요즘 사람 짜르기는 더 많아지고 있고 더 쉬워지고 있다.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회사가 사람 귀한 줄 모른다. 기성세대 어르신들이 적당히 권고사직 받으면 숙명으로 여기고 그냥 나가준다. 퇴사 열풍의 붐으로 청년들은 권고사직 받으면 뭐 안 챙겨줘도 그냥 나가준다.


이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다른 오피서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회사는 쟤들도 똑같이 그랬어를 시전 할 것이기 때매.


해고 퀘스트의 법칙은 멘탈을 먼저 부셔버리는 쪽과 뒤통수를 먼저 치는 쪽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해고 퀘스트에 들어가면 내 편이 모두 사라진다. 다 내려놓고 투명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출근해야 한다. 해고 퀘스트는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널리 회사를 이롭게 하지 마라. 회사가 이로워지면 내가 나락 가는 지름길이다.


가슴에 늘 사직서를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비들.. 여차하면 꺼내야지. 언젠가는 꺼내게 될 것이다.. 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꺼내지 못한다. 실은 두렵기 때문이다.


두려워하는 건 그전까지다. 해고 퀘스트가 찾아왔다면 그 두려움을 떨쳐낼 때다. 다시 봐라. 노비 문서는 갑과 을로 써 있어도 쌍방의 동등한 계약이다.


두려워할 거 없다. 정말 두려운 건 미래의 희망조차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금은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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