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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Dec 02. 2024

회사의 카더라 통신을 파헤쳐 보자!

쓸데없어 보이지만 다 목적이 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일수록 조심해라!


사회생활에서는 인맥과 정보가 중요하다고 한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생활도 마찬가지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무료해지기도 쉽상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틈틈이 다른 부서 직원들을 만나가며 식사도 같이 하고 티타임도 나누곤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인맥을 유지하며 회사 돌아가는 걸 파악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시간도 때울 수 있고 무료함도 달랠 수 있으니 무려 1석 4조의 효과.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닌 경우 만나면 대화는 보통..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별일 없죠?"

"거긴 요즘 어때요?"

이렇게 시작한다. 다 똑같은 거 묻는 거다.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 심심하다. 재밌는 썰 좀 풀어봐라.

그냥 이 소리다. 그럼 그 부서가 돌아가는 얘기들부터, 새로 들어온 사람의 얘기, 최근 사내 트러블, 시시콜콜한 이야기, 사업에 관한 회사의 움직임들도 듣게 된다. 들으면서 장단 맞춰주다가 동시에 생각을 한다.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부터 회사 돌아가는 상황이 나와 어떤 영향이 있겠는지 각을 재는 거다. 대개 회사에서는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다 보면 된다. 겸사겸사 뭔가 정보를 주워들으려는 수작이다.


신과장이 그 사업 파트너라니.. 만만치 않겠는 걸?


주로 전략실, 경영관리 이런 요직 부서 직원들이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 가장 밝기 때문이다. 알고 지내려는 사람들도 많다. 티타임으로 불려 나가는 1순위다.


반면 한직 부서의 직원들은 인기가 없다. 별로 들을만한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이들을 만나면 주로 듣게 되는 얘기는 본인의 하소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닥 궁금하지도 않다. 그래서 잘 안 찾게 된다.


쟤는 뭐 이렇게 맨날 징징거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좀 인싸 같아 보이고, 아니면 아싸 같이 보인다. 근데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걸 인맥이랍시고 목 매달 필요도 없다. 다 목적이 있으니까 찾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만 빼앗기고 할 일은 그대로다. 일의 총량은 변하지 않으니까.. 또 정작 내가 필요한 순간 상대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때가 더 많다. 정작 친한 사람들끼리는 목적을 가지고 대화를 잘 안 한다. 진짜 그냥 재밌는 썰, 공감 썰을 풀 뿐..


그래서 누가 뭐 물어보고 하면 좋다고 TMI 해서는 안 되겠지? 그 정도는 다 안다고? 이걸 이용한 신종 수법이 있다. 상대를 떠 보는 자들이 소문을 빙자해 들은 듯 지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자. 다음 연습 문제를 풀어보자.

Q. 지나가던 동료 직원이 한 말이다. 다음 중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은?
"이번 제품 기획이 좀 별로라더라.. 요새 이런 얘기들이 많이 들려요."
(1) 내 생각이 그렇다.  (2) 내가 많이 들었어.  
(3) 넌 못 들어봤어?    (4) 다른 것도 알려줄까?


"요새 이런 얘기들이 들려요." = 내 생각이 그렇다.

이걸 해석하는 방법이다. 회사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디나 카더라 통신이 돈다.


너가 만든 이 제품 이거 별로라는 얘기가 들리더라구!


여기는 그럴싸한 카더라가 있는 반면, 전혀 처음 듣는 이상한 카더라도 많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지점을 조심해서 잘 해석해야 한다.


팩트, 현상에 관한 것

"회사에서 명절 보너스 나온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이번에 영업팀장님이 새로 온다는 소리가 있던데요?"

= 언뜻 어디서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팩트.. 즉 현상과 사실에 관련된 내용이다. 여기서 저 말이 진짜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말한 사람의 의도나 생각이 궁금한 것이다. 대화의 팩트에 관한 대화가 먼저 어디선가 오갔거나, 준비 과정들을 누군가 알고 흘려서 소문이 된 케이스다.


소문을 제대로 잘 흘렸다면 저 카더라는 팩트가 되는 것이다. 반면 잘못 알아듣고 이상하게 변형해서 흘렸거나 말이 도는 중에 와전되면 그냥 카더라로 남게 된다.


보통 팩트에 관한 카더라는 말 꺼낸 사람 한 명만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사람이 알고 있거나 이미 너도 들었을 수 있다. 따라서 저런 카더라는 별다른 의도는 없다. 들은 카더라가 정확하지 않아서 추가 확인을 하고 싶은 경우라고 보면 된다.


여기 팀장 자리에 사장이 낙하산 꽂는다더라!


가치 판단, 생각에 관한 것

"이번 제품 기획이 좀 별로라더라.. 요즘 이런 얘기들이 많이 들려요."

"너 사장님이랑 꽤 가깝다는 얘기가 있던데?"

"연구소랑 영업팀이 요새 사이 안 좋다는 말이 들려요."

= 내 생각이 그렇다.


기획이 별로다.. 이건 가치 판단이다. 누구와 가깝다.. 사이가 안 좋다. 이건 생각이다.


대상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으로 향하고 있는 카더라는 거의 대부분 자기 생각이 그렇다는 의미다. 이것을 어디서 들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다. 혹은 어디서 별 신빙성 없이 지나다가 들었는데,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다.. 하는 경우에도 저렇게 말한다.


즉 아무 쓰잘데기 없는 카더라다. 왜 쓰잘데기가 없냐 하면, 거짓말이거나 음해성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좋은 얘기, 아름다운 카더라는,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다.


저번에 너 바보라고 한 애 쟤야 쟤!


반면 나쁜 얘기 나쁜 카더라는, 자기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없는 출처를 만들어 파는 거다. 사악하다. 이런 카더라를 들으면 다 떠보는 얘기이니 동의하지 말고, 어디서 들은 건지 출처 먼저 확실하게 물어보기 바란다. 아마 대답 못할 거다. 출처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이런 건 대충 듣고 그냥 별 관심 없다고 대답하는 게 제일 좋다. 괜히 맞장구 치면, 그다음부터 그 음해성 카더라의 진원지는 바로 너가 되는 것이다.


야! 다 들려! 내가 언제 그랬어? 1번 척추부터 다 삭제시켜 줘?


카더라.. 사람이 있는 곳은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밖에 없는 카더라 통신.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그리고 미래에도 카더라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반드시 숨은 의미를 잘 걸러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하자. 엄한 데 가서 쓸데없는 얘기 하다 카더라 어스퀘이크의 진원지가 되지 말구.


그런 의미로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한 사람들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티타임 어떨까?

"심심하다. 재밌는 썰 좀 풀어봐!"


P.S. 아 참.. 여러분들 요새 돈 잘 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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