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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일기

by 이철규미동이 Feb 20. 2025

'기저귀 갈아다오'

'물 다오'

'약 다오'

'마실 거 다오'

끊임없이 해달라 해달라 소리.

환청이 들린다.

53시간.

오전 11시부터 이틀 꼬박 오후 5시까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성으로 접근하면 온전치 못하다.

그저 순리대로 생각 없이 사는 게 최선이다.

그러려니 해야 편하다.

급기야는 모른 척 도 한다.


새벽 2시에 마실 거 달 란다.

모른 척이 때론 약이 될 수 있다.

부모은중경 생각하면 雪山에 딸기 찾아

오고 싶은 마음이지만

병간호가 길어지면 예민해질 수밖에..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부친 식사까지 챙겨야 한다.

이중 간병이다.

조실부모한 이는 풍수지탄을 탄식하지만

백수를 바라보는 병든 부모간병인은

저승사자를 퀵서비스로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어저께는 바스락 소리에 예민해져서

귀에 휴지뭉치를 꽂고 누웠다.

예민한 감각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루 열댓 번 기저귀교환에 악취로

후각이 깨질듯하다.

약냄새에 찌든 소변악취에 정신이 혼미,

삼중마스크에 향수 뿌리고,

라텍스고무장갑까지 동원한다.


칠순을 바라보며 간병하는 자식.

부모은중경을 수십 번 되뇌어도

마음 심연 깊은 속에 깊은 시름만 쌓인다.

차라리 요양병원 모셨으면 생각 절로 나지만

간병인 비용이 발목 잡는다.

요양병원 보내라는 부친은

4자녀가 간병하기를 은근히 부추기신다.


부모장수가 자식노후 발목 잡은 탓이라.

예전에는 평균수명은 60대 전후.

삶의 사이클이 빨라졌다.

병든 부모는 길어도 몇 개월 간병하면 귀천했다.

요즘은 간병 몇 년은 기본이라.

우리네도 햇수로 3년을 넘어서자

자식 간에도 웃음기는 사라지고 민감해졌다.

특히 자식 간의 간병교대시간.

교대신뢰가 무너지면 감정이 악화된다.


혹자는 말한다.

간병이 길고 힘들수록 부모가 자식 정을

끊기 위해서라고.

부모은중경을 끊기 위함이라고.


나도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앞이 막막해지고 두려워진다.

집사람과 상의하여

슬슬 노후간병 대책을 세워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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