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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pr 21. 2024

감정을 표현하라고? 참담했다.


“That was, as you can imagine, devastating news.”

"상상할 수 있듯이 그건 참담한 소식이었죠."


내가 이번주동안 영어발음 연습해야 할 연설문의 첫 문장이었다.


이 한 문장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그리고 많은 계획들이 일사천리로 세워졌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어제, 토요일 새벽 5시, 4월 20일

새로운 브런치북을 오픈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의 마음이 바뀐걸 나는 알아차렸다. 심지어 알람도 못 듣고 2시간이나 늦게 일어난 날이었기에, 새로운 글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일요일에 발행하던 동시집을 토요일 발행으로 바꾸고, 새로운 브런치 발행은 일요일로 미뤘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브런치북 콘셉트가 있었는데, 뭔가 중요한 것을 내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 그리고 다시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끝내 발행날까지, 만족스러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나의 마음이 바뀐 것이겠지.


억지를 부리지 말자.

흐름대로 흘려보내자.

때를 기다리자.

하루의 시간을 벌었다.

오늘은 해답이 나오겠지.


기분전환으로, 새벽 6시 반에 카페로 향했고, 그곳에서 한참을 글을 쓰다 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루 전날, 영어튜터 다니엘이 나에게 해준 조언들이 생각났다.



지난 금요일, 4월 19일

영어 수업이 끝날 무렵, 다니엘이 나에게 요구했다. “참담함을 느끼며 이 문장을 말해 볼 수 있겠어?" 나는 한참을 머뭇머뭇거리다가 결국엔 "하기 싫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절을 했다. 비록 연기이겠지만, 참담함을 느끼기 싫었다. 내 마음이 처참히 부서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처참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니엘은 내가 선택한 단어에 집중했다. ”I don’t want to” 그리고 나의 감정표현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나 넘는 토론, 상담 혹은 코칭. 무엇이라 칭해야 모르겠지만, 우리는 꽤 오랫동안 깊은 대화를 나눴다.


You don’t have to do it. Okay?

안 해도 돼.

But I want you to understand why you refuse to do it.

하지만, 왜 네가 그것을 거부하는지 이해하면 좋겠어.

...

When you do that, you can notice the other feelings that come.

그렇게 했을 때, 다가오는 다른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

If you notice that one, you can ask yourself a question.

그걸 알아차리면,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있어.


“Why am I creating this ‘I don’t want to’ feeling now?”

"내가 왜 지금 이런 '싫어' 느낌을 만들어내는 거지?"

“What value is this feeling for me?”

"이 감정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

Just be interested in yourself.

그냥 너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봐.




이러 저런 말들이 나를 자극했다. 내 마음을 아프게도 하기도 했고, 내가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알게 되면서 내가 이해가 되기도 했고,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떠올라서 울고 싶기도 했다.


그는 나의 감정조절에 대해 흥미롭다 표현했다.

아... 이건 평범한 상황이 아닌거구나.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초민감하게 모든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영감으로 나의 글과 그림에 담아내는 사람인데, 순간 아차 했다.


나를 모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다.

나의 강점을 잘 이해해서 잘 활용하고 싶었다.




금요일 저녁, 4월 19일

다니엘과 나눴던 이야기, 그리고 나의 감정표현에 대해 하루종일 깊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이곳에 공개할 용기는 아직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 난 과거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불편했던 마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한다거나, 이유 없는 무서움을 느끼거나, 과거에 대한 생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에게 들어오던 감정을 처리하던 나의 사고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분명 이날, 새벽 독서모임에서도 사고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침에 배운 것을 하루종일 내가 몸소 체험하고 깨달음까지 얻은 느낌이었다.




다시 토요일 아침, 4월 20일

이 모든 나의 경험과 감정의 변화를 브런치북에 담고 싶었다.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기록하고 싶었고, 공유하고 싶었다.


다니엘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일부중, 다니엘이 했던 이야기를 브런치 공간에 공개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문자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어진 대화는 꽤 흥미로웠다.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였다.


나: 그 브런치 글들은 어쩌면 짧은 그림책이 될 수도 있어.  

다니엘: 나도 아이들을 위한 감정 이해에 대한 책을 만들고 싶어 했었어.

나: 네가 말한 절벽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아!! 같이 작업해 볼래?

다니엘: let's do that.


그렇게 우리는 같이 동화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금 확실하게 정해진 계획은 없다. 그저 브런치북을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보기로 했다.


나에겐 오랫동안 적절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캐릭터가 있다. 그 또한 감정 표현과 연관이 있는 캐릭터인데, 이제 그 캐릭터가 세상밖으로 나와야 할 시점인가 보다.


그 캐릭터를 위해 새로운 팀이 꾸려진 셈이다. 믿음직스러운 작가가 나타났다. (그에게도 내가 믿음직스러운 작가이길 바라본다.) 뜻밖의 조합이지만 꽤 강렬할 것 같다.





지난 수요일, 4월 17일

갑작스러운 여행 계획을 세웠다.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냥 시드니를 탈출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얘기한 곳은 멜버른이었다.

나는 멜버른으로 가는 기차와 호텔을 예약했다.


그리고,

멜버른에 살고 있는 다니엘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다음 주 목요일, 4월 25일

며칠 전만 해도, 다니엘과 첫 (대면) 만남은 그저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특별한 이유가 생겼다. 멜버른 여행을 끝나면 왠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나의 일기에 적었었는데, 이것이었나 보다. 이 특별한 만남은 어떻게 발전되고,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다니엘과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나는 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이 브런치북에 담을 예정이다. 이는 실제 동화책의 더미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모든 것을 공개를 할 수는 없다.) 


대신에, 내 감정을 해체해서 이해하고, 나 자신을 다시 제대로 알아가고, 나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나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그나=the.me=더미 캐릭터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매주 다니엘과 내가 나눴던 대화들를 그림과 함께 조금씩 공개할 예정이다. 나 혼자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


다니엘과 감정표현에 대해 나눈 대화는 다음 편에서 공개합니다.



[난, 멀티 디자이너] 월 / 수 / 금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 화 / 목

[유치원에서 온 별풍선 ] 토

[감정을 이해해보자 with 다니엘] :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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