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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01. 2024

내가 바라보는 나 _ 작은 창문

내가 바라보는 the ME.   나를 바라보는 the Me.

내가 바라보는 theMe.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화장실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다.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정사각형의 창문인데, 잠금장치를 풀고 안에서 밖으로 밀면 한쪽만 삐죽하니 열리게 되는 방식이다. 여름 내내 열어놓았던 창문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호주의 가을 날씨 탓에 잠시 닫아 두기로 했다.


그리고, 딱 하루가 지났다.


세면대 주변에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루 만에!!

아, 열히터를 틀어놔서 그랬구나!


다시 창문을 원래대로 열어놓고,

세면대에 생긴 곰팡이를 청소하고,

손을 닦던 중,

거울 속 나와 마주쳤다. 


"너도 그랬던 거 같아."


그제야 깨달았다.

외부로부터 날 보호한다고,

날 꽁꽁 싸매고,

내 안에서만 열불을 냈으니,

나 스스로를 헤치고 있었구나.

내 안에 곰팡이를 키우고 있었구나 싶었다.


나는 나의 마음에 작은 창문을 달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아주 살짝만 열어두었다.

일단은 그랬다. 아직은 겁이 나니까.

아주 작은 한숨만이 들락날락할 정도의 작은 창문.

내 안의 뜨거움이 잠깐이라도 식혀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창문.


며칠이 지나고,

그 작고 좁은 틈으로,

내 마음이 들락날락하더니,

기(氣)의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내 안의 마음순환도 가벼워졌고,

나의 마음에 부드러움이 더해졌고,

나에게 다시 맑은 미소가 찾아왔다.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나를 바라보는 theME.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집을 나서던 중, 내가 걸어가는 길을 밝혀주는 불빛 하나를 발견했다. 고개를 들어 불빛의 시작점을 찾아보니 화장실의 그 작은 창문이었다. 밖에서 보니, 그곳은 환한 빛만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작은 틈 사이로 새어 나온 밝은 빛이 내가 걷고 있는 곳까지 닿아 나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어쩌면,

이제는,

나도 나만의 빛을 내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빛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런 내가, 내 안에 있지 않을까?


환한 빛을 가진 나.

나를 바라보니 그랬다.








[바라보는 theME] : 매주 토요일 발행합니다.

단순한 다음 단계로의 성장과 변화가 아닌,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나를 알아가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일러스트와 함께 담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내 안의 나와 다시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바라보는 theME

나를 바라보는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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