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를 찾아 기록하는 오늘의 그림일기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호주에 온 이유도 20년 전 경험했던 호주의 파란 하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하늘이 나를 호주까지 데리고 왔기에, 내가 매일 이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루틴과도 같다. 그렇게 나는 매일 하늘을 관찰하고, 하늘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도 갖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시간이다.
아들이 엄마는 왜 하늘 보는 걸 좋아하냐고 물어왔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늘은 어딜 가든 볼 수 있고, 1분 1초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잖아. 그리고 하늘을 보고 있으면, 바람도 볼 수 있어." 마지막 이유에 아들이 WHAT? 을 외쳐대며 내 생각에 의문을 가진다. 다시 나의 생각을 전달했다.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으면 바람이 어디로, 얼마나 빨리 불고 있는지 보이잖아. 그러니까 바람을 볼 수 있어. 그리고 구름들이 흩어지고 모아지고 그걸 바라보는 거지." 아들은 고객을 끄덕인다.
'그러다 보면, 엄마의 생각과 하늘이 연결되는 순간이 있어. 그럼 엄마의 생각을 구름처럼 모았다가 흩어놓았다가 하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거야. 그럼 그 생각들은 코끼리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용의 구름이 되었다가 하는 거지.'
이 말은 하지 못했다. 아들이 이해하지 못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의 흐름에 맞춰 나의 생각도 흐르는 것이다.
해변가에서 하늘을, 바다의 파도와 함께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 또한 호주에 오면서 내가 자주 즐기는 취미다. 요즘은 겨울이라 바닷가에 갈 일은 별로 없지만, 주기적으로 그리고 일부러 내가 찾는 곳이기도 하다. 주로 내 마음이 요동칠 때 가게 되는데, 파도가 오고 가며 만드는 소리는 내 안에 평온을 되찾아 주고, 서핑을 즐길 만큼의 거대한 파도는 나에게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담아다 주는 선물 같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더 특별하다. 파도가 잔잔한 날, 하늘의 색과 바다의 색이 하나로 이어지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하늘이 바다인지, 바다가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저 하늘의 구름은 옆으로 흐르고, 바다의 파도는 나를 향해 넘실거리는 것만으로 나는 하늘과 바다를 구별 지을 수 있을 뿐이다. 나의 생각은 옆으로 흐르는 걸까. 위아래로 파도를 치는 것일까.
호주의 밤바다는 어떠할까. 언젠가는 꼭 경험해보고 싶다. 거대한 검은 파도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큰 공포가 밀려올지도 모르겠지만,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이 그곳엔 있지 않을까? 까만 하늘과 까만 바다가 더 하나로 이어지면서 더 반짝거리겠지? 하늘 속의 달과 별들은 태양의 빛을 반사시키고, 바닷속 달과 별들은 그들의 빛을 다시 하늘로 반사시키며, 서로를 비추고 있겠지? 그 까만 둥근 하늘 속에 그보다 더 큰 '반짝거리는 우주'가 담겨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오늘은,
낮에는 하늘색의 하늘을 보여주고, 밤에는 반짝이는 별을 담은 까만 우주를 보여주는 그곳이 과연 하늘일까 우주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과학적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하늘과 우주의 관계인데, 나의 상상력은 내가 매일 바라보고 있는 낮의 하늘은 불을 켜놓은 우주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떠한 이론을 나는 믿어야 할까 싶은 것이다.
내가 하늘 보는 걸 좋아하는 게 맞나?
나는 우주를 보는 걸 좋아하는 걸까?
하늘색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걸까?
까만색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걸까?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걸까?
반짝이는 별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걸까?
그러다 드는 생각은
아무렴 어때, 모두 하나인걸.
아무렴 어때, 모두 자연인데.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바닷가의 하늘은
직선의 장댓비로 바다와 연결되고 있겠지?
하늘 속 구름 아래는 비가 내리고,
하늘 위쪽에는 맑음이 있을 테니
하늘은 바다와 우주 사이에 있는 것이 맞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