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는 동화 속에서 산다] , [하늘, 바다 그리고 우주] , 그리고 [빗방울의 생각]에서 이어진 이야기이고, 영어튜터 다니엘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동화에 대한 작업일지이기도 하다.
가끔 다니엘이 쓴 동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여러 가지 감정들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이번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썼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가 '구름'이었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구름에 대한 생각과 가족에 대한 생각이 하나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구름은 매 순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날씨와 온도에 따라 구름의 형태도 다르다. 때로는 부드럽고 흩어진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짙고 무겁게 하늘을 뒤덮기도 한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구름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서서히 이동하며 하늘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급격히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가족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시간의 흐름과 우리의 인생에서 계절이 바뀌듯, 가족 내의 역동성도 변화한다. 때로는 가족이 부드럽고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도전과 어려움이 가족을 무겁고 힘겹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구름이 바람에 따라 이동하고 모였다가 흩어지듯이, 가족 구성원들도 삶의 상황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며 적응한다.
구름은 끊임없이 변한다. 어느 순간에는 강아지 모양의 구름이 되었다가, 아기 드래곤이 되어 토끼 구름과 뽀뽀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바뀐다. 해가 질 때면 구름은 핑크빛으로 물들며,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한다.
가족에는 순수한 기쁨의 순간도 있고, 강아지 모양의 구름처럼, 아기 드래곤이 토끼 구름과 뽀뽀하는 것 같은 따뜻한 순간들도 있다. 가족이 해 질 녘의 구름처럼 아름다움과 온기를 발산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구름의 진짜 모습은 작은 물방울 하나다.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거대한 구름도, 그 근본은 수많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구름은 그 자체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 가족은 각각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들과 같다. 가족 구성원 간의 작은 사랑과 지지, 이해의 행동들이 모여 조화롭고 아름다운 전체를 만들어낸다. 이는 하늘에서 보이는 구름을 만드는 수많은 물방울들과 같은 이치이다.
구름의 독특한 형태, 색깔, 움직임은 나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한다. 구름이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고 강수 현상을 통해 물 순환을 유지하듯, 나는 매일 호주의 하늘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삶을 조절하고 유지한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구름에서 느끼듯, 나는 가족의 지속적인 성장과 진화 속에서 가족의 작은 사랑의 제스처가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호주에 온 지 5년 6개월이 넘어간다. 한국을 떠날 때 부모님과 오빠네 가족과 헤어졌고, 작년 이맘때는 아빠와 진짜 이별을 해야 했다. 지금 호주에는 우리 가족뿐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심스러워지고, 뜬금없이 날아오는 엄마의 사진에도 웃음이 난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성장하고 진화해 왔다.
가끔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천둥번개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도 우리 가족의 일부이다. 우리의 의견 충돌과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곧 잦아들고, 이해와 사랑으로 다시 평온 해질 테니 말이다. 나에게 가족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 결국에는 핑크빛을 담은 뭉게구름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존재가 되었다. 구름이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며 다양한 형태와 색깔로 변하듯, 우리 가족도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며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다.
어제의 구름은 온통 가족구름 같았다.
가장 뒤에서 든든하게 가족을 지켜주는 아빠 구름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 구름
동생을 바짝 따라붙으며 놀아주고 지켜주는 누나 구름
호기심에 앞으로만 전진하는 막내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