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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01. 2024

나는 동화 속에서 산다


호주,

시드니,

2024년 6월 29일, 토요일.

새벽 6시 55분.


새벽 분홍빛의 구름이 창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 이 시간에 저쪽 창문에서 분홍색이 왜 보이지? 저쪽은 서쪽인데?


집을 나서서 하늘을 보니 온통 분홍빛이다.

동서남북 할 것이 온통 분홍분홍한다.

진한 핑크가 아닌 파스텔의 '분홍'이었다.

하늘색과 분홍색과 하얀색이 섞인 솜사탕처럼 하늘이 부드러워 보였다.

고개를 쳐들고, 빙글빙글 돌며 하늘을 바라보다, 내 모습이 웃겨서 함박웃음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분홍빛 하늘의 사진과 굿모닝 인사를 전했다. 이 분홍빛 하늘을 함께 봤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이었다. 나 혼자 이 행복을 즐기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지금의 내 마음을 종알종알 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글을 쓰기 전, 천진난만한 아이와 같은 내 모습이 나의 가치라는 글을 발행했는데 (나의 엄지손가락), 이 순간만큼은 정말 어린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싶었다. 집 앞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하늘만 바라보고 싶었다. 그들에게는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도, 다 받아줄 것 같았다. 인사말 그대로 굿모닝이었다.




마음은 진정시키고, 소파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왠지 평소와 다른 어떤 빛이 나의 시선을 뺏아갔다. 나무에 동그란 흔적을 남기고 있는 해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하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네요?"


해가 나에게 하트를 보내주네요.


분명 나는 분홍빛 하늘을 보며, Lovable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오늘의 분홍빛 하늘을 천진난만하게 좋아했던 나에게 해가 나에게 대답을 해주는 듯했다. 채팅 속 문자에게 붙이는 빨간색 하트. 러브 Emoji 같았다. ❤️


[Lovable]


내가 요즘 꽂혀 있는 단어이다.

"결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어딘가 서툰데 너무 사랑스러운, 짜증 나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 해주고 싶은, 남을 짜증 나게 만드는 내가 너무 사랑스러운. 그래서 내가 당당해지고, 내 모습이 도드라지는 그런 느낌. 그래서 내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했다. 나를 가장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인 걸 알았기에, 그리고 그렇게 나를 사랑해야 다른 이들도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매일 나는 나에게 말해준다. "You are lovable."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말한다. "You are so lovable."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과 분홍색이 우리 집을 감싸고 있다. 나는 분명 동화 속에서 살고 있는 게 맞나 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 수 있음이 감사하다.

이러한 환경에 감사할 줄 아는 내가 되어 감사하다.

이런 환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내가 되었음이 감사하다.





한동안 어둠 속에서 살던 내가. 하나의 빛을 바라보며 호주로 넘어오니, 여기는 칼라풀한 세상이라고 나에게 알려주는 듯 했다. 아니, 내가 오늘을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사실, 이 글은 내가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싶어서 적어놓은 글이었다. 너무 오글거리니까 공개할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런치에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어제의 브런치 글(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라고?)을 쓰며, 그리고 그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공개를 하며, 심적으로 많이 힘겨웠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 공개하는 이 글은 '그렇게 용기 내었던 나'에게 주는 핑크빛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 말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글은, 내 마음을 치유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소로의 일기. 1월 16일 / 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주)

인간은 어떤 폭풍우도 가라앉히지 못하는 코르크 마개와 같다. 언젠가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게 떠갈 것이다. 갈라진 틈이나 옹이구멍을 통해 세상을 보더라도 그 아름다움엔 변함이 없다.

- 이 브런치 글을 발행하고 읽은 책에서 이러한 글을 읽어, 여기에 인용으로 추가한다.
(2024년 7월 1일 6:48 am),





( 아래의 사진과 글은 더 오글거릴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나를 위한, 오늘의 나를 숨기고 싶지 않은, 솔직한 기록일 뿐입니다. )


핑크빛 하늘아래 우리 집도 기록해 두려고, 몇 장 찍어놓은 사진이다. 하늘의 바람이 만들어 놓은 핑크구름은 아기 드래곤(왼쪽)과 토끼(오른쪽)가 뽀뽀를 하는 듯하다. ㅋㅋㅋ


귀여운 것들.


동화 속엔 분명 수많은 상상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호주 어딘가에는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이 숨어 있을 듯하다.


이글의 제목은 [나는 동화 속에서 산다]로 정했다.





(주)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20,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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