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정리하다가 대학원 시절 사용했던 파일을 꺼내 보니, 현재와 다른 바인딩 방식이 눈에 띄었다. 이 작은 차이는 단순히 자료 정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한 관점이 변화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과거에는 모든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여, 가장 최근의 자료가 맨 뒤에 오도록 했다. 이는 학습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이해의 흐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의 기초 설명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점진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 속에서, 마침내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식의 축적과 이해의 진전을 한눈에 보여주며, 내가 배워온 지식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현재 나는 가장 최근의 자료를 첫 번째 페이지에 보관하고 있다. 이는 현재 가장 중요한 자료를 쉽게 찾기 위해서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정보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과거에 배운 것들은 이미 내 안에 내재되어 있고, 그 위에 새로운 지식이 쌓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전의 자료는 지금 당장 다루지 않더라도 이미 내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아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전의 자료는 마치 건물의 기초처럼, 현재의 나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의 자료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과거의 자료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지식도 있을 수 없다. 최근 자료를 앞에 배치하는 것은 당장의 필요와 중요성 때문이지만, 이는 과거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최근 자료들 아래에는 과거에 내가 배운 것들이 쌓여 있다. 이 자료 종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두껍게 쌓여가고, 이는 점점 단단하고 무거워진다. 이를 나의 삶에 반영해 볼 때, 과거의 경험들은 계속해서 쌓여오고 있고, 그것이 현재의 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현재의 나를 단단하게 지지해주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최근 자료와 과거 자료는 서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저 각각의 필요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할 뿐이다. 새로 배우는 것들은 현재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과거에 배운 것들은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이는 나를 들여볼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삶이 끝날때,
나의 가장 최근의 자료는 무엇일까.
나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던 것은 무엇일까
나중에 브런치의 글들을 들쳐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