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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ug 05. 2024

침묵 속의 하루

지난 8개월 동안 나는 쉼 없이 달려왔다.


때로는 증기기관차처럼 요동치며 휘몰아치는 열기를 뿜고, 철길 위에서 굉음을 내며 질주하듯 달렸다. 그 속도는 강렬했고, 에너지는 마치 한없이 끓어오르는 증기처럼 멈출 줄 몰랐다. 열차의 무게가 나를 짓누를 때조차 나는 그 속도에 몸을 맡기고 함께 달려왔다. 앞에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였던 그 순간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짜릿했다'.


또 다른 때에는 조용한 강가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물 위에 드리운 반짝이는 별빛과 달빛을 감상하고, 새벽의 고요함을 천천히 즐기며 나아갔다. 그 순간에는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오로지 배가 강물의 물살을 타고 흐르는 소리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열차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으면 폭풍이 몰아쳐와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고요한 물결 위에서는 조용히 흘러가게 놔두되, 나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나를 가이드하며 흘러왔다. 이 길 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나 자신도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어제는 평소와는 달랐다.


열차를 정거장에 멈춰 세우고 잠시 열차에서 내려 땅 위에 섰다. 또한, 강가를 따라 흘러가던 작은 배도 조용히 강가에 묶어두고, 땅 위로 올라섰다.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나를 찾아왔다. 매일 나를 흔들고 몰아치던 모든 진동이 사라지고, 오직 깊은 침묵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내가 타고 있던 증기기관차와 작은 배를 바라보았다.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로 달려왔던 길과 잔잔한 물결을 따라 흘러왔던 길이 모두 나의 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발아래 단단한 땅을 느끼며 서 있는 이곳 또한 나의 여정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침묵 속에서 나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지,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차분히 돌아보니, 지나온 수많은 날들이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얼마나 성장하고 변화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침묵 속에서 보낸 하루는 그저 조용함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 나는 이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스스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여정은 어떤 모습일지, 새로운 길이 어떤 방향으로 나를 이끌지 모르지만, 나는 나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시 나는 증기기관차에 오를 것이고, 작은 배를 풀어 강물에 띄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내가 나를 이끌 것이다. 


'나만의 리듬'으로, 

때로는 빠르고 강렬하게, 

때로는 천천히 부드럽게, 


'나 그대로'를 표현하며, 

더 깊고 넓은 곳으로, 

나를 이끌 것이다.  


'나의 길'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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